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티 형제 키우기(上)

갑자기 과거로 떨어진 사악한 왕의 성 적응기

자급자족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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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사이트에선 처음이네요. 슈로라고 합니다.

본 글은 포스타입에 있는 '하스티 형제 키우기' 상편과 중(1)편을 합치고 오타수정도 일부 한 글입니다. 본 글은 7월에 업로드됐기에 본편과는 다른 설정, 캐해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린 라클레스가 브라콘입니다. 어린 라클레스가 브라콘입니다.

본 작의 설정은 '20화 후, 26화 전에 즉위한 기라가 갑자기 과거로 가서 어린 시절의 자신과 라클레스를 키우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기라가 가명을 쓰며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에서 따왔습니다.

일단은 커플링(라클레스×기라)입니다만 아직까지는 이어지지 않았기에 리버스만 아니면 컾이든 논컾이든 자유롭게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평소처럼 자다 일어난 기라는 어린아이에게서 느껴질법한 온기에 옆을 보고서는 꿈인가싶어 다시 잠들 뻔 했다. 그의 옆에는 전 국왕이자, 지금은 완벽하게 사이가 틀어진 형인 라클레스 하스티가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시절의 자신으로 추정되는 아이도 있었다. 라클레스의 품안에서 조용히 자고있었다. 역시 악몽이라고 생각한 기라는 다시 자려고 했다.

기라가 눕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라가 일어난 기척을 느낀 어린 모습의 라클레스가 깨자마자 기라를 보고 비명을 지른 덕분에 잠과 현실도피 하려던 마음이 싹 사라졌기 때문이다. 라클레스의 비명 섞인 명령에 병사들이 달려와서 기라를 에워싼 것은 덤이다. 그와중에도 어린 기라는 라클레스가 귀를 막고있어서 방음이 됐기 때문일까, 기라가 끌려갈 때 까지도 자고있었다.

"•••좋아, 꿈이구나. 라클레스가 내 옆에서 자고있을리가 없지. 그것도 어린아이 모습으로. 거기에 어린 시절의 나같은 아이도 있다니. 이건 꿈인게 확실해. 다시 자고 일어나면 내 옆엔 아무도-"

"•••기, 라, 일어났───누구냐?!"

"에, 에?!"

"아무도 없느냐!!!!! 여기 침입자가 있다!!!!"

"어, 잠-꺅."

"라클레스 왕자님, 괜찮으십니까?! 기라 왕자님도-어, 저 붉은 머리는 설마, 저 침입자가 기라 왕자님일리는,"

"•••그런것 같아. 잠결에 못알아봤지만, 이 머리색이며 특히 이 붉은 문양을 보니 확실해. 기라가 둘일 리는 없지만, 일단은 사정을 들어봐야겠지. 이 자를 기라의 방에 데려다 놓도록. 나도 곧 가지. 아, 저 자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기라는 내 방에서 지낸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기라는 상황파악도 하지 못한 채 라클레스의 뒷치기에 기절했고 약간 비몽사몽한 라클레스의 명령에 의해, 병사들에게 끌려갔다. 익숙한 느낌이 드는 방에.

그리고 어린 기라는 기라가 끌려가서야 일어났다. 평소와는 약간 다른 형의 목소리에 걱정했지만, 이어진 형의 말에 의심없이 따랐다.

"우으•••좋은 아침이에요, 형니임•••. 안녕히 주•••?"

"•••좋은 아침이야, 기라. 잘 잤니?"

"•••형님, 무슨 일 있으셨어요? 평소와는 약간 다른것 같은데에."

"아무일도 없었단다. 아, 배고프지? 아침 먹으러 먼저 가 있을 수 있지? 갑자기 할 일이 생겨서말이야. 미안해."

"아니에요•••. 형님이 하시는 거라면, 분명 나쁜게 아닐테니까요! 그러면 저 먼저 가 있을게요. 끝나자마자 오셔야 해요?"

"당연하지."

*

기라는 겨우 눈을 떴다. 갑자기 뒷목에 충격이 가해져서 기절한 탓에 기억이 혼란스러웠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하려고 했다. 앞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자 당연하다는 듯이 라클레스가 앉아있었다.

"일어났나?"

