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포(엔딩못냄. 낼 생각도 없음)

나쁜 놈, 더 나쁜 놈, 술 취한 놈

bad, wicked, and drunk

보존용 by Bulb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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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데모.

으아악, 씨발!!!!!!! 하고 스카웃이랑 데모는 동시에 비명을 질렀음. 씨발이라고 한 것마저 똑같았음. 스카웃은 스파이를 미리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데모한테 앵앵대느라 까맣게 모르고 있었음. 주의력 발달 장… 아니다. 이 소리까지 하면 스카웃이 너무 불쌍하니까 속으로만 놀려대야지. 음. 좌우간 만담 콤비가 질겁을 하거나 말거나 스파이는 태연하게 자기 입가를 가리키면서 말했음.

담배 있나?

아닌 게 아니라 스파이는 평소와 좀 다른 모습이었음. 응, 담배. 스파이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그거. TV 볼 때도, 화장실 갈 때도, 여자 전화번호 딸 때도, 심지어는 잠잘 때도 물고 있길래 저 놈은 그 짓거리 할 때도 물고 있는 거 아니냐, 하고 과묵한 사나이인 스나가 뒷다마를 깔 정도로 항상 물고 있었던 바로 그 담배가 없었음. 뭐,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평소에도 서로 사이가 안 좋기는 했지만.

야이… 우라질 씨발라먹을 놈의 개구리 뒷다리같은 새끼야, 여기가 염병할 전투 지역도 아니고, 니 집 안방 쳐다닐때도 그딴 식으로 발소리 하나 안 내고 귀신들린 고양이 새끼마냥 지랄맞게 싸돌아다니냐? 심장마비 걸려서 뒈지시는 줄 알았잖아!!!!!!!

…라고, 데모맨이 욕질을 퍼붓는데, 스카웃은 그냥 놀란 토끼눈만 뜨고 소파에 자빠져 있었음. 유령처럼 나타난 스파이 때문일 수도 있고. 구수하니 저절로 고향생각이 나서 눈물짓게 만드는, 쏘울이 실린 데모의 입담에 감탄한 나머지 정신줄을 잠시 놨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쨌든 스파이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되받았음.

직업상 어쩔 수 없이 몸에 밴 습관이라서. 덕분에 본의 아니게 점잖은 신사분들의 사교적인 시간을 방해하게 된 모양이군. 가지고 있지?

속 빤히 보이는 입에 발린 소리는 집어치워라, 앙? 보험 들어놨냐, 샛꺄. 내 주머니에는 무슨 당연하게스리 니 담배가 들어있는 줄 아냐? 있긴 있지.

잘 됐네, 한 까치 줘.

지랄. 니껀 엇다 팔아먹고 구걸질이야?

아무래도 다 떨어진 걸 깜빡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실수할 때도 있는 법이지. 안 그런가?

프로람서? 실수는 안 하는 거 아녔냐? 여튼간에 엿이나 빨어. 주는 것도 없으면서 지 아쉬울 때만 매달려요. 너도 참 천직이다.

그래? 뭐, 안타깝지만 하는 수 없지. 마침 신사분들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담소를 나눴는지에 대해서 소소한 흥미가 동하네만?

니 그거한테나 가서 놀아, 호모새꺄. 너한테는 해 줄 말 없으니까.

흠… 그러고 보니 여기 작은 스카웃이 있었군. 반갑네, 소년. 연애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신가?

…아 썅, 가만있는 나는 왜 걸고 넘어져!!!!!!

그 말에 스카웃이 부동자세에서 풀려나서 빽하고 소리를 질렀음. 스카웃은 스파이가 질색이었음. 입은 험해도 웬만하면 자기를 우쭈쭈 해 주는 데모랑은 달리, 저 놈의 스파이는 남이 뭐라고 해도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흘려들으면서 남의 아픈 데만 신나게 찔러댔기 때문임. 오직 자기 재미만을 위해서 말이지. 근데 이런 스카웃의 반응은 오히려 스파이의 새디스틱한 흥미만 더 돋구고 마는 결과를 초래했음.

오, 이런. 거창한 환대 감사하네. 그런데 반응을 보아하니, 여전히 동정 탈출의 희망은 요원한 모양이네만?

씻빨, 난데없이 그딴 이야기는 왜 꺼내고 지랄이야!!!! 데모, 저 새끼 좀 어디 쫓아버려요!

…들었냐? 후장털이 전문가 선생. 스카웃이 너 쫓아보내래.

고매한 평가 감사하네, 스코틀랜드산 사과주 애호가 선생. 그런데 이렇게 융숭한 대접을 받고 나니, 한 층 더 대화 내용에 대한 흥미가 샘솟는군. 이대로 물러나면 궁금증으로 편히 잠에 들지 못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네만.

아, 그 점이라면 안심하셔. 그딴 이야긴 할 필요도 없거덩. 스카웃은 여전히 어엿한 동정이니까. 온 세상 계집애들한테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

데모오오오오!!!!!!!!!!!!!!!!

