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획밖의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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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JVZSJ0remok?si=pLQsdw5IJhUXR_nc ‘영 시작이 좋지 않군.’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는 박사의 표정은 오늘 날씨와 별반 다를 것 없었다. 기상 예보를 안 찾아본 건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하늘이 정한 일까지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박사?” 한참 생각에 잠긴 박사를 현실로 끌어낸 것은 담당 어시
로도스 아일랜드의 본선은 용문 근처를 순항하고 있었다. 때에 따라서는 조금 멀리 가기도 했지만, 주로 용문과 멀지 않은 황야에 있었다. 휴가를 얻은 오퍼레이터들은 왕복 차량을 대여하거나 직접 운전하거나 했다. 박사와 팬텀은 후자를 이용하기로 했다. 모처럼 둘이서 나가는데, 기왕이면 서로에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차편이 언제 마지막일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건,
니엔의 대대적인 영화 제작에 박사도 예산을 지원했다. "박사, 로도스 아일랜드의 자원은 네 사유 재산이 아니다." 하고 켈시는 일축했다. 몇 마디 핀잔이 따라오긴 했지만, 아예 막지는 않았다. 적어도 금적적인 부분은 박사가 불린 주머니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자, 당시 박사는 리와 총웨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이 웬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희미한 햇살이 팬텀의 머리맡을 비추고 있었다. 블라인드 틈새로 고개를 내밀고 여전히 누워있는 게으름뱅이를 조롱했다. 팬텀은 쏘아붙이는 듯한 빛무리를 짜증스레 휘휘 젓다가 얼굴을 가렸다. 아니 중력에 못 이겨 떨어졌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크리스틴이 침대 위로 뛰어올라 팬텀의 냄새를 맡았다. 이상 증후를 느낀 건지 신경 쓰이
개막. 크림슨 극단은 전쟁의 발자국이 그대로 남은 가울 전역을 돌았다. 잿더미와 수해 속에서 반짝이는 것을 찾는 일이란 이베리아 해변에서 황금 동전을 줍는 것과 같았다. 다만 쉽지 않다는 거지, 불가능이라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을, 극단원들은 재능으로 뒤덮인 두 눈동자를 발견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간 극단장이 데려온 모든 사람들은 그 빛을 드러나게 하기
Max Richter - November 셀라이블라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지역에 어떤 귀족을 위한 별장이 하나 있다. 전쟁의 상처가 채 사라지지 않은 땅이었지만 셀라이블라손보다는 형편이 나은 곳이었다. 적어도 대저택의 하인이 되면 숙식은 걱정 없고 인근에 사는 식구들도 굶주리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최근 어떤 부자가 셀라이블라손 고성을 매입해 리모델링
"난 이제 자러 갈 건데, 넌?" 어쩔 거야? 박사가 문앞에서 팔짱을 낀 채 팬텀을 바라보았다. 컴컴한 바이저 너머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퍼레이터는 그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퇴근해도 좋다는 뜻이야. 아니면, 뭐, 연장 근무라도 하고 싶어?" "…박사, 난 네 호위다." 박사의 다리 옆에서 크리스틴이 가냘프게 울었다. "그래, 알았
어느날 밤이었다. 서류 처리가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되자, 시각은 자정을 한참 지나 있었다. 옆에서 일을 보조하던 오퍼레이터들도 다정한 걱정과 함께 쉬러 돌아간지 오래였다. 박사는 기지개를 켜며 허공을 향해 중얼거렸다. "슬슬 나오지 않을래? 팬텀." 과로를 의심할 법도 하지만, 다행히 얼마 지나지나지 않아 어둠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어떤 형태가 드러났다.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