"•••라, 라클레스•••?"

"내 질문에 답해라. 네놈의 이름은 뭐냐?"

비록 어리더라도 라클레스인지, 강압적인 목소리로 기라에게 명령했고, 기라는 무슨 생각인지 사악의 왕 연기를 했다. 후의 라클레스의 반응을 보고선 김이 샜지만.

"•••이, 이 몸은!! 사악한 왕인 기라다!!!"

"역시 기라 맞네. 예상대로야."

"•••뭐?"

"네가 자고있는 동안에 이샤바나에 유전자 검사 의뢰를 했어. 나와 기라의 유전자와 네 유전자를 비교했지. 역시 기라와의 일치률은 100%였어. 그러면 어떻게 여기로 왔는지 들아보실까."

"•••몰라. 자고 일어났더니 여기였다고!!! 눈 뜨니까 어린 라클레스와 나로 추정되는 아이가,"

"추정되는 아이가 아니라 맞는데."

"아 몰라!!! 어쨌든 눈 뜨니까 여기였고, 내 품엔 네가 안겨 있었다고!!! 진짜 싫어, 극혐이야, 짜증나!!!!"

기라의 사악한 왕 연기를 본 라클레스는 기라라는 확신이 들었는지-사실 비몽사몽했을 때부터 어린 기라와 동일인물이라는 예감은 들었었다-, 갑자기 말투가 동생을 대하듯이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기라의 말에 어린 라클레스는 약간 충격을 받았는지, 약간 말을 더듬었다.

"혀, 형을 싫어하는거야•••? 극혐은 또 뭐고?"

"뭐? 극혐은 극도로 혐오한다의 줄임ㅁ•••아 됐어. 그래서 여긴 어디야? 뭔가 익숙한데•••."

"네 방이잖아, 기라."

"에, 예? 여기가 내 방이라고?! 기억 안나는데•••."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기라. 무슨 일이 있었던거니?"

"나도 몰라. 모른다고오•••!! 기억상실인 채로 양호원에서 자랐는데, 알고보니 내가 왕의 동생이었고, 그 왕도─•••아."

"???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묵비권을 행사하겠습니다!!!"

"?????"

무의식적으로 어린 라클레스에게 미래에 대해 말할 뻔한 기라는 입을 틀어막으며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해오는 어린 라클레스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묵비권을 행사하며.

*

결국 먼저 항복한 쪽은 어린 라클레스였다. 어린 라클레스는 미래의 기라와 자신의관계와 미래의 자신에 대해 더 캐물어보려고 하다가 안색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보고 포기했는지, 나중에 말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기라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갈곳이 없는 기라에게 부탁의 탈을 쓴 명령을 했다. 기라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때까지, 어린 라클레스를 보좌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기라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갈곳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자신이 보좌한다면, 이 어린 라클레스가 어린 날의 이상을 버리지 않고 최악의 왕이 되는 미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수락했다.

"-내가 졌어. 대신 나중에 반드시 미래에 어떻게 되는지 알려줘야 해?"

"그래그래, 알았어."

"그런데 어차피 갈 곳 없지? 이렇게 된거 내가 왕이 될 때까지, 아니다. 네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때 까지 날 보좌해줄 수 있어?"

"뭐? •••잠깐만. 생각 좀 할게."

"그래."

'내가 만약 이 라클레스의 곁에 있다면, 아마 라클레스가 파국을 맞는 미래를 막을 수 있을거야. 그렇다면 나는 사라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의 라클레스에겐 죄가 없어. 그리고 라클레스가 나를 추방한 것인지, 보호하려고 한 것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고 왜 타락한 것인지도 알 수 있을거야. 그렇다면•••!!'

"•••좋아. 근데 나도 누군가를 돌본 적은 있어도 보좌한 적은 없어."

"괜찮아. 그러면 잘 부탁해, 기라."

"•••예예, 라클레스 왕자님."

"그러면 이제 아침 먹으러 가볼까?"

"•••응? 나도?!"

"당연하잖아? 지금부터 내 보좌일은 시작됐어! 가자!"

"에엑?! 기다려!!!"

