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

그늘의 볕

ⓒ 레이

Nostalgia by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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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끝나고 얼마간의 나날이 흐른 오늘까지, 드레이코 말포이를 직접 눈으로 목격한 자는 없었다. 같은 지붕 아래 거주하는 사람들도 그리 쉽게 볼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칩거한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빛 한 줄기 들지 않도록 단단히 친 커튼과 굳게 잠긴 문 그리고 작은 조명 하나 없이 어둑어둑한 방 안에 드레이코는 틀어박혔다. 누구 하나 감히 그 방문을 두드려 볼 생각은 하지도 못해 가라앉은 침묵만이 복도를 가득 채웠다. 숨마저 죽여야 할 만큼 묵직한 고요의 근원에 앉은 드레이코가 무엇을 하는지, 또 무엇을 생각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드레이코 본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확실히 아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다지 좋은 질문은 아닌 것이, 당사자도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혼란 속은 아니었다. 오히려 뇌 속은 지금까지 살아온 그 언제보다도 명료하고 또 정확했다. 떠오르는 생각들은 물줄기처럼 똑똑히 보였고 흘러가는 곳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그 어떤 마법으로도 막지 못할 흐름의 종착지는 넓디넓은 바다였다. 파도 하나 치지 않는 생각의 바다.

이제 지쳤다. 모든 물이 다다르는 바다의 이름은 피로였다.

천장까지 들어찬 물에 숨이 막혀 질식하기 직전이면 가끔 바깥 공기를 쐬기도 했다. 방문은 열고 싶지 않았기에 대신 커튼을 걷었다. 단 반드시 해가 진 이후의 캄캄한 밤중. 창밖을 내다보면서도 드레이코는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았다. 지금은 달빛조차 버거웠으니까, 눈이라도 마주쳤다간 온몸이 부스러질 것 같았으니까.

“저게 뭐지.”

그런 형편이니 드레이코가 집 앞에 덩그러니 놓인 꽃다발을 발견한 일은 우연 중 우연이었다. 그 날 밤의 달이 유독 밝았고, 창을 열면 으레 시야에 담던 지평선조차 환히 비추어져 고개를 아래로 향했고, 앞마당을 잠시 배회하던 시선이 본래 없던 물건에 닿게 된 것이었다. 꽤 정성스레 포장한 듯 보이는 자그마한 꽃다발의 정체를 잠시 생각하던 드레이코는 고개를 흔들어 머릿속을 비웠다. 별것 아니겠지, 바람에 날려 오기라도 했겠지. 그러나 어째서인지 신경이 쓰여 다음 날, 그 다음 날도 드레이코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일주일을 내리 지켜본 결과 ‘물건’은 매일 바뀌었다. 나흘 전에는 웬 꾸러미였고 어제는 종이 봉투였다. 하나같이 꼼꼼히 포장되어 있으니 늘 같은 사람이 가져왔으리라 쉬이 예상할 수 있었다. 이곳까지 굳이 찾아올 사람은 언론 혹은 악의를 품은 이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어림짐작했으나 두 가설 모두 명쾌한 해답이 아니었다. 어딘가 찜찜하고 의문이 남았다.

아버지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커튼을 열어젖힌 건 그 의문을 해소할 수 있다고 문득 생각한 탓이었다.

“다시는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드레이코는 어떻게 지내나요?”

“네깟 잡종 계집애에게 그걸 알려줄 이유는 없다! 당장 돌아가라. 이것도 도로 가져가도록, 우리 집 문 앞에 쓸데없는 물건은 그만 놔둬라. 내버리기도 싫은 더러운 것들.”

“찻잎인데, 품질이 좋아요. 드시겠나요?”

