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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려고 쓴 게 아니거든요?"

테트라

드림주 쌔비지


잘 지내고 계세요? 저는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죄를 짓지 않되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다면 잘 지낸다는 말을 전혀 믿지 않으시겠지만, 그럼에도 저는 첫 일탈과 함께 잘 지내고 있어요. 두 분께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평범하게.

 

 제가 능력자로 등록됐어요. 이제 사람들은 제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되었고, 두 분께서 지어주신 테트라 지오메트릭이라는 이름보다도 ‘직관의 테트라’, ‘PRINCIPLE’로 불리는 일이 더 많다는 뜻이에요. 두 분께서 그렇게나 싫어하는 능력으로 전투에 참여했던 첫날. 그날 저는 가장 깊은 죄의 늪에 추락한 걸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렇게 살아보니까요. 무슨 짓을 해도 능력이 발현되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음만을 알게 되었어요.

 

 조금은 무서웠던 것도 같아요. 이 사실을 들키게 되었을 때 생길 모든 상황을 상상하면서 겁부터 집어먹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거든요. 지금은 괜찮아요. 괜찮은 것 같아요. 도태되어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게 되는 것보다 능력자로서 어느 한 곳에 소속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이니까.

 

 그러니까 저는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거짓말에 대해 속죄를 할 생각도 없이, 그렇게요. 하지만 아직 이 이야기를 직접 말씀드리기에는 용기가 부족하니 훗날, 이 편지를 전달할 수 있을 만큼의 용기가 생긴다면. 그때가 된다면 저를 이해하고 능력자인 테트라 지오메트릭을 다정히 불러주실래요? 어쩌겠어요. 이게 나예요. 능력자로 태어난 저의 ‘평범한 삶’이에요.

 

 부디 제 전부를 사랑해 주실 날이 오기를.

살아지는 테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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