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뭘 좋아하지. 이런 것 하나 못 고르고 고민이나 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혼자였다면 이런 고민을 할 이유도 없었겠지. 그러니까 지금 카나는, 혼자가 아니란 뜻이다. 간단한 취향조차도 모르다니.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잔뜩 미간만 좁힌 채 차려진 간이 부스 앞을 서성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마.” “아, 아쿠아.” “여기
환생(幻生) 그래서, 어떻게 됐어? 흥미롭다는 듯 물어오는 카나에게 아쿠아는 애꿎은 머리칼만 몇 번이고 쓸어넘겼다. 손바닥을 덮은 붕대가 쓸릴 때마다 거칠게 헝클어지기를 반복했다. “……별 말 없었는데.” “평소에도 어지간히 사고 치고 다니나 봐? 이렇게 다쳐 가도 그러신다니.” “그런 거 아니거든.” 볼멘소리에도 장난스럽게 킥킥 웃는 소리가 들
최악의 시나리오 툭, 툭. 투둑. “……비 많이 오네…….” “무슨 생각 해?” “……그냥. 멍때리는데.” 아무래도 오늘 뭘 하긴 힘들 것 같다.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며 카나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아쿠아는 말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저 성격은 변하질 않네, 하는 상당히 모난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쿠아는 나오던 발걸음을 돌렸다.
※캐붕주의 (본편 59~63화를 먼저 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인 해석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둠은 갓 태어나 기지개를 키는 한기를 잔뜩 품에 끌어안고서 조심스럽게 하늘에서 발걸음을 내디뎠다. 언제나처럼 일몰은 썩 반갑지도 그렇다고 피하고 싶은 만큼 싫은 존재도 아니었으나, 무심결에 든 생각은 어쩐지 반가운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캐붕주의 날조주의 ※개인적인 해석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으, 추워." 촬영장을 나선 카나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첫마디였다. 얼음장 같은 바람이 덧댄 층층의 옷가지 사이로 조금의 틈이 보이는 대로 비집고 들어왔다. 하얀 입김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종종걸음으로 인파를 빠져나오던 카나가 누군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얼마
오랜만 오랜만이야. 음. 오랜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 모르겠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첫 인사말은 항상 고민이다. 미안. 또 썼다 지웠어. 결국 늘 하던 의례적이고 지루한 말 적을 거면 왜 매번 고민하는 걸까…. 애초에 언제부터 너랑 나 사이에 인사말을 신경써야 되는 사이였다고 이런 걸 고민하고 앉았는지. 한심해. 여전하네. 너랑 관련된 거면 사람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