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li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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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님


Eclipse Vol.0̴̨̮͇̲͋̆͂̃̒̄͜͞͡ͅ0̶̡̖̗̮̝̀́͌͒̃̒̊̕͘0̴̣̠͇̫̭̽̊͊̋̓͡͞ͅͅ

정보제공자: 김 리나, 티엔 정, 그랑플람 재단 아시아 지부 스카우터

손짓 하나가 주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천재지변과 닮은 힘을 휘두르기 시작한다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능력

 나? 나는 다른 조선인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그만큼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소. 어느 날 갑자기 발현한 능력만 제외하고 본다면 말이지. 아주 기이한 능력이었소. 손이 닿았다 하면 그게 무엇이든 잘려 나가기 일쑤였거든. 뭐든지. 전부 다. 그래서 손에 닿는 걸 전부 치워버렸더니 이제는 손가락 하나만 까딱여도 근처에 있던 것이 잘려 나가는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니겠소? 그래서 내 어머니 되시는 분께서는 감당하지 못할 해를 부르게 될까 두려움에 떨며 그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된다 당부하셨지.

 "그건 아주 위험한 능력이다."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게 여길 것이 아니야. 아주 두려운 것이지."

 위험한 능력? 그 시절의 나에게는 그저 성가시게 관리해야 하는 골칫거리였을 뿐인데도. 어쩌면 어머니께서 정말로 두려워하던 건 내 능력이 아니라…….

개화

 모든 일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능력 역시 그랬소. 조절하지 못해 주위를 죄다 죽죽 잘라먹어 난감하던 날은 천천히 능력에 익숙해지는 발판이 되었고, 마침내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것만을 골라서 깔끔하게 가를 수 있는 조절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지. 어머니는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며 희미한 미소를 지으셨었는데……. 아마 이제 숨길 수 있게 되었으니 평생토록 사용하지 말라, 그리 강요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았지만. 그렇지만 엄마. 이 능력은 너무 편리해서 가끔. 아주 가끔 나도 모르게 절로 툭 튀어나오게 된다니까요. 당신께서도 이런 능력이 있었다면 분명 날마다 한두 번은 사용하셨을 건데.

 뭐, 어쨌든 다룰 수 있게 된 능력은 내게 많은 것을 안겨줬소. 그래봐야 거창한 일에 사용한 적 없고, 사용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해봐야 질긴 육포를 쉽게 죽죽 자른다던가, 과일 껍질을 잘게 잘라서 쉽게 처리하는 정도? 그런데도 왜 '많은 것'을 안겨줬다고 하느냐면.

 "반갑군."

 티엔 정. 그의 흥미를 끌었으니까.

스카우터

 그는 비좁은 마을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내였소.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에 우락부락 다부진 체격을 가진 새카만 남자. 그런 이가 대뜸 찾아오더니만 인사를 건네고, 뭐 다른 말 없이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그럼 이 험한 세상을 무사히 살아가야 하는 여인이 뭘 어쩔 수 있겠소? 자연스레 나쁜 의도로 찾아온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나는 슬금슬금 반걸음씩 뒷걸음질 치며 그에게 또박또박 물었소.

 "누군데 인사를 하는 거요?"

 "네가 쓸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들었다."

 "능력? ……어!"

 능력. 분명 능력이라고 했다! 마을 한복판에서 면 보자기를 좍좍 찢고 있어도 남들은 올 하나 안 나가게 잘도 찢는다며 신통방통하다 구경하기 바빴는데, 저 남자는 이게 남들과 다른 무언가라는 걸 정확히 알아봤다고!

 "그거 큰 소리로 말하지 마시오!"

 하지만 숨기고 살기로 약속했으니까. 그래서 펄쩍 뛰었더니만 그러거나 말거나 새카만 사내는 내게 손을 내밀며 뭐라더라?

 "너는 네 능력의 가능성을 모르고 있군. 나는 네가 가진 힘을 더 강하게 성장시켜 줄 수 있다."

 별꼴일세, 정말. 강해지고 싶다 생각한 적도 없는데. 그래서 불쑥 내밀어진 남들과 다른 색의 투박한 손은…… 덥석 잡기가 좀 꺼려졌었지. 그 손이 타인과 다른 색을 띠고 있기 때문은 아니고, 그냥. 손을 잡는 순간부터는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거대한 무언가에 휩쓸리게 될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기에. 하지만,

 "당신은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나 보오?"

 "그렇다고 한다면?"