완전히 질린다는 얼굴로 휙 돌아선 루시우스의 등을 잠시 바라보고 선 사람을 드레이코는 잘 알았다. 다이앤 아델바이스. 전쟁이 끝난 후 처음으로 보는 모습은 이전에 본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색이 옅은 은빛 머리카락도, 같은 색의 눈도 기억 그대로이다. 지금까지 물건들을 가져온 사람이 그녀라는 사실은 직감으로 알아챘다. 이유는 몰랐다. 다이앤에게 의문을 품은 적이 한두 번인가. 이번에도 자신은 모를 무언가의 이유로 이곳에 왔겠지. 알 수도 없고 알아 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리라는 결론을 내리고 드레이코는 다시 커튼을 쳤다. 알아내려고 작정하면 영영 모를 일은 아니었으나 그럴 마음도 없는데다 알아서 무엇을 어찌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루시우스의 말대로 다이앤이 순순히 발길을 끊어 주기를 드레이코가 바랐는지 아닌지,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듯 다이앤은 이튿날도 현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레이코는 어때요?”

“이제 그만 찾아오렴. 이런 행동은 불편해.”

“잘 있는지 궁금해요. 아, 그리고 이건 꽃인데 가져가세요.”

“거절할게. 어서 돌아가도록 해.”

작은 말소리는 창틀을 비집고 쉽사리 방에 스며들었다. 이번에는 어머니인 모양이다. 격렬한 방식이 통하지 않으니 회유를 할 작정인지 어투가 나름 부드러웠다. 이쯤 되면 물러설 만도 했으나 다이앤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번갈아 거부감을 표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번 다른 것을 든 채 앞마당에 나타났다.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는지 완전한 무시로 일관하는 이쪽의 입장을 신경 썼다면 애당초 처음부터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앞마당을 돌아다니거나 적당한 곳에 앉아 종종 저택을 쳐다보거나 하는 일이 매일 반복되어 일종의 일상처럼 굳어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상이란, 몸에 배기가 어렵지 한 번 익숙해지고 나서는 무의식의 영역으로 들어가 버린다. 드레이코도 마찬가지였다. 다이앤이 있다는 사실을 드레이코는 알았고 동시에 알기만 했다. 간단히 알았기에 도리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한 발짝 시작한다면 당연하게 뒤따를 것이 싫었다. 무시만이 제격이었으나, 이마저 수월하지 않았다. 굳이 창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존재감이 느껴져 하루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쳤다. 타인에게는 그토록 존재감이 흐린 사람을 눈치채기가 이리도 쉽다니.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도 신경 쓰는 행위와 같았다. 이도저도 아닌 미묘한 상태로 드레이코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무심코 까딱인 지팡이 끝에 작은 불빛이 켜졌다가 금방 자취를 감췄다. 한 달이 족히 넘도록 광원이 없던 방에 참으로 오랜만에 빛이 들었다.

“비가 오는군.”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반주 삼아 드레이코가 중얼거렸다. 두꺼운 먹구름에 흐린 하늘은 잿빛으로 짙게 물들어 한낮임에도 세상은 어둑어둑했다. 틀어박히기 시작한 이후로 이만큼 빛이 드문 날이 없어 드레이코는 슬쩍 문 손잡이를 잡았다. 용기인지 충동인지 모를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지나쳐 버린다면 다시 돌아오리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조심스레 문을 당겨 열고 복도를 걷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도 낯설었다. 거실에 아무도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잠시 사방을 둘러본 드레이코가 천천히 현관문을 열었다. 끈적한 공기가 단숨에 불어와 온몸을 휘감고 머리칼을 흩날렸다. 바람에 실려 날아든 빗방울 몇 개를 소매로 닦아낸 드레이코가 떨어지지 않는 발을 이끌어 현관 밖으로 한 발짝 옮겼다. 아주 잠깐만 비를 보다가 바로 돌아갈 작정이었다. 분명 그랬을 터이다.

“드레이코, 오랜만이야.”

“뭐야.”

“뭐야, 라니. 드레이코 네 집이잖아.”

“그러니까 하는 말인데.”

긴 머리카락 끝에 맺힌 물방울이 바닥으로 조금씩 떨어져 동그라미를 그렸다. 언제부터 비가 왔는지도 모르고 다이앤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지 역시 모른다. 우산이 없는 것으로 보아 고스란히 비를 맞은 건가. 축축함이 제 쪽까지 전해져 오자 드레이코가 낮게 한숨을 뱉었다.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음, 아침부터. 여기 도착하자마자 비가 오더라고.”

“순간이동으로 왔을 텐데. 우산도 없이?”

“출발한 곳은 맑았어. 얼마나 청명했는지 몰라.”