그렇게 둘은 악수를 했고, 라클레스는 기라의 손을 잡아 끌면서 식당으로 내려갔다. 기라는 당황했지만, 성인인 라클레스라면 모를까 어린 라클레스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

"형님!!•••실례지만, 누구신가요? 저랑 비슷한거 같은데, 어딘가 익숙해요•••. 아, 혹시 손님이신가요?"

'에에?! 뭐야!! 왜 어린 내가 아직도 있는거야?! 에라 모르겠다!!!"

"아, 안녕•••하십니까, 기라 왕자님. 저는 오늘부터,"

"헤스! 기라, 이 분은 오늘부터 우리를 보좌할 헤스라는 분이셔. 갑자기 놀랐지? 미안."

'헤스는 또 뭐야•••.'

"에•••예?! 보좌요•••? 아, 안녕하세요•••기라 하스티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잘 부탁드려요."

"저는 헤스라고 합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기라 왕자님."

식당으로 가자, 어린 기라는 아직까지도 어린 라클레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어린 라클레스를 보자마자 달려갈 뻔 했지만, 처음 보지만 어딘가 익숙한 성인을 보고서는 멈췄다. 어린 라클레스는 어린 기라에게 기라를 헤스라는 가명으로 소개했다. 기라는 사람 이름이 헤스가 뭐냐고 마음속으로 잠깐 생각했지만, 곧 '처음이지만 라클레스의 충직한 보좌역'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

"-란 일이 있었어요! 헤스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기라 왕자님께서 말하신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그럴 때는 그 행동이 정답이죠."

"역시!! 헤스와 저는 통하는게 있네요! 마치 같은 사람인거 처럼! 신기해요~. 그렇죠, 형님?"

"응? •••아, 응. 그러네. 그런데 뭔가 섭섭한걸? 친형인 나조차도, 기라와 친해지려면 4년이 걸렸는데 말야-. 너무 빨리 친해진거 아냐? 지금 막 만나서 식사하는 자리잖아. 형님 삐칠거야?"

"아, 앗. 죄송해요, 형님."

"아, 앗. •••죄송합니다, 라클레스 왕자님. 앞으로 왕자님과 이런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일은 없-"

"그건 싫어요!!!"

"그, 그럴 필요 까지는 없어! 이건 그, 어디까지나 약간 좀•••그래, 질투나서 그런거야! 둘이서 사이좋게 얘기 나누는 모습을 보니까 흐뭇해졌어.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 해줘!!"

"•••알겠습니다. 분수에 넘치는 발언입니다만, 역시 피는 못 속이나 보네요. 지금 두 분의 표정이 똑같아요."

"•••!! 우우! 헤스, 심술쟁이에요!!"

"어, 그랬어?!"

"네. 지금도 놀란 표정이 똑같네요."

어린 기라는 낯가림을 많이 했지만, 기라에게 어딘가 친숙함과 익숙함을 느껴서인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빠르게 기라와 친해졌다. 첫만남에 식사하면서 친해졌으니까. 오죽하면 어린 라클레스가 '나조차도 기라와 친해지려면 오래 걸렸는데, 너무 빨리 친해졌어'라며 약간 눈물 젖은 농담을 했겠는가. 그래도 기라가 밝게 말하는 모습에 라클레스는 흐뭇했고, 라클레스가 비밀리에 새 보좌관을 들였다는 소식을 접한 코사스 국왕은 셋이서 눈치채지 못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서는 자신의 자식들이 행복해보이기에 살짝 웃으며 다시 집무실로 돌아갔다. 기라를 조사하라는 명령을 비밀리에 내린 채로.

*

그렇게 기라는 헤스라는 이름으로 나름대로 보좌일을 충실히 실행하면서 하스티 형제를 보살피고 있었다. 검술도 가르쳐주고 있었고, 공부도 기라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지도했다. 자신도 모르게 어린 라클레스가 폭군의 길로 빠지지 않게 한다는 본래의 목표 중 하나와 이름이 영 그렇다는 불만을 잊을 정도로, 바쁘지만 나른하며 평화롭고 태평하게 지냈다.