 '그럼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왜 하필 내게 생겨난 것이오?' 처음 능력이 발현됐을 때부터 작은 씨앗의 모양으로 심어졌던 호기심이 드디어 정착지를 찾아 뿌리를 내렸소. 저 손을 잡으면 내 안의 가장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딱 한 번만 눈을 감으면 물 위로 떨어진 먹처럼 번져가는 호기심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에 부푼 몸이 붕 뜨는 걸 느껴버려서는.

 '……엄마, 미안해요!'

 나는 원래 사고뭉치였으니까! 뒷일은 미래의 나에게 맡긴 채 덥석 잡은 그의 손은 나를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넓은 세계로 이끌었소.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브루스 보이틀러

 그동안은 티엔이 순수한 목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인물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그가 동양에서 작은 여자 아이를 데리고 오기 전까지는.

 "능력 제어 방법을 홀로 터득했다고?"

 "그렇소."

 폭주했다면 이 자리에 멀쩡히 서 있지 못했을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제어하고 다룰 수 있게 되었다고? 타고난 거다. 아직 세공되지 않은 원석이지만 티엔이 잘 다듬을 생각으로 데려온 것일 테니까 조만간 빛을 보겠어. 그럼 분명 재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나 탐낼 수밖에 없는 능력자가 굴러들어왔으니 횡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 어린 것은 온전히 힘을 보탤 생각이 없었다. 온갖 핑계로 스카웃에 대한 대답을 미루다가 거절하기를 반복했는데, 그 궁극적인 이유는 결국 '귀찮아서 싫다.'였다. 정말 귀찮아서인지는 모를 일이다. 어쩌면 새카만 속내를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위험 요소를 올바르게 처리해야 하는데, 어째서인지 티엔은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는 저것을 두고 보기만 하고 있다. 모든 일에 신중하던 이에게 얕은 틈 하나가 생긴 것이다. 내 예상이 맞다면 그는 아마도 그녀를……

마틴 챌피

 티엔 정이 조선에서 검은 머리 능력자를 데려왔다. 아이 같이 작은 인물은 재단 건물이 신기한지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다가, 이내 저보다 훌쩍 큰 사내의 곁에 바짝 붙어서 브루스의 집무실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을 꾸미는 걸까. 탐탁지 않음을 거두지 못하는 사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벽 하나를 두고 브루스의 호통이 쩌렁쩌렁 울렸고, 그와 동시에 뚱한 표정을 한 작은 능력자가 집무실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노친네, 성깔하고는."

 듣는 귀를 화들짝 놀라게 만드는 탄식과도 같은 말. 그 뒤로 티엔 정이 썩 좋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걸어 나왔다. 그는 나를 향해 아주 짧게 시선을 던지고는 처음 보는 능력자의 둥그런 어깨를 감싸 안았다. ……감싸 안아? 눈을 의심하는 사이 두 사람은 빠르게 재단을 벗어났다. 아직 그의 능력조차 완벽히 파악하지 못했는데 이 상황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이 하랑

 처음엔 나처럼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다가 발목 잡힌 사람인 줄 알았지. 그런데 말이야. 눈치가 아예 없는 사람이 봐도 알 수밖에 없지 않겠어? 저게 어딜 봐서 스카우터와 능력자의 모습이냐고. 둘 사이에 뭔가가 있는 거지. 뭐………, 내가 사부랑 껄끄러운 관계인 거지 그 누나랑 감정이 상할 일이 있던 건 아니라서. 그래서 오히려 누나한테는 제법 호감이 있는 편이지. 나는 해내지 못했던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모습이 참. 뭘 해냈냐고? 그거야 당연히 사부 골탕 먹이기지!

 그쪽은 굽힐 줄 모르는 사내가 끝내 부러져서는 펄쩍 뛰는 걸 본 적 있어? 나는 종종 보고 있는데. 같은 조선 사람이 맞는 건지 의심스러운 정도로 수위 높은 사고를 뻥뻥 치고 다니는 바람에, 사부가 비명처럼 '김 리나!'하고 이름 석 자 부르짖는 소리를 하루 한 번은 꼭 듣는다니까? ……뭐야. 이렇게까지 말해줬는데도 두 사람 사이의 뭔가를 못 느끼는 거야? 아이고, 이 답답한 양반아. 누나가 저러고 있는데 사부 성질머리에 얌전히 당해주는 걸 봐! 나나 당신이 저랬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해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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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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