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린

[빈린] 침대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면,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기 마련이다.

 

린다는 평소와 다른 무게감이 양 옆에서 제 몸을 누르고 있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새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 아침임은 분명했다. 다만, 평소라면 이미 걷혀있을 커튼이 아직도 창문을 가리고 있은 것을 보고서야 간밤에 상황이 벌어졌는지 떠올린 그는 아직 곤히 자는 아이들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떨어뜨리고 나서, 문 앞에 베개를 안고 서 있는 제 남편을 발견했다.

 

어젯밤 아이들이 침대를 차지한 바람에 소파나 아드리안의 침대에서 잤을 빈센트의 시선은 무언가를 가늠하듯 침실 전체를 훑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불 보듯 뻔하여, 아이들이 깰세라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킨 린다는 살짝 졸음 섞인 목소리로 아침인사 마냥 그날의 첫 말을 건넸다.

 

“안돼요.”

 

그의 말에 빈센트는 그것이 무슨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궁금해 하지도 않고 어리광 부리듯 안고 있던 베개에 턱을 괴며.

 

“안돼요?”

 

하고 되물었다.

 

“더 큰 침대를 사면 둘 다 매일 여기서 자려고 할 거에요.”

“다 같이 자면 좋잖아요. 예전에는 이 침대에서 넷이 같이 잤는데, 우리 공주님이랑 왕자님이 이렇게 커서는.”

“빈센트.”

“나도 이브넘인데 나만 쫓아내고.”

 

가족들 다 같이 자는데 왜 나만 같이 못 자!로 설명할 수 있는 서러움을 어리광부리듯 떠들어댄 빈센트는 조금 늦긴 했으나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양 옆으로 걷어냈다. 쏟아지는 빛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침대 모서리쪽 빈 공간에 걸터앉아 아드리안에게 이불을 고쳐 덮어준 그는 안 될 걸 알면서도 다시 린다에게 허락을 구하려는 시도를 했다.

 

“정말 안돼요?”

“안돼요. 군말하지 말고 아침인사나 받아가요.”

 

시도가 불발이 된 것에 아랑곳하지 않은 빈센트는 상체를 린다쪽으로 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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