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린스키
“미즈키, 잠깐 여행 다녀오자.” 대화의 요령이란 발화된 말을 듣고는, 거기에 담긴 속뜻을 추정한 뒤 상황과 입장에 맞게 답하는 기교라 할 수 있겠다. 아키야마 미즈키는 생각한다. 방금 자신이 들은 여행이란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일단은 유연하게 해석해본다. 오다이바 레인보우 브릿지 인근의 유명 디저트 가게에서 얼마 전 판매 개시 했다는 여름
흘러내린 눈물이 뺨을 적셨다. 축축하게 스며드는 물기가 괴로워 옅게 신음하다가, 아가씨는 눈을 떴다. 온통 어두워 무엇도 보이지 않지만 코에 닿는 냄새는 익숙하다. 외롭게 홀로 떨고 있지 않아도 된다고 다독여주는 듯한 안온한 향기. 손등으로 눈가에 남은 눈물을 닦아내고는 아사히나 마후유는 상체를 일으켰다. 덮고 있던 얇은 이불이 사르륵 흘러내린다. 이불의
아사히나 마후유는 착한 아이다. 정말이지, 아사히나 마후유는 착한 아이다. ‘착하다’ 는 표현의 정의가 다소 협소할지라도, 그녀를 두고 착한 아이라고 평하는 이들의 의도는 가감없이 표출되고 전달된다. 유치원에 들어가던 시절부터 의무교육 시기를 지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마후유는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언제나 착한 아이였다. 이 세상 부모들
3월의 하늘은 맑았다. 봄이 시작되는 시기였지만 불어오는 바람에는 포근함을 시샘하는 겨울의 질투가 묻어났다. 목의 리본을 매만진 다음, 아사히나 마후유는 가디건을 걸쳤다. 거울을 마주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아가씨는 찬찬히 자신의 모습을 훑었다. 단정한 교복에 붉은 리본, 짙은 검은색 스타킹. 지난 몇 년 동안 매일 같이 입으며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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