형님, 이라고 부르며 열심히 학습하는 동생과 그런 동생을 다정하고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형의 손길에서는 사랑한다라는 말로는 표현 못할정도의 애정이 흘러넘쳤다. 그리고 그런 형제를 바라볼 때마다 충실한 보좌관의 가슴과 머리 한 구석은 약간 저릿해졌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로 숨기고선 흐뭇하게 둘을 지켜봤다.

───그리고, 두 사람, 아니, 어쩌면 세 사람의 운명이 크게 뒤바뀌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당시의 세 사람은 모르고 있었다.

*

정식으로 기라가 헤스라는 이름으로 어린 형제의 보좌 겸 전속 집사가 된 첫 날. 이 날은 굴곡이 많은 기라의 인생중에서도 가장 바쁜 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후에는 식사를 한 후에 어린 라클레스가 기라에게 보좌가 할 일을 알려주겠다며 보시마르가 있는 방으로 끌고갔었다. 거기에 갑자기 들어온 신입이라 자기소개를 즉석에서 했어야 했지만, 결국 못했는데 어린 라클레스가 몰래 마을에 내려갔다는 것을 보시마르에게 들켰기 때문에 미뤄지고, 거기에 이런저런 일-신입이라 인수인계 등-이 겹쳐서 결국 다음 날에 했다.

"그러면 헤스는 날 따라와야겠네. 일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배워야하잖아?"

"형님, 저도 같이 가면 안될까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헤스랑 같이 있고싶어요•••."

"미안, 기라."

"후잉•••알겠어요. 대신! 나중에 제 방에 와주기예요!"

"당연하지! 그러면 오늘 하루 힘내렴."

"네! 형님도요! 그러면 헤스! 전 이만 다른 일정이 있어서 가볼게요. 나중에 봬요!"

"아, 아? 예!"

"그러면 이제 갈까?"

"어디로요?"

"당연히, 너에게 일을 가르쳐줄 분이 계시는 곳이지~!"

'아니, 진짜로 내가 알던 그 라클레스 맞아•••? 너무 많이 다른데? 내가 살다살다 라클레스가 저렇게 순수하고 해맑은 표정을 짓는 건 처음•••봤나? 아 몰라. 진짜 어색한데 뭔가 익숙한 기분이야. 왜지?'

기라는 끌려가면서 어색하지만 뭔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자세하게 기억해보려고 할 때, 어린 라클레스가 문을 열고 보시마르에게 기라를 소개했다. 당연히 보시마르는 당황했지만 한 발 빠르게 기라가 자기소개를 했고, 그에 보시마르도 인사했다가 어린 라클레스에게 자초지명을 물었다.

"자, 다 왔어. 보시마르! 인사해. 오늘부터 내 보좌겸 집사가 될 헤스라고 해!"

"가, 갑자기 말입니까?! 대체 어디-"

"안녕하십니까!! 오늘부로 라클레스 하스티 왕자님의 보좌겸 집사로 고용되어 일하게 된 헤스라고 합니다!!!"

"아, 잘 부탁드립니다•••가 아니라, 라클레스 왕자님!! 갑자기 신입이라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겁니까! 그런데 뭔가 기시감이,"

"아, 전에 마을에 몰래 내려갔을 때 알게됐는데, 급하게 일자리를 구한다고 해서 오늘 바로 고용했어. 미안."

"그건 저말고 코사스 전하께 말씀하세요!! 아니, 예? 마을에 몰래 내려가셨다, 고요? 전에?"

"아."

"아는 무슨 아입니까!! 아, 헤스 씨는 이 방에 있는 모든 분들께 일단 자기소개를 하고 제가 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으시면 됩니다. 저는 라클레스 왕자님과 잠시 대화해야하니, 1시간 이상 안오시면 오토 씨가 일을 가르쳐줄겁니다. 오토 씨, 가능하죠?"

"네."

"그러면 라클레스 왕.자.님. 잠시 저와 상담 좀 할까요."

"으엑•••살려줘, 기라아아!!!"

"어, 에?!"

"기라 왕자님은 바쁩니다!! 그런데 왜 헤스 씨가 대답을 하시는 겁니까?"

"아, 그, 저희 집에선 제 별명이 기라라서, 무심코 몸이 반응해버렸습니다!!"

"별명이, 기라 라고요•••?"

