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뭐라고 붙여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빈린이야기
때는 늦은 한밤 중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 서재로 향하던 린다는 살짝 열린 응접실 문틈으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사용인들도 모두 잠든 밤, 응접실에 있을 사람은 한 사람 밖에 없었으므로 무슨 일인가 싶어 린다는 조심스럽게 응접실 문을 열었다.
의자에 앉아 무언가 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린다가 천천히 소파 근처로 다가서고 나서야, 소파 등받이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누워있는 빈센트의 모습이 보였다.
"빈센트?"
빈센트는 보이는 바와 같이 잠이 들어있었다. 담요도 안 덮고 왜 이러고 자고 있나 싶어서, 린다는 응접실 구석에 있던 담요를 들고 다시 빈센트 곁으로 돌아왔다. 빈센트에게 조심스럽게 담요를 덮어준 린다는, 문득 생각난 듯이 빈센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부지런한 사람이라, 언제나 린다보다 일찍 일어났으므로 자고 있는 얼굴을 보는 것이 참 오랜만이다 싶었다. 찌푸리고 있는 이마가 쌓인 피로를 보여주고 있어서, 린다는 무심코 손가락으로 그것을 문지르다가 맹한 눈빛을 하고 저를 올려다보는 빈센트와 마주하게 되었다.
"왜 여기서 자고 있어요."
당황한 것도 아주 잠깐, 린다는 익숙하게 남편에게 말을 걸었고, 린다의 목소리를 들은 빈센트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세워 앉았다. 그에 따라 담요가 스르륵, 밑으로 떨어졌다.
"잠깐 생각할 게 좀 있다는 게 그만...깜빡 졸았네요. 담요 고마워요."
잠에서 막 깨어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묘하게 매력적으로 들려왔다. 빈센트의 옆에 붙어 앉자, 익숙한 듯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온다. 아직 잠결인지,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 평소에는 선득할 정도로 날카롭게 빛나는 눈동자가 묘하게 멍했다. 이럴 때의 빈센트는 꽤나 솔직해지기 때문에, 린다는 살짝 빈센트 쪽으로 머리를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심란케하나요?"
질문을 들은 빈센트가 린다의 어깨에 기댔던 머리를 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른손이 느릿하게 린다의 뺨에 닿았다. 조금 꺼칠한 손가락이 린다의 뺨을 간질였다. 그러기를 한참, 망설이던 목소리가 린다의 물음에 답을 했다.
"린다요. 내가 린다를 사랑하는 거요."
"언제나의 고민이군요."
"언제나의 고민이죠."
빈센트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린다가 불행할까봐 겁이 나는데, 린다 곁에 있고 싶어요. 린다랑 함께 살아가고 싶어요."
"이미 그러고 있잖아요."
"내 사랑은 당신에게 불행이에요."
"당신은 한 번씩 좀 멍청하게 굴어요."
린다는 두 손을 뻗어 남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린다가 알기로, 빈센트란 남자는 한결같이 그대로였다. 성실하고, 야망이 있고, 잔혹하고 이기적이며, 처음과 같이 여전히 린다를 사랑하고 있다. 그 사랑은 린다의 것이었다. 빈센트 체이서는 린다의 것이었다.
"내 사랑이 당신에게 기꺼울리가 없어요."
"그건 이제 내거니까 그만 좀 고민해요. 돌려달라고 해도 안 돌려줄거예요."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미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이름을 평생 훔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영원의 공범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정말로요...?"
"사랑해요. 그러니까 쓸데없는 고민 좀 그만해요, 빈센트."
린다의 품에서 졸음과 다정함에 다시 몸을 맡긴 빈센트는 자그맣게 속삭였다.
"정말로 사랑해요. 당신이랑 함께 살아가게 해줄래요?"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띄운 린다는 빈센트의 등을 토닥이며 대답했다.
"그러지 않는 미래는 이제 상상조차 되지 않아요. 자, 잘자요 당신. 내일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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