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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토모의 이야기

w/ 아야 테츠

아야 테츠가 사라졌다.

단순히 글자만 나열하면 특이한 점은 없었다. 원래부터 UGN에 정식으로 소속된 오버드도 아니고, 일리걸로서 간간이 임무를 맡아주는 데다가, 타고난 천성 또한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쌍둥이가 있는 장소에만큼은 얼굴을 비추고는 했기에, 테츠가 자리를 비웠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 대부분은 유명한 괴도처럼 곧 돌아오겠거니 생각했다.

오직 한 사람, 아야 토모만큼은 이변을 눈치챘다.

부재를 듣고 찾아온 그의 방은 지독하게도 고요했다. 언제나 같은 상황. 며칠 뒤에 찾아오면 ‘토모 쨩’하고 저를 부르겠지. 가볍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이변은 확실하게 저를 드러냈다.

달랐다. 단순히 방의 고요함이 다르다는 사실로 이를 알아차린 건 아니었다.

《무음의 공간》 이펙트를 사용할 수 있는 토모이기에 알 수 있었다. 이는 공간의 기척을 차단하는 것과는 다른 결의 힘이었다. 따지자면 ‘은밀’에 가깝다. 자신의 현 장소는 물론이며 그 발자취까지 일절 남기지 않은 행위.

엔젤 헤일로도 우로보로스도 아닌 그가 어떻게 은밀 이펙트를 사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은 비단 노이만이 아니어도 금방 풀렸다.

‘유산.’

아야 테츠가 기어이 계약에 성공하고 손에 넣은 유산. 밤의 작은 새의 기록에는 분명 계약자의 기척을 차단하여 은밀하게 만들어 준다고 했던가. 정말 지 같은 거랑 계약했다니까. 일찍이 했던 투덜거림이 다시금 튀어나왔다.

단순히 자리를 비운 거면 이렇게까지 은밀하게 사라질 이유는 없다. 요컨대, 그는 단순히 사라진 게 아니라 ‘잠적’했다. 이곳에 돌아올 생각도 없이, 영영. 작별 인사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작은 메모조차 없었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는 자유로운 바람이다. 끝없는 창공을 떠다니는 유랑자와 같은 존재다. 한정된 공간에서만 순화하며 바람을 일으켜 주는 토모와는 전혀 달랐다. 자유롭기에 그의 의지에 반해 잡아둘 수 없다. 이는 쌍둥이들만이 아는 고명한 사실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이곳에 남아있던 건 단지 '아야 토모가 아야 테츠를 의지하고 있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쌍둥이에게 집착하고 있는 건 언제나 토모였다. 홀로 오버드로 각성하면서 한 번 포기했다가 다시 이어져서 그런 걸까, 그는 가족과의 유대, 인연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자유분방한 테츠가 짜증 난다고 하면서도 그가 다른 곳으로 떠나고자 하면 붙잡거나 따라갔다. 팔자에도 없었던 유산 계약도 결국 이 집착 탓에 일어난 일이지 않은가.

테츠 역시 이를 이해했다. 비단 그가 노이만라서가 아니라 이전부터 그런 동생의 심리를 잘 파악했다. 그 때문일까, 그는 언제나 토모의 손이 닿는 거리에 있어 줬다. 그것이 가족을 향한 배려인지, 아니면 단순한 동정인지는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그렇게 생각해서 이곳에 있던 그가 이제는 없다는 사실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는 '아야 토모가 더 이상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해 사라졌다.

헛소리. 직접적으로 그렇다고 말했으면 토모는 바로 거의 멱살을 잡고 대답했을 것이다. 네 잣대로 내가 무얼 필요로 하는지 판단하지 말라고. 머리 회전이 빠르고, 남을 잘 파악한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아냐고. 쌍둥이라고 뭐든 다 아는 건 아니라고.

애초에, 우리는 쌍둥이라고 해도 달라도 너무 달랐다.

