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적은 축복이 깃든다

From. - 윤희에게

「すいそう」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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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킹교는 가만히 흘러가는 물결을 바라보았다. 여름은 덥고 하늘과 잔디는 유달리 푸른 색이다. 어린 아이들은 강가 근처에서 잡기 놀이를 하고, 그 근처에 부모로 보이는 이들은 ‘조심해’ 등의 말을 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강 근처에 피어나는 들풀, 나무 그늘, 선선한 공기. 평온하고 행복한 강의 자태를 멍하니 바라보던 킹교는 시선을 한 번 올려 하늘을 유영하는 뭉게구름을 보고, 다시 시선을 내려 손에 들린 칼을 바라보았다.

야나기바.

굳이 의식하지 않았던 칼의 이름.

마트에서 고작 5천엔이고 누구나 살 수 있다.

가볍고 예리한 도구였다.

5천엔 어치의 악의,

5천엔 어치의 저주.

사장님은 고작 이런걸로 죽은 걸까.

킹교는 산뜻한 잔디 위에서 허무한 얼굴로 잠시 웃었다.

먼 곳에서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런 날에 그녀는 저주스러운 삶을 걷기로 결심했다.


겨울의 강은 춥고 스산하다. 특히 땅거미가 진 뒤엔 귀신이라도 나올마냥 검어서 가까이 가는 사람은 드물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 몇 그루와 바스락거리는 마른 잔디,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이 불길한 공기. 킹교는 언젠가부터 강을 싫어했었다.

그 야나기바가 저주의 굴레를 끊어낸 건 5초. 아니다, 3초. 고작 일순.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에 돈조차 받지 않고 사람이 되었다. 널 통해 강은 다시 고향이 된다.

머리를 쓰다듬는 너를 올려보다 표정이 미묘해졌다.

——원래 이렇게 컸나?

문득 말도 안되는 의문이 들었다. 단 한번도 의식해보지 못한 질문. 그가 학창시절에도 이렇게 컸던가? 그땐 알지 못했던 것들이 새삼스레 의식됐다. 킹교는 젖혔던 고개를 다시 푹 숙이고 괜히 심술궂게 당신을 주먹으로 툭 쳐버렸다.

“…선배를 자꾸 쓰다듬으면 어떡해.”

그리 말하고는 다시 입술을 꾹 다물었다.

겨울은 추웠기에 예민한 피부는 작은 온도차에도 금방 색을 바꾸어댔다. 스미다 강에 잔물결이 일며 바람이 잔디를 쓸고 나간다. 킹교는 다행히 사방이 어둠에 잠겨 변한 낯빛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 것에 감사했다.

그녀는 잠시 제 팔을 손톱으로 긁어내 비늘 몇 개를 톡톡, 떼어냈다. 피부에 옅은 붉은 자국이 남았지만 그리 신경쓰진 않는 모양새였다.

“손.”

제 손을 내밀고 당연하단 듯 당신의 손을 받아내 그 손에 비늘을 쥐어주었다. ──────…. 킹교는 그 손을 감싸고 잠시 주술을 읊었다.

강가에 다시 한 번 바람이 분다. 고요한 물소리가 한번. 머리카락과 눈의 붉은 빛이 부드럽게 빛난다. 당신의 손 안에 작은 반딧불이가 든 마냥 옅은 빛이 새어나왔다.

“선물이야, 마사루 군.

아마 평생을 빚진 값으론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지난 생일 6번을 챙겨주는 용도로는 충분하지?”

진한 밤에도 선명한 보석처럼 빛나는 석류색 비늘 네 알.

어떤 부적과 새로운 생일.

“내 존재의 일부야.”

네가 풀어낸 저주의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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