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밤사이에 우린

희미한 밤사이에 우린 (10)

by 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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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같은 나날이었다. 에델바이스가 이 학교로 전학을 온 지는 한 달 남짓한 시간이었다. 에델바이스는 성실히 생활했으며, 평판도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게 의미 없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무난하게 지내고 있던 차였다. 그러니까 어떤 특별한 사건에 휘말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따스한 가을 햇빛이 유리창으로 스며드는 어느 날이었다. 에델바이스는 담임 선생님의 잔심부름을 받아 소설 몇 권을 대신 반납하러 가고 있었던 길이다. 나른한 날씨의 기운을 받아 하품을 크게 하며 말이다. 그런데 앞이 조금 소란스러웠다.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 에델바이스가 지나가야 하는 길을 제법 곤란하게 막고 있었다. 에델바이스는 학생 무리 너머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 기웃거렸다.

“먼저 길 막고 있었던 건 카터 마이스, 네 시중을 들어주는 무리거든?”

“하하하, 시중 들어주는 무리라니… 전부 내 친구들인걸?”

“비올라 알피나! 네가 카터한테 무슨 시비를 걸지 몰라서 미리 막고 있었던 거거든?”

“그래, 이럴 줄 알았다고!”

비올라 알피나? 에델바이스는 그때 그 무대를 떠올렸다. 풍성하고 강력한 화음, 경견하고 신비롭던 선율. 그 비올라 알피나? 에델바이스는 학생 무리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비로소 본 광경은 비올라가 누군가에게 달려들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손 다치면 안 되는데! 생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에델바이스의 몸은 반사적으로 튕겨져 나왔다. 주먹을 꽉 쥐고 있던 비올라의 손을 막기 위해 팔목을 잡았다.

“뭐야?”

순식간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전학생… 비올라… 막았어… 그런 말들이 들려왔다. 모두에게 난감한 상황이었다.

“아니… 그게… 싸움은……”

“뭐라는 거야? 너도 저 자식 추종자야? 한 대 패줄까?”

“아, 아뇨! 저는 그냥 지나가던…”

“그래? 네 사정은 하나도 안 궁금한데? 너도 패놓으면 조용해지겠지.”

“안 돼요!!”

한 차례 더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러니까 아까보다 훨씬 더. 전학생… 비올라… 들고 갔어… 이런 말들이 들려왔다. 에델바이스가 비올라를 들어 안고 그대로 도망가 버린 것이다.

“야, 이거 안 놔?!”

에델바이스가 비올라를 들고 가는 동안 비올라는 에델바이스에게 주먹질을 퍼부었다. 에델바이스는 그저 맞아주면서 말로만 비올라를 말렸다.

“아야, 손, 손 다치면… 아!”

그때 한바탕 큰 소음이 났다. 에델바이스가 넘어졌다. 그러니까… 비올라를 들고 있던 채로 넘어졌으니, 비올라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에델바이스와 도서관 바닥을 구르게 되었다. 팔이 여기, 아니 저기… 다리가…… 서로 완벽히 엉킨 상태가 되었다.

“너 뭐냐?”

“아뇨… 그게… 하아……”

에델바이스는 한숨을 푹 쉬었고, 비올라는 에델바이스를 아무렇게나 밀친 채 일어났다.

“아, 아야…”

“처음 보는데… 뭐야?”

“저, 저는 저번 달에 전학 와서…”

“아~ 그렇냐? 그런 건 안 궁금하고. 왜 말렸어?”

그게… 싸움은…… 에델바이스는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당신의 연주가 너무 좋아서 손 다칠까 봐 들고 여기로 도망 왔다는 이야기는 누가 들어도 못마땅하게 들을 것이다. 에델바이스는 얼굴을 붉히며 대충 얼버무렸다.

“아니, 그냥 싸우면 안 된다고요. 그… 손이라도 다치면…”

비올라는 역시나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에델바이스를 흘겨보고 있었다. 비올라는 에델바이스를 의심 중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흘겨보다가 비올라는 에델바이스를 두고 도서관을 떠났다. 간다는 짧은 인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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