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여)화承(女)花] Star Boy, Cherry Girl!
22.01.23 작업 완료
※공백미포함 4,013자.
※2022.01.23 작업 완료
※죠타로 생일주간 기념 글이긴 하나, 생일 축하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카쿄인ts로, 승여화 연성입니다. 로맨스코미디물 같은 분위기를 노렸어요.
Star Boy, Cherry Girl!
1.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카쿄인 노리아키, 여자입니다. 나이는 18살, 고등학교 2학년이에요. 키는 168cm. 일본인 여성치고는 큰 축에 속해요. 마른 편입니다. 성격은… 음… 예민하다고 다들 그러시더군요.
“음? 카쿄인이 어떤 사람이냐고?”
이쪽은 쿠죠 죠타로, 제 애인입니다. 동갑이지만 생일이 달라서 제가 한 학년 아래예요. 잘생긴 얼굴과 큰 키 덕분에 교내에서도 인기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거칠어보여도 사실 엄청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이에요. 그 모습에 몇 번이나 반했는지 몰라요. 그 뿐인가요? 강하고 의지되기까지 합니다. 정말이지 얼마나 그의 뒷모습을 무작정 끌어안고 그의 듬직한 등에 기대고 싶었는지…. 죠타로는 저를 응석부리게 만들어요. 저를 무장해제 시킵니다. 그는 제 견고한 벽을 허문 유일한 사람이에요. …몇날며칠이고 그가 얼마나 대단하고 좋은 사람인지 말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니 여기까지만 할까요.
“작고 아담하지.”
…응? 저기, 죠타로. 네가 큰 건데. 저기, 내 말 듣고 있…?
“사람이 이렇게 작아도 되나 싶을 정도다.”
으응????????
2.
“좋아해. 좋아한다, 카쿄인. 좋아해….”
눈물 젖은 고백이었어요. DIO와의 결전에서 살아남은 저는 이후로도 간헐적인 격통에 시달리다 못해 의식을 잃곤 했고, 그 날도 그런 날이었습니다. 약기운에 혼곤한 와중에도 죠타로가 제 손을 잡은 채 울고 있는 게 보였고, 그의 고백이 들렸어요. 나도, 나도 좋아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어요. 입을 벙긋거리고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는 게 다였습니다. 그러나 죠타로에게는 그런 작은 몸짓만으로도 충분했나 봐요. 그렇게 우리는 다음날부터 연인이 되었습니다.
“죠타로,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뭐지?”
“나한테 고백했을 때 말이야. 그 때 왜 운 거예요?”
“…아아.”
죠타로의 방에서 데이트를 할 때였어요. 제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던 죠타로가 손을 멈추더니 저를 빤히 바라보는 게 아니겠어요? 아, 오늘도 잘생겼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큰 손이 슥 올라와 제 눈가를, 뺨을, 입술을 만졌습니다. 영문을 몰라 눈만 깜빡이고 있었는데 죠타로의 얼굴이 다가왔어요. 곧 제 입술에 촉, 하고 무언가가 닿았다가 떨어졌습니다. …죠타로의 입술이요! 어버버하고 있으니 죠타로가 제 손을 만지작거렸습니다.
“네가… 그 때는 이렇게 따뜻하지 않았다.”
죠타로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가라앉아 있었어요. 저 또한 죠타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것 같아, 얌전히 그의 손길을 받기만 했습니다.
“나는 각오가 되어있었어. 함께 여행을 떠날 때부터. 네가 DIO로부터 큰 부상을 입고 반 시체 상태로 실려왔을 때에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주하니 겁이 나더라.”
“…내가 진짜로 죽을 것 같아서?”
“그것도 두려웠고, 그래서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도 두려웠다. 그것만큼은 절대로 싫어서 저절로 눈물이 나오더군.”
“그래서 내가 눈을 뜨자마자 고백한 거구나.”
“네가 일어나기 한참 전부터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내가 좋냐고요.”
“당연한 말을 하는군. 그럼 너는 네가 싫냐?”
…이건 반칙이지-! 저런 낯간지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 하지만 더 부끄러운 건, 제가 아니라고 말도 못한다는 거예요! 왜냐면 난 죠타로를 정말정말 좋아하니까! 못된 쿠죠 죠타로!
