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공원의 모습은 얼핏 옛 유적지를 연상케 했다. 폭발 테러로 인해 3년의 인고 끝에 완성 되려던 석탑의 잔해들이 눈에 뒤덮여 흙먼지속의 역사를 흉내냈고,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은 자신의 걸음걸이를 입장료로 지불한 관광객의 전형이었다. 솔은 경비원의 마음에 입각했다. 폴리스 라인을 콘크리트 벽 삼아 모르는 채 하는걸로
- 하얀 양의 주저리 라디오. 어느새 모두가 양을 세다 잠들 시간입니다 나긋한 목소리. 라디오는 쉴 틈 없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느 연예인이 새로 공개한 노래가 좋았다는 둥, 어느 탐정의 정체가 사실은 괴도였다는 둥, 난데없이 타로의 점괘가 궁금하지 않냐는 둥.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늘어놓으며 그에 어울리는 전파에 흘려보냈
눈을 떴을 때 보인 건 키보드에 얼굴을 묻고 있는 피곤에 찌든 자신의 모습이었다. “…언제부터 잠든 거야.” 다급히 손목의 스마트워치를 확인했다. 오전 6시 22분. 마지막 기억이 새벽 3시쯤이었으니 3시간을 자버린 것이다. 마른세수를 하며 기지개를 켜도 몸의 피곤은 풀리지 않았다. 소파에는 두 선배가 서류 더미를 이불 삼아 자고 있었고,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