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린

[빈린] 키스

빈센트 체이서는 본디 겁이 없는 성정이라, 긴장과 불안이 제 생의 동반자가 되리라는 생각을 이전에 해본 바가 없었다. 그는 얻어내는 이였고, 빼앗는 이였으며, 짓밟히면 아득바득 붙들어 물어뜯는 이였다.

 

그러나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이름을 나란히 하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제 눈앞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매번 행복한 만큼 당혹스러운 기분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평생 당신의 곁에 있으면서, 긴장하지 않을 날이 오기는 할까.

 

“빈센트, 무슨 생각을 해요?”

 

빈센트의 무릎 위에 앉은 채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린다의 물음에, 그는 다시 상념에 빠진다.

 

기분 좋게 이마를 간질이는 초여름의 바람이라든지, 제 무릎 위의 따스한 온기, 조금 떨어진 곳에 피어있을 장미의 향기나, 마주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안온함. 그 어떤 것도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어, 그는 숱한 시인들이 써 내려간 문장 그대로, 시간이 이대로 멈추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항상 당신으로 인해 스스로가 낯설게 여겨지는데, 그 또한 당신으로 인한 것이라 기껍다. 사랑하는 당신, 세상 그 무엇보다 찬란한 나의 린다. 이 마음들을 모조리 끄집어내어 당신에게 전한다고 해도, 분명 어디엔가 남아있겠지.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꿈의 한 자락 속에, 내가 내뱉고 마는 숨 한 번에,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혀끝에. 분명 남아있을 거야.

 

“당신이 키스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생각만 했어요?”

 

잠시 입을 다문 채로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다시금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옅게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으로 그가 해야 할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린다, 당신에게 입 맞춰도 될까요?”

“허락할게요.”

 

천천히 눈을 감는 린다의 뺨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싼 그는, 제 얼굴 쪽으로 조금 더 당겨와 입술이 서로 맞닿게 했다. 살짝 입술을 움직여 아랫입술을 아프지 않게 물어내고, 혀로 그리듯 핥아내면, 애태우는 법 없이 입술을 열어준다. 감긴 그녀의 눈동자에 비추어지는 일은 없겠지만, 분명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있으리라.

 

혀 끝을 가볍게 건드렸다가, 혀 뿌리를 옭아매었다가 풀어내면 움찔, 하는 모습이 귀엽다. 여린 입 천장을 건드리며 타액을 삼켜내면, 저도 모르게 그의 목에 팔을 감아 단단히 끌어안는다. 당신도 계속 나와 닿아있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순간순간, 어찌나 기쁜지. 작은 물소리가 나는 와중에도, 그는 눈을 감는 법이 없다.

 

숨이 차다는 듯,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을 느낀 그는 아쉬운 마음으로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입술을 가볍게 겹쳤다 떼었다.

 

“린다.”

“......네.”

 

오른손으로 어느새 눈을 뜬 린다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고 있으면, 손가락에 닿은 뺨의 뜨거움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조금 더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기숙학교 시절에 문학 수업을 좀 더 열심히 듣지 않았던 게 새삼 아쉽게 느껴진다.

 

“사랑해요.”

 

나는 당신의 녹색 눈동자를 물들인 것이, 온화한 애정과 행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말을 입 밖에 내었는지, 내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당신이 작은 목소리로 나도 사랑한다고 대답한 것 같기도, 아니었던 것 같기도 했다.

 

바람이 다시금 이마를 간질였다. 나는 이 긴장과 불안마저도 사랑하고 있었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