“…내가 싫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랬어.”
“그것도 예상 안 한 건 아니지만, 그것도 네가 죽는 것보다 나아.”
뾰루퉁하게 말한 제 대답과는 다르게 죠타로는 진지하게 답해주었습니다. 제가 기쁨과 민망함이 뒤섞인 마음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그 모습을 본 죠타로가 장난스럽게 덧붙였어요.
“그리고 네가 날 좋아하게 될 때까지 진심전력으로 꼬셨을 테지.”
정말이지, 죠타로! 그런 부끄러운 말 당당하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어쩐지 얼굴이 뜨거웠어요. 분명 빨개져 있을 테죠. 애써 무시하고 죠타로에게 입을 맞췄어요. 이번엔 죠타로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그런 짓 하지 않아도 나는 죠타로를 좋아한다고요.”
“카쿄인….”
“느끼게 해줄래? 내가 살아있고, 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이거 유혹이냐?”
“분위기 깨지 말고.”
우리는 다시 입술을 부딪쳤습니다. 서로의 체온을 갈망하고, 서로의 숨을 갈급하고, 입술이 떨어지면 그것마저도 아깝다는 듯 다시 뜨겁게 접붙는, 그런 키스였어요.
3.
4교시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고, 교실이 곧 소란스러워졌습니다. 다들 기다리던 점심시간이니까요.
“어라? 카쿄인 쨩, 처음 보는 머리장식이네.”
“아. 이거 말인가요?”
죠타로가 기다리고 있는 옥상으로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학급 친구가 제 머리장식을 알아보더군요. 길게 내려오는 붉은 머리카락을 반으로 묶어 고정시킨 초록색 리본이었어요. 괜히 뿌듯해져 머리장식을 매만졌습니다.
“아는 사람이 선물해줬어요. 괜찮은가요?”
제 물음에 학급 친구가 난색을 표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아서 저도 그냥 웃었어요. 아마 안 어울린다거나, 촌스럽다거나 뭐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거겠죠. 맞는 말이에요. 그런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단 말이에요. 이건 무려 죠타로가 준 선물이니까! 장식이 헤져서 더는 사용하지 못할 때까지 매일매일 사용할 겁니다!
“평소보다 늦었네.”
“학급 친구가 머리장식을 알아봐서.”
“…뭐라 그러디?”
“별 말 안 했어요.”
옥상으로 올라온 저는 죠타로의 옆에 앉았습니다. 날씨는 화창하고, 바람은 기분 좋게 불고, 곧 맛있는 식사를 할 거고, 옆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사람이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도 있는 걸까요? 다리를 까딱이고 있자니 죠타로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정확히는, 머리장식을 향한 시선이요.
“…왜?”
“…내가 안목을 좀 더 길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거 말이야?”
“사실, 여자애들이 말하는 걸 들었다. 촌스럽다고.”
“누가 그래? 이건 말이야, 네가 준 거라고! 그 쿠죠 죠타로가, 날 위해서요!”
“카쿄인….”
“이것보다 훨씬 더 예쁜 걸 가져온다고 해도 소용없을 걸!”
“…안 예쁜 건 맞다는 말이로군.”
죠타로가 시무룩해졌어요. …그 모습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제가 너무 팔불출인 걸까요? 하지만… 키는 195cm에 덩치도 큰 남자가 주눅 들어서는 미안해하는 게… 너무너무 대형견 같은 거예요! 머리를 잔뜩 쓰다듬고 싶은 걸 겨우 참아내야 했답니다.
“그렇지만요, 죠타로. 내게 이건 엄청 가치 있는 거야. 평생 가보지도 않았을 팬시샵에 들어가서 나를 생각하며 신중하게 골라준 거라고 생각하면 나는 엄청 기쁘고 감동인 걸. …사랑받는 기분이 들어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긴 한데…. …역시, 다른 걸.”
“싫어. 평생 사용하고 다닐 거니까!”
“못 살겠군.”
죠타로가 민망한 얼굴로 웃었고, 저도 웃었어요. 아아, 그 날의 도시락은 정말로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죠타로는 제게 새 머리장식을 사주었어요. 훨씬 더 비싸고 예쁜 것이었지만, 그래도 저는 여전히 처음에 받았던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4.
