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사

마탄의 사수 외전 2기 휘태커 피셔 & 루카 아데랄도

@Lucas_AD

스스로 눈물을 닦을 수 있다고 말하는 어두운 녹색 눈에서 나는 그때 단단한 성벽을 보았다. 한 번 노하고 울면서 무너졌던 자리 위로 도로 견고하게 쌓아올려진 파수꾼의 성. 남은 얄팍한 시간을 온종일 들인대도 당신과 함께 울어주는 것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일 뿐인 자신으로서는 도무지 넘을 수 없는 벽. 새삼스럽게 그 앞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이들을 떠나보내면서 애도를 삼키고 소화하는 법을 익혀왔을지 아득하게 짐작이 됐다. 이제 그가 또 한 번 자신만큼의 빈 자리를 새기고 견디려 한다는 것 또한.

네나드의 말이 옳았다. 몇 마디 말로 위로하고 극복하게 만들 수 있는 슬픔이 아니다. 남겨진 사람의 삶은 홀로 걷는 긴 인고의 과정과 같은 것.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다 끌어안을 수 없는 시간 앞에서 하염없는 한계를 절감한다. 하루로도, 40일로도 조금도 충분하지 않다. 뒤늦게 그 모든 깨달음 앞에서 할 수 있던 대답은 오로지 …

그럴게요.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주세요.

당신은 진실로 당신의 말을 지켰다.

그때는 알지 못하고 한 약속이었다. 발밑 같던 기억이 바스라져 가는 동안 스스로가 얼마나 추하고 연약하게 기울고 흔들리게 될지 짐작조차 못해서. 마지막에는 당신에게 이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조차 괴로워 방으로, 잠으로 끝없이 도망치고 싶을 줄도 모르고. 그러나 결국 당신은 닫힌 문을 열어젖히고 늦은 잠을 깨우면서 나에게로 온다. 이것 하나는 꼭 삼키고 가고 싶었던 두려움마저 기어코 쏟아내게 만들어 대신 받아 마신다……. 보응받아 마땅한 그 신실함 앞에 돌려줄 수 있는 게 이 초라한 인사 뿐이라니.

돌려줄 게 없는 나는 가난하지만 그러나 비참하지 않다. 오래 걸려서, 하지만 늦지 않게. 나는 비로소 이해한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만이 꼭 사랑이 아님을. 당신이 채우는 가운데, 충만히 누리는 것이 어쩌면 내 몫의 사랑일 수도 있음을.

갚으려고만 든다면 나는 그 앞에서 영영 빚진 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신에 그가 나를 아이로, 어린 별로 불렀으므로 나는 오로지 그가 내어준 이 품에 기꺼이 안겨 감사함으로 안식하고자 한다.

사랑하는 루카, 고마웠어요.

덕분에 마지막까지 견딜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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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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