그랬나. 햇빛을 직접 본 날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해 드레이코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짧게 흐른 정적 속에 빗소리만 잔잔히 퍼졌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전혀 몰라 빗방울 떨어지는 처마만 노려보는 건, 다이앤과 마지막으로 이야기한 때가 마치 전생처럼 아득하기 때문이다. 기간으로만 따지면 두 달 정도 되었을까. 이렇게 보면 그다지 오래되지도 않았지만 드레이코에게 있어 칩거 이전의 모든 일이 그랬다. 꿈에서 깨다 못해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그러나 세간에서 통용되는 의미와 드레이코의 것은 감각이 달랐다.

“그럼 돌아갈게.”

“뭐?”

“네가 잘 있는지 보러 왔거든. 그리고 이렇게 봤잖아.”

“그건….”

“내일 보자.”

순식간에 눈 앞에서 사라진 다이앤의 잔상을 드레이코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붙잡기라도 할 듯이 움찔 떨린 오른손을 꾹 말아 쥐자 손바닥 안에서 물기가 느껴졌다. 문장 자체는 아주 짧고 알기 쉬웠으나, 어떠한 의미가 담겼는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결론 모를 생각이 머릿속에서 빙빙 돌아 드레이코는 눈을 감으며 흐름을 끊었다.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쉬웠다. 적어도 다이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일 보자.


다이앤은 정말 다음 날에도 왔다. 이번에는 출발한 곳에서도 비가 왔는지 우산을 든 채였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한가운데에 우산이 불쑥 나타나자 드레이코는 느릿하게 발을 뗐다.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종종 현관 쪽을 곁눈질한 것이 허사가 아니었다.

“안녕, 드레이코.”

“지금까지 내내 이런 시간에 왔던 건가.”

“대부분은. 아, 이거 먹을래? 빵이야. 집에서 만든.”

“어…. 그래.”

얼떨결에 빵을 손에 들게 된 드레이코가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고 시선을 돌려 다이앤을 향했다. 우산을 썼음에도 빗방울이 튄 듯 옷깃을 닦아내는 손이 바빴다. 쳐다보는 드레이코의 시선을 느낀 듯 다이앤이 고개를 위로 했다. 눈이 마주쳤고, 다이앤이 웃었다. 드레이코는 마주 웃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미소를 짓기에는 어쩐지 가슴이 울렁거렸다.

“앞으로 며칠간 계속 비가 온다나 봐.”

“그거 다행이네.”

“다행?”

“하늘이라도 흐리지 않으면 여기 있지 않았을 테니까.”

“우연 중 필연이구나.”

조합할 수 있는 두 단어인가? 치민 의문을 꾹 삼키며 드레이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 이해하진 못해도 다이앤은 그리 종잡을 수 없는 문장들을 쉽게 말해 왔기에 몸에 배어 버린 반응이었다. 그래도 전보단 이해의 빈도가 높아졌으니, 어쩌면 다이앤에 대해 ‘아는’ 것이 는 셈이다. 그 사실이 싫지 않았으나 더 나아가려는 마음은 없었다. 어떤 식으로 굴어야 할지 또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 까닭이다.

“내 안부를 묻고 싶으면 부엉이라도 보내는 편이 낫지 않을까. 매번 찾아오는 것도 일이고, 네 말처럼 한동안 비가 올 텐데.”

“직접 마주하면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잖아. 꽤 중요해.”

이런 빗속에 부엉이를 내보낼 셈이야? 가볍게 덧붙인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그러나 편지를 보내는 걸로 만족할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이는 점은 확고했다. 그것은 드레이코도 쉽게 해석할 수 있었다.

비는 꼬박 일주일을 더 내렸고, 다이앤 또한 하루를 거르지 않았다. 찾아올 때마다 자그마한 선물-마치, 병문안 선물 같은-을 가져와 드레이코의 손에 쥐여 주었다. 처음에는 얼결이었다 해도 며칠이 지나자 익숙해져 방 안에 가져다 두거나 물건에 따라 집 어딘가에 놓았다. 다이앤이 준 것임은 금세 드러났고 루시우스는 몹시 기분 나쁜 내색을 했으나, 직접 손을 대기도 싫은 얼굴로 휙 지나치기만 할 뿐이었다.

