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즈 홀 1부
유료

그 많던 파인애플은 내가 다 먹었다

대뜸 끌고와서 아무런 설명도 안 하고….

그다지 배려하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건 '그'를 위해서였다. 흥분하여 자제심을 잃고 나만 아는 내용을 떠벌리는 오타쿠적 말실수를 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게 최선이었다. 눈으로 보고 판단해주길 바랐다. 다만 평범한 인간의 맨눈으로 보기에는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어지럽기만 할 터이니, 이것저것 할 수 있게 권한을 주었다. 그는 이제 모든 맵을 한꺼번에 볼 수 있고, 각각의 개체를 확대하여 볼 수도 있으며, 자세한 정보를 열람할 수도 있다. 이런저런 것들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거나, 혹은 임시 폴더에 잠시 넣어둘 수도 있다.

이러한 능력을 최우선으로 부여하느라 외관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었고, 따라서 그의 생김새는 그의 능력이 표현된 현상의 결과로서 나타난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신의 모습이다.

거대한 구름이 나를 굽어보는 것을 마주하며 나는 내심 코스믹 호러의 짜릿함을 즐겼다.

일단은 안부인사부터 했다.

"잘 지냈어요?"

[잘 지냈냐고?]

별로 잘 지내진 않은 듯?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