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갈릴레오 시리즈 제작비화 인터뷰 번역

뒷골목공방 by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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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은 올요미모노 08년 11월호 수록. 공식 웹사이트에 올라와있던 미리보기?분량입니다.

(아마 성녀의 구제 발매 기념 인터뷰같음)

저 보기 편하려고 기록해두는 번역입니다

오역, 의역 다수 있을 수 있습니다


—— 전작 「용의자 X의 헌신」은, 나오키상을 필두로 본격 미스터리 대상 등 많은 상을 받고, 각 방면에서 높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3년만의 시리즈 속편으로써, 「성녀의 구제」를 집필, 발간함에 있어 압박감이 있었나요?

히가시노 아무래도 경력이 길다보니, 압박감을 느끼는 일은 없네요. 오히려 체념하고 있습니다. 어떤 작품을 쓰든 과거 작품들과 비교 당해서, 좀처럼 전작을 넘어섰다는 말을 듣기는 힘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성녀의 구제」는 양념으로써 완전히 다른 내용을 쓰려고 한거죠.

—— 체념, 이라는 감각을 가지게 된건 언제부터인가요?

히가시노 음…… 10년 정도, 아니, 조금 더 전이려나. 결과적으로 상승곡선이 되면 돼. 그런데 그런건 결국,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뒤에 따라오는 거니까.

—— 「용의자 X의 헌신」을 탈고한 시점에서, 다음 작품의 범인은 여성이라고 말씀하셨죠.

히가시노 그랬었죠. 구상은 꽤 이른 시점부터 있었죠. 이시가미의 서술을 하면서, 이렇게 아저씨들만 나와도 소용 없지 않나, 라고(웃음). 조금 더 화려함을 원했단 말이죠. 그래서 「용의자 X의 헌신」을 탈고했을 때, 반동이랄까, 이번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써보고싶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시가미가 우중충한 아저씨라서 「성녀의 구제」가 탄생했다(웃음).

히가시노 맞아요. 「용의자 X의 헌신」과 비교하면 말하기 편한데요, 일단 유카와의 라이벌을 내려고 했습니다. 유카와가 물리학자니까 수학자인 이시가미를 등장시켰죠. 그래서 이번엔 다른 타입의 강적을 내려고 한겁니다. 이시가미는 논리 대 논리. 논리적 사고라는 대결이었는데요, 이번에는 유카와의 최대 약점, 이라고 생각해서,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트릭을 사용하는 범인으로 하자, 라고요. 그런 범인은 어느쪽을 고르자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일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유카와나 이시가미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상류층의 여성일거라고요. 그렇게 남편인 마시바 요시타카를 살해한 용의자, 아야네라는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 이전에 「용의자 X의 헌신」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히가시노씨에게 “슬슬 시작해 주실 수 있나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아직 좀 어렵네요” 라고 답해주셨습니다. 게다가 “트릭의 내용이 정해지지 않는건가요” 라고 물었더니 “트릭도 아직이지만, 트릭은 나중에 생각해도 될 정도에요. 이번에 저는 수학자의 세계관을 잡지 않으면 쓰지 못한다고요.” 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엔 어떠셨나요?

히가시노 어느쪽도 힘들었네요. 힘들었지만 꽤 즐거웠습니다. 세계관을 구축해가는 작업이 좋거든요. 트릭과 캐릭터의 관계라고 할까, “어라,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려나” 가 아니라, “이 사람이라면 이런 행동을 할 것 같아” 일 필요가 있어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런 짓은 안해, 같은……. 그렇다면, 이런 짓을 할 것 같은 인물을 써야하죠. 그리고, 일단 자기자신이 “아, 이 캐릭터가 범인이라면 그럴 것 같아” 라고 납득하지 않으면 안돼. ‘트릭과 캐릭터의 융합’, 이게 어려운겁니다.

—— 다 읽고 나서, 아야네라면 이런 트릭으로 사람을 살해하겠지 라고 생각해버립니다.