스카웃이 비통한 비명을 내지르며 데모 쪽을 노려봤음. 그런데 오히려 데모는 스카웃을 마주보며 씨익, 하고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거였음. 마치 기원 전부터 활활 불타는 시꺼먼 지옥 밑바닥에서 구르다가 기어올라온 것 같은 악마의 미소였음. 스카웃은 사색이 되고 말았음. 아무래도 데모한테 뭔가 즐거운 생각이 떠오른 모양인데, 그게 암만 봐도 스파이를 향하고 있는 느낌은 아니거든? 게다가 스파이까지 옆에서 먹이를 노리는 뱀의 눈빛을 쏘아보내고 있었음. 스카웃이 TV 보면서 냠냠했던 감자칩 얹히게스리. 아주 재미나다는 듯이 능글능글 웃으면서.

아, 저런. 심심한 애도를 표하네, 동정. 아니, 소년. 이런, 말실수를 하고 말았군.

지랄하지 마 호모새꺄!!!!! 말실수 아닌 거 다 안다고!!!!! 손수건으로 눈가는 왜 닦고 난리야?!

…애도의 감정은 잠시 접어두도록 하지. 그렇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까? 이렇게 꽁꽁 숨기는 걸 보아하니, 아마도 탐정 소설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인 모양이야. 아, 미안하네. 우리 스카웃 소년께서는 감성적인 로맨스 소설 쪽이 더 취향이신가?

소설 아니고, 노래다, 노래. 우리 귀여운 스카웃이 아무래도 유행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모양이더라구? 글쎄…

쌰앙!!!!!!! 데모, 한 마디만 더 하면 진짜 야구빳따로 때려죽일 거야!!!!!!

어이구, 무서워라. 근데 어쩌냐? 아무래도 나보다 내 입이 더 취한 것 같은걸? 요렇게 지 멋대로 술술 움직이는 걸 보니까. 술 좀 작작 해야 할 것 같아. 흑흑. 좌우간 비틀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호오… 시대가 잃어버린 자연의 본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 스카웃 소년이, 드디어 현대 문명에 관심을 가지게 된 모양이군 그래. 이거 감동적인 이야기군. 이런 식으로 청자의 흥미를 돋구다니, 이야기 하는 법을 좀 아는 모양이야. 외눈박이 스코틀랜드 신사 양반.

거 하나밖에 없는 눈깔에 습기가 차는구만. 칭찬 고맙네, 예술과 호모의 나라에서 오신 후장털이 전문범 선생.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떻게 생각하냐? 우리 귀여운 이빨요정 선생아.

물어보고 자시고 할 게 어딨어?! 당연히 안 되죠!!! 그리고 두 인간 다 나가 뒈져버려!!!!!!!!

미안하네만 소년, 이건 나도 어쩔 수 없는 문제라네. 자네가 시야에 들어오면 괴롭히고 싶은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거든. 아무래도 자네의 흘러넘치는 야성미가 그렇게 만드는 모양인가 싶어.

이런, 아무래도 나도 죽을 때가 됐나봐. 저 비리비리한 개구락지 생각에 동감할 날이 올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술이나 실컷 마셔둘…꺼억.

도저히 이런 미친 인간들이랑은 같이 못 놀겠어!!!! 씨발, 가요, 가. 내가 더러워서 진짜!!!! 둘 다 다음 미션때 뒷통수 조심하라고!!!!!!!!!!!!!!!!

…이렇게, 스카웃이 머리 꼭대기까지 새빨갛게 물들어서는 자기 방으로 달려가 버렸음. 뒷모습이 하도 처량해 보여서 혹시 울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음. 스파이는 어떡해, 무지개를 보니 울 것 같아… 풉. 하고 조그만 소리로 중얼거렸지만.

데모는 스카웃이 사라지자 몸을 한껏 쭉 펴고 소파에 드러누웠음. 어, 편하다. 하고 한숨을 토해내듯이 중얼거리면서. 그 모양을 보면서 스파이가 이죽거렸음.

상처입은 하이랜더가 왕좌를 되찾았군. 이제 포상의 시간인가?

알아쳐먹을수 있는 말을 해라, 개구락지 새꺄. 솔저도 담배 피잖어, 그놈한테 구걸하던가.

불이 꺼져있었어. 슬슬 취침 시간이긴 하지. 고작 촌구석의 싸구려 담배를 사기 위해 외출할 만한 시간은 아니지만.

지랄한다. 니는 무슨 담배에 금박 말아서 피워대냐? 담배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전문가는 그에 어울리는 담배를 피울 권리가 있지. 카이사르의 돈은 카이사르에게, 애연가의 담배는 애연가에게. 뭐, 자네쪽은 애연가보다는 애주가라는 주석이 더 어울리긴 하겠지만. 하여간 이런 늦은 저녁시간에 곤란한 처지에 놓였으니 어쩌겠나?

자, 이 프랑스 개구락지 새끼를 어떻게 쫓아내야 하나…

담배 주기 전까진 안 갈거야.

…니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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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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