"넵!! 제가 어렸을 때 모습이 기라 왕자님과 무척 비슷해서 어쩌다보니•••그렇게 됐습니다 하하하!"

'좋아. 완전 망했어.'

"그렇군요. 그러면 일을 알려드릴테니, 이쪽으로."

"넵!"

'엥 이걸 그냥 넘어가•••?"

그렇게 기라는 오토에게 일을 배웠다. 처음에는 왕자들의 방을 정리하는 법과 계급에 따른 접대법-당연히 기라는 그것들을 알고있었다-부터 시작하여, 어린 형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 등, 호불호를 배웠고, 기라는 자신의 취향을 이곳에서 알게되었다. 양호원에 맡겨진 이후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것을 구분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토에게 일을 배우던 중에, 보시마르가 돌아왔고, 그는 오토에게 이제 자신이 헤스를 가르치겠다며 다른 일을 하라고 말했다.

보시마르에게 정신없이 일을 배우다가 어느덧 형제가 잘 시간이 되자, 라클레스가 두 형제가 자는 사이에 코사스 하스티에게 불려가서 온갖 질문 공세와 의심의 눈초리 등을 받아야 했으니까. 뭐, 그의 입장에서도 처음 보는 자가 아들의 명령으로 갑자기 왕실에서 근무 하기로 결정됐기에, 당연한 절차이긴 했다. 왕실에서는 확실한 신분이 필요했으므로.

그렇게 불려간 알현실에서 기라는 처음으로 코사스 하스티를 봤다. 그의 외모는 기라가 하카바카로 갔을 때 알현했던 초대국왕인 라이니올 하스티와 일란성 쌍둥이 수준으로 닮아있어서 묘하게 웃음이 날 뻔했다. 웃음을 애써 죽이고 있을 때, 기라를 가만히 바라보던 코사스가 입을 열었다. 기라는 이렇게나 늦게까지 자기소개를 하지 않아서 그런가 싶어서 하려고 했지만, 코사스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네가, 라클레스가 고용한 그 보좌 겸 집사인가."

"•••네, 그렇습니다. 위대하신 코사스 하스티 전하께 늦게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저는-"

"자기소개라면 됐다. 네가 식당에 그 순간부터, 계속 감시하고 있었으니까. 아, 정확히는 네가 라클레스의 방에 나타난 그 순간부터, 라고 해야겠지."

"예•••?"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그래서 네가 기라의 미래 모습, 이라는 것인가?"

서론은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나름 숨기고 있던 정체를 코사스에게 들키자, 기라는 긍정을 할것인가, 부정하며 시치미를 뗄것인가 중에 선택해야만 했다. 긍정을 한다면 당분간 의심은 피하겠지만, 왜 기억이 없으며 어떻게 이 시대로 올 수 있었는가 같은 현재의 기라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할 것일테고 부정한다면 감옥에서 제 2왕제의 미래를 사칭한 죄로 감옥에 갇힐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민할 생각이 충분히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10초 후에 말하더라도 코사스는 그를 수상히 여길 것이었다. 결국 그는 에라 모르겠다 하며 외쳤다.

'아, 어떡하지? 아니라고 한다면 갇힐것 같고, 맞다고 하더라도 왜 기억이 없냐고 추궁당하거나 어떻게 과거인 여기로 올 수 있었냐고 물어보겠지? 차라리 그러면 후자가 더 낫나? 이젠 갇히기 싫으니까•••. 아, 몰라! 죽으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도 있잖아? 에라 모르겠다!'

"••••••그렇긴 하지만, 당신이 일을 똑바로 안해서 내가 왕가에서 추방당했다고요! 대체 이게 뭐에요? 나는 우충왕이 만든 생물이라 인간이 아니고, 라클레스와 친형제도 아니었지 않나! 백성들은 백성들대로 쉽게 선동당해서 나를 적대하지! 당신은! 나를, 기라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건데? 내가 이렇게 된건 당신 탓 아냐?"

'마, 말해버렸어••••••.'

그리고 기라의 허탈과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말을 들은 코사스 하스티는 30초 정도 침묵하더니-기라에게는 일 년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기라의 예상보다 허무한 대답을 하고 그대로 기라에게 알현실에서 나가도 된다고 말하고는 생각하는 듯이 가만히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기라는 형식적인 인삿말을 마지막으로, 예의에는 어긋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알현실에서 퇴장하자마자 자신에게 배정받은 방으로 달려갔다.