처마 끄트머리에 맺힌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현관 앞에서 드레이코는 항상 다이앤과 만났다. 실없는 투로 주고받는 안부로 시작한 대화는 날이 갈수록 깊이를 더했다. 어느 날은 오래 전 학교에서 있었던 일 이야기, 어느 날은 전쟁이 끝난 후 다이앤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어느 날은….

그 날은 하늘이 놀랄 정도로 맑았음에도, 여전히 비는 내렸다.

“신기한 날씨네.”

“응. 출발할 때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여기 오니까 다시 비가 내리더라.”

“그럼 우산은, 비를 알고?”

“아니.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다이앤은 자연스레 손에 든 종이 봉투를 드레이코에게 건넸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묻는 일도 이제는 없다. 초반에는 묻기도 했으나 다이앤의 대답은 늘 같았기 때문이다. 열어 봐.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왔지?”

“하늘이 맑은데 비가 내리다니, 이런 독특한 일을 어떻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겠어.”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래서 나오지 않으려고 했어.”

사실이다. 빗소리가 들려 창을 열었을 때 해가 비치고 있어, 의아함과 더불어 밖으로 가기가 망설여졌다. 그를 끌어낸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날씨야 어쨌든 간에 다이앤이 어제 말했기 때문이다. 내일 보자, 라고.

“하지만 여기 있네. 네 의지로.”

“그늘 아래가 아니면 안 되지만.”

“하늘은 세상을 늘 그늘지게 두지 않아.”

또렷한 목소리가 드레이코의 귀로 날아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눈 앞에서 다이앤은 우산을 만지작거렸다.

“드레이코, 비와 같아, 삶이란 건 그래. 어떻게 얼마나 들이닥칠지 알 수 없어. 또 내리기 시작한 비를 바꿀 수는 없지. 한 번 일어난 일을 바꿀 수 없듯이.”

“맞아. 일어나 버린 일은 무슨 방법을 써도 되돌릴 수 없어.”

드레이코가 낮게 중얼거렸다. 후회가 없다면 당연히 거짓말이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수십 수백 번 바랐지만 자신에게 그럴 기회는 없었다. 만약 돌아간다면 어땠을까, 이 마음 그대로 과거 어느 순간에 도달한다면 무언가가 달라졌을까. 끊임없이 생각을 되풀이해도 무엇 하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그가 잘 알았다. 허나 과거를 바라보느라 현재에 등을 돌려 미래를 외면했다. 드레이코에게 그 외의 방식은 너무 버거웠던 탓이다.

“하지만 드레이코, 내일은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사람이 될지는…… 스스로 정할 수 있어. 비가 온다면 우산을 쓰고서 밖을 걸을 수도 있고, 하늘을 가리면서 시선을 피할 수도 있지.”

“나는….”

“그러다 보면 이렇게 해도 떠.”

우산을 편 다이앤이 몇 발짝 앞으로 걸어 나갔다. 줄곧 검은색이던 일전의 것과 달리 투명한 우산이다.

“돌아가자, 볕이 있는 곳으로.”

똑바로 내밀어진 손은 떨림 하나 없다. 드레이코는 주춤 망설였으나, 천천히 손을 올렸다. 따스하게 맞잡아 오는 손에 이끌려 한 발짝 앞으로 나가자 머리 위에서 빗방울이 우산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동시에 햇빛이 온몸을 감쌌다.예상보다 햇볕은 따갑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러웠다는 말이 옳을 터이다.


눈을 떴다. 언젠가부터 커튼을 치지 않게 된 창문을 슬쩍 쳐다보자 역시 햇빛이 들고 있었다. 어제와 다른 점이라면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의 부재였다. 침대에서 일어난 드레이코가 느릿하게 걸어가 창문에 손을 댔다. 유리의 따뜻함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져 왔다.

“우산을….”

비가 오락가락하니 챙기는 편이 좋을까, 방 어딘가에 있을 우산을 찾아 잠시 주위를 둘러본 드레이코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찾을 틈이 없었다. 현관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진 탓이다.

비는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볕 또한 든다.

어쩌면 오늘은 줄곧 햇살일지도, 혹은 내일은, 그 다음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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