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기." 누군가 말을 걸어 오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폐관 수련을 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초주검 상태에서 회복되기 위해 하루종일 엎드린 채로 수많은 생각을 하며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부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남망기는 말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남의 말을 듣는 것은 절대로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는데, 계편을 맞고 폐관에 들어간 뒤로는 누군가 드물게
곱게 핀 목련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한낮, 남망기는 서한에 놓인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소란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장서각은 본래의 조용함을 되찾았다. 간혹 불어오는 봄바람에 펼쳐진 책장이 팔락이고, 흐트러짐 없이 가지런하던 남망기의 머리칼도 살며시 흔들렸다. 펄럭이는 책장을 덮은 남망기는 힐끗 창밖을 바라보았다. 장서각에서는 보이지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요란한 당나귀 울음과 함께 들려온 고함에 밤새 소복이 쌓인 눈으로 인해 평소보다 더더욱 고요하던 운심부지처의 평온이 깨졌다. 난실과 장서각에서 자율적으로 학업에 힘쓰고 있던 고소 남씨의 자제와 문하생들은 사찰처럼 숙연한 운심부지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음에 어깨를 움찔거리며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잠시 놀
운몽의 여름은 고소보다 많이 덥다고 하더구나. 남희신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남잠은 웃지 않았다. 형장의 말대로 운몽의 햇빛은 남잠이 알던 것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높은 산 위 구름 속에 숨은 운심부지처의 여름은 계절이 계절인만큼 덥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운몽처럼 소란하게 덥지는 않았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선명한 색의 연잎 사이로 피어난
망기무선 키스신 합작 '분노의 백봉산'에 소설 파트로 참여했습니다. 합작 바로가기 ▶ https://mangmus21333.wixsite.com/kiss-mm/ 운심부지처에 백목련 봉오리가 돋아나는 계절이었다. 남계인이 위무선에게 내린 고소 남씨 가규 필사 벌칙이 끝나려면 아직도 반 개월은 더 남았지만, 푸른 하늘 아래 돋아나는 초봄의 풍경은
"내게 기회를 줘. 너를 지켜준다 했잖아." "어떤가." 불려온 어의들이 진맥을 마쳤지만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비 전하께서는 독에 당한 듯싶사옵니다." "해독제는?" "이 독은 아주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몸 속에서 계속해서 변이를 일으킵니다. 해독할 수 있는 방법이 없," 쿵. 남망기가 피진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그러자 어의들이
"이역만리 타국의 이방인은 고향에서도 이방인이 되어버렸네." 강징은 며칠 사이 조금 야윈 듯 보였다. 제국에서 갑자기 사절단을 파견하겠다고 전갈을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제국의 사절단을 맞이하는 의전은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했기에 신경 쓸 것도 준비할 것도 많았다. 그동안 제국에서는 1년에 한 번씩 파견하는 정기 사절단 외에는 따로 간섭한 일
- 정략혼으로 일황자 위무선에게 장가드는(...) 남망기.- 원작 기반 au. 동성 간에도 혼례를 치른다는 설정입니다. 경화(景和) 22년 맹하(孟夏). 일황자 무선과 고소 남씨 망기의 사주단자를 교환하다. 추길(諏吉)하여 택일단자를 내리니, 황송해하며 받들었다. 경화 22년 신추(新秋). 일황자 무선과 고소 남씨 망기에게 교지를 내리다. 보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