"•••그런가. 알았다. 그러면 이제 방으로 돌아가도록."

"••••••편안한 새벽을 보내시길."

'다, 다행이야!! 십년감수했어. 그럼 빨리 자러가자•••.'

그렇게 방으로 돌아온 기라는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었다. 그때가 새벽 3시였다.

*

결국 기라는 제대로 피로를 풀지도 못했다. 2시간 만에 기상해야했고, 7시가 되기 전에 목욕하고 식사하고 어린 형제의 일정을 하나하나 외우고, 성의 구조도 알아놔야 했기 때문이다. 첫날이라 그런지, 오늘은 보시마르가 깨워줬다. 보시마르는 비몽사몽해있는 기라에게 옷을 건내주며 갈아입고 먼저 어린 라클레스의 방으로 가서 그를 깨우라고 시켰다. 기라는 집사로 (일단은)고용된 것이기에, 시키는 대로 했다.

아무 생각없이 걷다보니 어린 라클레스의 방에 도착했다. 첫날이고 자신의 약점을 잡고 있는 자의 방에 들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기에, 기라는 심호흡을 4261번 하고 결심한 듯이 문을 두드렸다. 아무 반응이 없자, 아직 자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역시나, 어린 라클레스는 침대에서 곤히 자고있었다. 보는 사람마저 졸리게 만들 정도로 잘 자고있었다. 문득 이대로 어린 라클레스의 옆에서 자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에 어느샌가 라클레스의 옆에 와있던 기라는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어린 라클레스를 깨웠다. 잘 자다가 갑자기 몸이 흔들리는 느낌에 일어난 어린 라클레스는 약간 졸린 듯한 눈을 하고있는 기라를 보고선 자연스럽게 속삭였다.

"•••좋은 아침이야, 기라."

"지금은 헤스잖아요. 빨리 일어나시고 준비하세요. 지금이 몇 시인지 아시나요?"

"흠•••코카서스 카부토 시?"

"벌써 그런 개그라고 칠 수도 없는 걸 말하다니, 아직은 너무 일러요. 그리고 벌써 7시에요! 나, 아니 기라 님도 깨우러 가야한단 말이에요."

라클레스의 인류에게 너무 이른 개그 아닌 개그에 기라는 너무 이르다며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했다. 어린 라클레스의 볼에 뽀뽀를 해주면 일어나겠다는 말에 기라는 어린 라클레스를 깨우는 것을 포기하고 어린 기라를 깨우러 가겠다고 맞받아쳤다. 해줄줄 알았다고 예상했었지만, 그 예상을 깨뜨린 기라에 당황한 어린 라클레스는 농담이라고 말하며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언어습관이 약간 걱정된 기라는 어디서 그런 말들을 배웠는지 물었고 어린 라클레스는 준비를 하면서 순순히 대답해줬다. 무척 의외인 곳에서 배웠다고.

"헤스가 볼에 뽀뽀 한 번만 해주면 일어날게."

"•••됐다. 그냥 더 주무세요. 기라 님 깨우러 갔다와야겠네요."

"농담이야, 농담."

"대체 그런 것들은 어디서 배운거예요? 한 번 더 하면 폐하께 말씀드릴 거예요."

"도서관에 있는 순정 도서 코너에서"

"와, 그건 좀."

"그러면 이제 기라 깨우러 갈까?"

"어, 으아악!!"

"하하, 헤스는 아직 안 익숙하지? 내가 기라 방이 어딘지 안내해줄게~!"

"괜찮, 아니, 복도를 뛰어가면 어떡해요?! 왕자가!!"

"괜찮아! 보는 사람도 없으니까!"

그리고 준비를 다 마친 어린 라클레스는 그대로 기라를 끌고 어린 기라의 방으로 달려갔다. 아무리 후계자라지만 복도를 뛰어다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던 기라는 어린 라클레스를 말리려고 했지만, 어린 라클레스는 아무도 없으니 괜찮다며 어린 기라의 방까지 달려갔다. 그때, 시계는 오전 7시 2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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