스칼렛 레터
くれなゐ - 天野月
くれなゐ
どれだけ罰を拭う愛を奏でたらわたしは戻れる
燻るほど染まりゆく朱い罪を
優しい傷を わたしは抱いてゆきたい
킹교의 첫 기억은
홍콩의 어떤 낡은 장소에서 시작된다.
그게 신사였는지 사찰이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빨갰다.
천장에 달린 수많은 붉은 등
붉은 초에 붙어있는 붉은 불
붉은 기둥, 붉은 천, 붉은 글씨,
주술을 읊는 입에 떨어지는 피,
뱀처럼 기어다니는 붉은 팔,
갈라진 피 덩어리, 살점, 내장,
그 중앙에 붉은 금붕어가 있었다.
눈을 가리려니 손에 붉은 비늘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비명을 지르니 목에서 피가 꾸역꾸역 나와 소리를 먹는다.
새하얀 옷과 새하얀 머리에 피가 줄줄이 묻어
지워지지 않을 붉은 죄악의 무늬가 새겨진다.
킹교의 탄생이다.
킹교는 센소지 앞에 섰다.
시린 바람이 불온하게 나부낀다.
거래를 찾는 것은 쉬웠다.
사장님이 두고 간 낡은 노트북에는
온갖 불법 주물 거래 사이트가 해킹되어 있었다.
새빨간 카미나리몬의 바람과 번개의 신이
마찬가지로 새빨간 킹교를 노려보고 있다.
사찰과 신사는 싫다.
…무서우니까.
고개를 돌리고 내부로 들어가자
사람 없는 고즈넉한 사찰의 풍경과
검은 주력이 일렁이는 결계가 보였다.
강력한진 몰라도 킹교에겐 장난 수준으로
손톱으로 선을 그었다.
이런 불법 주물 거래는
주저사나 주술사는 말할 것도 없고
비술사까지도 파리 떼처럼 들끓었다.
오늘은 어떤 성악가의 성대를 잘라 만든
사람을 불러 모으는 주물이라고 하던가…
역겹다.
킹교는 신사 기둥에 등을 기대고 라이터를 찾았다.
처음엔 제향 대신이라는 거창한 의미도 있었는데,
불을 붙이며 키세루를 물고 한 모금 빨아냈다.
지금은 그냥 중독이다.
물고기 하나가 꿈틀거린다.
아, 저거 죽겠네.
주술사 하나가 허리를 구부리자
바닥으로 피가 쏟아지며 튀었다.
한 마리 정도는 챙겨가려고 했는데.
느긋하게 키세루를 이어 피웠다.
마르지 않도록 브랜디를 살짝 넣은
좋아하는 담배 잎이었으나 그 어떤 향도
쇠맛나는 피 비린내를 지우지 못했다.
새빨간 신사 안엔
시뻘건 킹교가 서있었다.
역겨워.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나왔다.
젖은 수건을 아무렇게 목에 걸치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몇 번의 클릭음과 엔터음.
또 다른 거래가 없는지 확인한다.
당연하지만 이것이 악행이고
살인을 하고 있다는 자각도 있다.
이 일이 즐겁냐고 묻는다면
싸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누가 즐거워하겠는가.
다만 사장님을 찾는 것이,
사장님의 장례를 제대로 마치고
시이나와 다시 만나게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최소한 양심이 있다면 그래야 했다.
옆에 가져온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다시 클릭, 엔터, 클릭, 클릭, 엔터.
긴 침묵이 이어진다.
소식 하나를 봤다.
아사쿠사에 특급 주령의 심장이 묻혀있다고 한다.
심장을 집어 삼키자.
그 심장은 도쿄에 혈관을 뿌리내리고 있다.
그럼 제 몸에 있는 점을 발견하듯이
나머지 조각을 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그리고,
…다시 보겠네.
어떤 그리움은 저주가 된다고 한다.
그 곳에 가는 이상 나는 마주해야했다.
10년치의 저주를.
누군가는 나를 원망했다.
누군가는 배신감에 증오했다.
누군가는 의문을 품었으며
누군가는 포기하고
누군가는 믿었고
누군가는 쫓았다.
다시 만나 반갑다고 하면 믿어줄까?
의자에 기대어 기지개를 폈다.
잔을 다시 가져댔지만 이미 다 마신 후였다.
커피를 다 마신 잔 아래에는
검은 자국이 불길한 상을 그리고 있었다.
사실은 만나고 싶지 않다고.
죽이고 싶지 않고
아무도 죽지 않길 바란다고 하면
믿어줄까.
결단도 결심도 없이
귀에 매단 붉은 부적 매듭이 흔들린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킹교가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자
뜯어낸 비늘 잔해들이 떨어졌다.
인간 흉내내는 금붕어 새끼의 사사로운 감정보다
나는 내가 받은 사랑을 갚아야만 했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