모든 쌍둥이가 닮으라는 보장은 없었다. 성별마저 다른 이란성 쌍둥이니 더더욱 닮을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둘은 근본적인 부분에서 달랐다. 다르기에 서로서로 생각에, 행동에 공감하지 못했다. 그나마 테츠는 이해하기라도 했지, 토모에게는 그를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이해했으면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쓸모없는 가정이다. 어차피 결과는 똑같았을 테니까.

토모는 남고, 테츠는 사라진다. 세상을 몇 번이고 뒤집어도 변하지 않을 결과다.

바보 같은 놈. 아무리 다른 소중한 사람이 생겨도 그들이 테츠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해도, 공감도 못 한다고 해도 그는 단 하나뿐인 제 쌍둥이다. 말은 지지리도 안 듣고 사람 골 썩히는 일만 벌여도 그것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토모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차라리 다른 때처럼 그냥 훌쩍 사라졌다가 훌쩍 돌아오지. 잠적을 택한 그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어째서. 언제나 잃는 건 나일까.

 

고요한 공간에 멜로디가 울렸다. 상념에 빠졌던 토모는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주머니를 뒤적였다. 주머니에서 꺼낸 핸드폰에서 착신음이 흘러나오고, 화면에는 ‘츠치우라 나나미’가 표시되었다. 받을까 말까. 짧은 고민 후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

“여보세요? 토모짱? 괜찮아!?”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들리는 소리에도 토모는 익숙하다는 듯 핸드폰을 멀리 떨어뜨렸다가 다시 귓가에 가져다 댔다. 비오버드라지만 UGN과 협력하고 있는 상대니, 테츠에 대한 이야기도 건너 건너 들었겠지. 활달한 성격만큼이나 소식도 빠른 사람이었다. 테츠가 사라질 때마다 매번 저를 걱정해 연락하는 사람도 나나미 정도였다.

다시 답하기 전에 토모는 목을 가다듬었다. 전화 너머라고는 하나 유산으로 인해 변한 목소리가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는 일이다. 특히 상대는 비오버드이니 더욱 신경 써야만 했다. 그 때문에 말하기까지 조금의 딜레이가 생겼지만, 나나미는 신경 쓰지 않겠지.

“난 괜찮아. 신경 안 써.”

“그래? 다행이다. 내가 지금 시간만 되면 바로 토모 짱을 만나러 갈 텐데.”

“정말 괜찮다니까. 오늘 크리스 선배랑 칼립소 선배하고 만나기로 했다며. 괜히 약속 파기했다가 또 무슨 소리 들으려고.”

누가 누구를 달래는 건지. 이런 순간에도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작게 냈다고 생각했는데, 그 소리를 들었는지 나나미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한 층 높아졌다.

“걱정 마! 테츠 군은 매번 그러고도 다시 돌아왔잖아. 이번에도 금방 돌아올 거야.”

“아니야.”

“토모... 짱?”

직전과 달리 단호한 말에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당연히 그러겠지. 이전의 토모였으면 말을 흐리거나 짜증 내면서 ‘그럴 거면 애초에 나가지 않으면 되잖아!’하고 대답했을 테니.

하지만 아닌 건 아니다.

“더는 안 와.”

“그게 무슨….”

“그 녀석, 이제 다시는 안 올 거야.”

말에는 구속력이 존재한다. 테츠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단언한 순간, 토모는 무언가 끊기는 감각을 느꼈다.

아, 잃어버린다.

오랜 기간 끌어안고 있던 것. 이는 아마도 자신이 태어난 순간부터 안고 있었던 소중한 무언가다. 소중하지만 항상 외면해 왔던 것. 외면했어도 언제나 제 곁에 맴돌았던 것. 아야 토모가 ‘아야 토모’로 존재하기 위해 붙들고 있었던 것.

태워진 사진처럼 다시는 돌이키지 못하는 인연이 보이지 않는 재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팔이 내려간다. 핸드폰 너머로 나나미의 당황한 목소리가 그저 멀게 들린다. 멀고, 또 멀어진다.

지독한 적막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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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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