“있잖아, 내 가슴 너무 작은 것 같지 않아?”
“으음~…. 모르겠는데. 오히려 보통 아냐?”
아, 또 시작이다. 왜 학급 친구들은 제 뒤에서 연애상담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알고 싶지 않은 것까지 다 알아버렸다고요. 생일 선물로 뭘 받고 뭘 주었는지, 어디 식당에 다녀왔는지, 최근에 왜 싸웠는지까지 전부요. 그런데 이제는 하다하다 가슴사이즈까지 알아야 합니까? 아! 저는 정말 궁금하지 않은데요. 제발 다른 곳에서 얘기해주면 안 되나요?
“그렇지마안… 남자들은 보통 가슴 큰 여자 좋아하잖아.”
최대한 듣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말이 제 귀를 찔렀습니다. 남자들은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한다. 죠타로는 남자고. 그리고 내 가슴은… 큰가?…. …아무리 봐도 작은데. 죠타로의 한 손에 잡히고도 남을 정도니까. 죠타로 손이 큰 걸 수도 있지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지? 카쿄인.”
“내 가슴이 너무 작은 것 같다는 생각…을?…. 헉!”
“…가슴이 뭐라고?”
“이, 잊어주세요, 죠타로!”
“그런 말을 하고 어떻게 잊어달란 거냐?….”
마, 망했다. 죠타로는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냐고 했지만, 이 상황이 문제라고요. 내 가슴이 작아서 네가 싫어할까봐 걱정된다는 이,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애인한테 하란 말이에요? 이런 민망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를! 눈앞이 핑핑 도는 것 같았습니다.
“카쿄인, 네가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작은 가슴도 좋다!”
“무,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작아서 말랑한 것도, 한 손에 다 들어오는 것도 다 좋다.”
미쳤나봐! 듣는 제가 다 창피한 기분이 들어서 애꿎은 죠타로의 등짝만 마구 때렸습니다. 죠타로가 아프다고 엄살을 떨었지만 제가 부끄러운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요!
“아야, 아프다, 카쿄인. 난 너라면 뭐든 좋은 거라고.”
“조용히 해요! 못하는 말이 없어!”
“정 그러면… 도와줄까? 만져주면 커진다는데.”
이게 뭔 소리야?! 어떻게 봐도 헛소리잖아요, 죠타로! 죠타로도 그걸 모를 리가 없는데, 어쩐지 죠타로의 눈빛은 진지했어요. 목소리도 가라앉았고요.
“싫어?”
“…그렇게 물어보면.”
싫을 리가 없잖아요…. 죠타로가 해주는 스킨십이 좋고, 만져주는 게… 좋아요. 어쩐지 휘말린 기분이 들었지만, 좋은 걸 좋다고 하지 뭐라고 하나요. 잘 부탁한다고 하는 수밖에.
5.
SPW재단의 병원으로부터 정기적인 검진이 있는 날이었어요. 많이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위험한 부상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최근에 들어서는 고통도 없고, 먹는 양도 늘어났습니다. 죠타로도 요즘 잘 먹는 것 같다고 좋아해줬고요.
“카쿄인.”
“오래 기다렸어요? 죠타로.”
“그다지. 의사는 뭐라 그러디?”
“많이 좋아졌대요. 약도 안 먹어도 될 것 같다는데? 필요시 진통제만 처방 받았는데, 내 생각에는 이것도 먹을 일이 거의 없을 것 같아.”
“다행이군.”
죠타로의 큰 손이 제 배를 어루만졌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죠타로의 손 위에 제 손을 얹으며 웃어주었습니다.
“괜찮아, 죠타로. 난 후회하지 않아.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날만 생각하자고요. 응?”
“…그러지. …카쿄인.”
“응?”
“살아돌아와줘서 고맙고, 내 옆을 선택해줘서 고맙다.”
“…나도. 날 선택해줘서 고마워요.”
마침 날씨가 좋았어요.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데이트는… 글쎄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가로수길을 걸어도 좋고, 레스토랑에 가도 좋을 것 같아요. 서로의 집에 놀러가도 괜찮을 것 같네요. 죠타로와 함께라면 뭐든 좋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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