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 속의 다원 Behind 01

episode. 가지 않은 길

새벽의 꽃 by 서화
3
0
0

높은 건물 옥상에서 구름 한 점 없고 푸른 하늘이 뒤덮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좋은 경치를 구경하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근심 걱정한 표정이었고, 맑은 하늘과 달리 짙은 어둠이 찾아온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과연 누구인가?

무영이었다.

오래전 하람부에 입사하고 최초 다원의 임시 책임자였다가 복귀 후 지원 부서 총 팀장인 무영이었다. 무영의 공을 모든 사람이 인정하였고, 일에 대해서는 걱정할 게 없었지만 무엇이 문제였기에 근심 걱정한 얼굴로 그곳에 있던 것일까.

옥상에 오기 10분 전, 무영은 무명에게 전화받았다. 자신이 키운 아이에게 전화가 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무영에게는 아니었다. 무명이 무영에게 전화하는 일은 단, 한 가지였다. 경기 북부 다원에서 무언가 사고가 났을 때. 그래서 무영은 무명에게 전화 오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무명이 사고 보고서로 올리지만 매번 직접 전화하지 않았다. 오늘 제게 전화한 이유는 하람부에 오는 날이기 때문일 것이다. 숨길 수 없는 일이었고, 이미 말로 혼났지만 후에 몸으로 또 혼날 무명을 생각했기에 옥상에 근심 걱정한 얼굴로 서 있던 무영이었다.

책임자 자리를 넘길까 고민하던 순간마다 자신을 투영해서 무명을 본 무영은 무명이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책임자 자리를 가르치고, 넘겨줄 때만 해도 무영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근데.. 자신은 이미 그곳을 떠나온 지 오래였고, 무명이 그곳을 책임 진지 몇 년이 지났지만 왜 이제서야 후회되는 것일까.

오늘따라 마시던 커피가 쓰다.

모든 아이들을 책임지기에는 무명 또한 어린아이였다. 자신이 좀 더 그곳에 머물렀으면 되지 않았을까, 무명에게 조금 더 늦게 선택의 시간을 주었으면 되지 않았을까. 이제야 후회하지만 이미 늦은 결과였다. 아무도 없는 공간. 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래도 질문을 던져본다.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길을 무명은 왜 선택했을까? 왜 어둠 속으로 스스로 가려고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무명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은 사람,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길을 선택하라고 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어리석했고, 미숙했던 나를 후회하며 또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왜 나였을까? 왜 무명이었을까? 생각해 보지만 아무 답을 내릴 수 없는. 아무도 답을 줄 수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신은 알고 있었나?

그것이 무영의 운명이었고.

또,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길이였지만, 그 길을 홀로 외롭게 가려는 아이.

가지 않은 길이 아니라 가야만 했던 길.

그것이 어두운 이름을 가진 무명의 운명이었다.

episode. 가지 않은 길 完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