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ulbfish
…통기타가 뭐 어때서요? 어쨌든 노래가 죽여주면 땡 아니냐구요. 야, 그래도 그렇지 통기타가 뭐냐? 게다가 그 머리 모양은 어떻고? 무슨 좆대가리처럼 생겨서는. 아오 씨팔, 아저씨는 무슨, 노래를 눈으로 들어요? 예? 눈깔이 장애니까 보는 눈도 장애야? 존나 좋잖아요, 레리삐! 니 좆대로 해라! 거 새끼, 아가리 한 번 험하게 놀린다. 쌍판때기에 달린 그건
이봐, 데모. 으아악, 씨발!!!!!!! 하고 스카웃이랑 데모는 동시에 비명을 질렀음. 씨발이라고 한 것마저 똑같았음. 스카웃은 스파이를 미리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데모한테 앵앵대느라 까맣게 모르고 있었음. 주의력 발달 장… 아니다. 이 소리까지 하면 스카웃이 너무 불쌍하니까 속으로만 놀려대야지. 음. 좌우간 만담 콤비가 질겁을 하거나 말거나 스
데모는 술병을 끌어안고 편하게 소파에 누워있었음. 아, 아주 편하지는 않았음. 키가 크다보니까 장딴지 언저리는 반 정도 소파 바깥으로 삐져나가 있었음. 소파 가장자리는 베고 눕기에는 살짝 높았고. 어쨌든 항상 딩굴던 곳이었으니까. 들고 있는 게 사과주 술병이 아니고 손에 쏙 들어갈 만큼 작은 크리스탈 술병이라는 것만 빼면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음. 스파이는
술이 땡겼음. 그냥 필름이 끊길 때까지 실컷 퍼마시고 곯아떨어지고 싶었음.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취기가 돌기 시작하면 무슨 말을 하게 될 지 모를 것 같았음. 스파이를 상대할 때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음. 저 징글맞은 독사새끼는 얻고 싶은 게 있으면 끈덕지게 물고 늘어져서 반드시 원하는 걸 캐내고야 마는 놈임. 씨발, 야비하고 음흉하고 음험한 첩자새
황야의 상아탑에 스스로 감금되기를 원한 늙은 은둔자와, 저 홀로 탑을 수호하는 검은 원탁의 기사라. 한편, 스파이는 어깨 너머로 담배를 피우는 데모를 흘겨보면서 생각했음. 고루한 비유지만 신선한 구도군. 처음에는 술에 취한 데모의 상태를 보고 일이 잘 풀리리라고 기대했음. 취해서 기분이 좋은 데모는 수다쟁이였고, 심각한 일이 아니라면, 몇 번 찔러보는 것으
일이 더럽게 돌아간다. 데모는 속으로 이를 갈면서 생각했음. 독한 담배연기가 소파 주변을 뽀얗게 맴돌았음. 어젯 밤에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고 난 뒤의 부엌 상황 같기도 함. 미션 때 레드 솔저랑 신나게 폭격질하면서 싸우고 난 뒤에 남은 연기 같기도 하고. 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토끼 사냥이었음. 토끼 굴은 복잡하잖아. 그러니까, 굴 속에 있는 토끼를
미안, 닥터. 짧지만, 충분한 대답이었어. 너무나도 충분한. 마치 완벽하게 마무리되어 더 이상의 여지가 없는 이야기의 끝자락처럼 말야. 해피엔딩이 아니란 게 문제였지만. 대답은 차마 할 수 없었어. 입이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대신 작게 고개만 끄덕였어. 평소에도 둘 사이에는 긴 말이 필요하지 않았지. 그냥 눈짓 하나, 고갯짓 한 번만 봐도 의사소통이 가능했
얼마나 지났을까? 황무지에 있는 베이스 의무실에는 창문이 없음. 불빛은 조명등이 다임. 시계도 박살났으니까 시간을 알고싶어도 뭐 도리도 없고… 자명종이 울리고 나서 꽤 지나긴 했지. 아침은 지난 게 확실함. 숙취는 어느 정도 나아진 것 같음. 잔뜩 곤두서있던 속도 가라앉았고. 그러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진단 말이지. 다른 놈들은 뭐하고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이 자식이, 축구랑 풋볼은 다르다니까 그러네? 뭐, 새꺄. 니네가 축구를 갖고 가서, 풋볼을 만들고, 그니까 그게 그러케 된 거 아니냐고. 꼽냐? 되긴 뭐가 돼? 짜식아. 우선 봐라. 이 똥그란 게 축구공이고, 그리고, 길쭉한 이게 풋볼이다. 봐라, 이게 똑같이 생겼냐? 공은 공이잖어, 그니까. 발로 까는 것도 똑같잖냐. 봐라, 풋볼. 까지? 축구공.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