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다녀왔습니다, 텐.”
안으로 들어가니 참으로 엉망인 풍경이 렘브리안트를 맞이했다. 언제 왔는지 새플리가 탁자에 티세트를 차려놓고 텐이 옆에서 말을 걸고 있었다.
“새플리 함장, 아버지에게 너무 디저트만 드리는 거 같지 않나요?”
“렘브리안트는 이거 좋아한다고 하셨는 걸?”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아버지의 몸 상태를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이 들어온 것도 모르고 둘의 대화는 더 이어진다. 새플리 내려놓는 접시를 텐이 집어 들더니 과자의 칼로리를 스캔하고 이거 보다는 샐러드를 드려야 한다고 반박하자 새플리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저러고 있으니 정말로 나이차가 얼마 안 되는 형제 같아 보인다고 생각하며 렘브리안트가 둘을 부르려는 순간 허공에서 할로가 나타났다. 변함 없이 능청스러운 얼굴에 렘브리안트가 반응하기도 전에 새플리가 어디선가 꺼내든 샷건을 할로의 배에 겨누더니 방아쇠를 당기고는 다시 텐과 이야기를 이어갔다.
“렘브리안트가 자기 몸 관리 못 할 정도로는 바보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무절제하게 주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뭐야, 나는 아주 무시하…….
한 발 더. 이번에는 할로의 머리를 정확하게 노리면서 쳐다보지도 않는다.
“네놈이 하는 말은 지난 몇세기 동안 레파토리가 거기서 거기야. 업데이트 좀 하시지.”
“새플리, 안 본 사이 할로를 대하는 것이 능숙해지셨군요.”
“아?”
“아버지, 오셨습니까? 아버지가 계신 줄 몰랐습니다. 새플리 함장, 아버지 앞에서 총을 쏘는 건 자제해주십시요.”
“전 괜찮습니다.”
“아뇨, 아버지는 재탄생으로 감각기관의 활성을 얻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충격 감각은 어린 신체의 부담이됩니다. 주의해주세요, 새플리 함장.”
“그런건가요, 렘브리안트!?”
“아니, 괜찮습니다.”
“아버지의 심박수와 신체 긴장도의 상승을 감지. 어린 신체의 안정적 환경은 중요 사안입니다.”
“주의하겠습니다.”
괜찮다. 자신이 정말로 어린 개체인 것도 아닌데 왜 저리 호들갑인건지.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할로가 작게 혀를 찬다 싶더니 그대로 사라진다. 이전과 다르게 많이 허약해진 거 같은데 자신이 이전과 달라진만큼 할로에게도 이상이 생긴거라면 확인해 보고 싶은 다는 생각을 하며 렘브리안트는 바닥에 떨어진 접시를 주워 자리에 앉았다. 아직 떨어진 쿠키를 치우고, 더 있다면서 새플리가 꺼낸 쿠키가 다시 접시를 채운다.
“이걸 다 드시면 운동을 하시기를 권장합니다, 아버지.”
“제 몸은 그렇게 어린아이 수준이 아닙니다.”
“새플리 함장도 운동을 하시는 것을 권유해드립니다.”
“그러니까-이제 함장직 그만둘거니까 호칭을 바꾸는 건 어때?”
보글보글 물이 끓기 시작한 찻주전자를 들고 새플리가 말을 덧붙인다.
“어떻습니까, 새플리. 함장직 은퇴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습니까?”
“일단 그동안 일을 해온 것도 있고 란타나가 함장일을 하기로 해서 인수인계 중이고, 부함장은 누구로 할지 함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중인데 조만간 정해질 거 같아요.”
“그렇군요. 새플리와 모두가 정한 일이니 괜찮을겁니다.”
“그럴까요?”
“아버지께서는 당신을 믿고 계시니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어떻습니까?”
“힘, 낼게요.”
밀크티를 세 잔 따르면서 새플리가 작게 대답했다.
“너도 한 잔 음, 일단 가지고 있어. 혼자 앞에 아무것도 없으면 이상하잖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상하다의 사전적 뜻은 무엇인가 정상적인 것과 달라 별나거나 색다르다 라는 것으로 본디 안드로이드는 음식을 먹지 못 함으로 음식을 주는 것이 더 이상한 쪽이라고 판단됩니다만 저는 아버지 덕분에 맛보기는 가능합니다.”
“그럼, 걍 맛이나 봐.”
차와 과자가 어울려진 티타임을 나누며 앞으로의 계획을 나눈다. 준비할 물품들도 사놓고, 출발 일정을 조율하고 그 안에 일을 전부 마무리 짓을 수 있게 하고-
“그러보니 우리가 떠나면 할로도 딸려올까요?”
“제 위치가 강제성을 가지지는 않겠지만 저를 방해하고 싶어하는 그의 성격상 따라올지도 모르겠네요.”
“하긴 함대에 남겨 두는 것보다는 낫겠네요.”
골치 아픈 녀석이 어떻게 될지도 정했으니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일까. 세사람의 이야기는 곧 새플리가 하는 개인적인 과거의 이야기들, 할로가 일으킨 사건 수습이라든지, 메피스토펠레스의 실험에 의한 일들이라든지 같은 헤일로 함장이 자리를 비웠을 때의 이야기로 흘러갔다. 물론 렘브리안트는 그동안 일어났을 사건들은 기록된 보고서나 기사들로 이미 읽었지만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다른 감흥을 빚어내는 것이 그는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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