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밤사이에 우린

250122

by 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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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바이스는 불침번을 서며 자신도 모르게 살짝 졸았다가 깨어났다. 옆에는 비올라가 곤히 자고 있었다. 에델바이스는 그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고 창밖을 내다봤다. 세상이 온통 하얗다. 간밤에 눈이라도 내린 모양이었다. 아주 얇게나마 눈이 쌓여있었다. 에델바이스는 오랜만에 보는 눈이 그저 반가웠다. 살짝 미소를 지으며 비올라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비올라, 일어나요. 밖을 봐요.”

“으으… 벌써 교대 시간이야?”

“아니요. 얼른 일어나서 창밖 좀 봐요.”

에델바이스는 비올라의 상체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비올라는 투정을 부리면서도 에델바이스의 손길이 퍽 편안한 듯 따랐다. 비올라는 몸을 완전히 일으켜 창문을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눈발이 다시 흩날리기 시작했다.

“잠시 나가서 놀래요?”

에델바이스는 어느새 그의 옆에 다가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비올라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긍정의 의미였다. 두 사람은 옷을 더 껴입고 밖으로 나갔다.

짓궂게 바람 부는 날씨보다 눈 내리는 날씨가 오히려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두 사람은 간만에 안식을 느꼈다. 흩날리는 눈발 가운데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마치 설원 한 가운데 둘만 동떨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비올라는 장난스레 웃으며 에델바이스에게 눈덩이를 던졌고, 에델바이스 또한 이에 응해주었다.

한 덩이 두 덩이 주고받다 보면 으레 승부욕이란 게 생기기 마련이다. 에델바이스가 던진 눈덩이가 비올라의 안면을 정확히 가격했다. 비올라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비올라의 얼굴에 묻은 눈 뭉치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에델바이스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비올라에게 다가갔다.

“비올라, 괜찮아요…?”

“…….”

비올라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에델바이스를 꼭 끌어안은 채 바닥으로 함께 나동그라졌다. 다행히 눈이 꽤 쌓여서 바닥은 푹신했다. 둘은 한참을 뒹굴며 엎치락뒤치락하다가 하늘을 보고 누웠다. 어느새 눈도 그치고 하늘에는 해가 비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잠시간 아무 말 없이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았다.

“비올라, 당신은 이 사태가 끝나면 다시 음악을 할 거죠?”

“응. …그런데 너는 꼭 아니란 것처럼 말하네.”

“…….”

에델바이스는 침묵했다. 비올라는 그의 침묵을 못마땅하게 여겨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에델바이스는 난처하다는 듯 웃었다.

“알잖아요…. 제 상태가 어떤지….”

“아니, 넌 음악을 해야 돼. 첼로를 해야 된다고.”

“왜 그렇게까지 단언하는 거예요?”

“그건…… 시끄러워!”

비올라는 눈을 한 움큼 집어서 에델바이스의 얼굴에 던졌다. 눈싸움이 다시 시작되는가 싶더니 에델바이스는 항복을 외쳤다.

“아, 아… 얼굴이 너무 시려요, 비올라….”

“그러니까 힘 빠지는 소리 좀 하지 마.”

“네, 알겠어요. 이제 눈사람 만들까요?”

“아, 그거 해보고 싶었던 거야!”

에델바이스와 비올라는 간만에 숨을 돌렸다. 이 새하얀 세상에는 꼭 두 사람만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250122, 에델바이스 감염 62일째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 걸 본 건 처음이다

아마 아주 어렸을 때 빼고?

여긴 원래 눈이 잘 안 오는데

아무튼 오랜만에 마음 놓고 놀았던 것 같다

에델바이스도 즐거워 보였고…

에델바이스가 첼로를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만약에 치료가 되어도 후유증 같은 게 남으면 어쩌지?

난 그 아이의 음악이 꽤… 마음에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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