히가시노 예를들면, 그녀는 패치워크를 하고 있습니다. 한땀 한땀, 일년정도 시간을 들여서 정성스럽게 완성해가죠. 집념같은걸 느끼게 하는 직업이죠. 그것이 작품의 세계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는데요, 스포일러가 될까 말은 못하겠지만, 패치워크를 하는 여성이라는 것을 유념해서 읽어주세요. 자화자찬같지만, 이 작품은 소설의 세계관과 트릭이 잘 융합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트릭과 캐릭터 구축, 어느쪽이 먼저 떠오르셨나요?

히가시노 으음, 이번같은 경우에는 동시에일지도 모르겠네요. 어느쪽이든, 뭔가 이런 여성이야, 라고 떠올렸을 때, 뭘 할 것 같은지 생각해봤더니……생각지도 못한 트릭을 사용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트릭의 아이디어와 패치워크를 하는 여성이라는 것이 거의 동시에 생각난겁니다.

—— 이 트릭을 떠올렸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히가시노 장소같은건 생각나지 않네요. 다만, 이번 트릭의 요점은, 가장 유카와가 풀어내지 못할 것 같은 수수께끼, 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키워드는, 논리적이지 않은, 합리적이지 않은, 이라는 말. 유카와가 우선 “이런건 전혀 논리적이지 않아, 합리적이지 않아” 라는 대사를 뱉을 것 같은 트릭은 없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 「성녀의 구제」에서는, 지극히 논리적인 유카와가 논리적이지 않은 범행을 간파하게 되는데요, 히가시노씨 안의 유카와 마나부라는 캐릭터는 바뀌어가고 있는걸까요.

히가시노 확실히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탐정 갈릴레오」 「예지몽」 시절에 비해서, 유카와는 성장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유카와는 조연으로, 따지자면 쿠사나기가 사건에 말려듭니다. 하지만 유카와는 결코 쿠사나기를 얕잡아보지 않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처음으로 유카와의 인간적인 부분을 쓰고싶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어서 이번에도 그 부분이 잘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츠미 카오루라는 여성 형사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유카와, 쿠사나기, 아야네가 더욱 입체적으로 묘사되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 남녀 차이에 따른 감성의 차이라는 것이 단적으로 나타나있네요.

히가시노 특히 이번 사건은 중요참고인이 아야네라는 여성이라, 남성 형사의 눈과 여성 형사의 눈을 만들어둔 것이 작품의 가능성을 넓혀주었습니다. 애초에 용의자에게 연심을 품어버리는 쿠사나기를 바라보는 또 다른 하나의 시점을 원했던 것입니다만, 그것을 여성으로 할지 남성으로 할지가 정해져있지 않았습니다. 역시 여성으로 함으로써 다른 시점으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이게 성공 요인이려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갈릴레오의 고뇌」에서도 둘의 시점 차이가 중요하기도 했기에, 좋은 수확이었네요.

—— 이번 작품을 읽고난 후, 「성녀의 구제」라는 타이틀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봤습니다. 끝까지 읽고 나서야, 제목에 담긴 깊은 의미를 알게되는 것이군요.

히가시노 그렇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때는 쿄고구 나츠히코씨에게 ‘제목부터 이미 스포일러네요’ 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니까요. 앞으로 읽으시는 분들은 「성녀의 구제」라는 타이틀의 의미를 여러모로 상상하면서 읽어주세요.

—— 「성녀의 구제」에 대해서는 힘들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죠. 이어서 단편집 「갈릴레오의 고뇌」를 집필하셨습니다. 이쪽은 어땠나요?

히가시노 엄청 고생했습니다.

—— 고생의 과정, 아이디어가 번뜩였을 때부터 그것이 소설로서 완성되었을 때까지의 흐름을 알고싶습니다.

히가시노 일단말이죠, 번뜩임은 거의 없어요. 「갈릴레오의 고뇌」에 들어있는 「가리키다」라는 단편. 솔직히 말하면 이번 단편집 다섯개 중 제일 힘들었습니다. 분명 작년 여름쯤에 다우징을 소재로 쓰려고 한다고 말했던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말하셨습니다. 로드라는 봉이나 진자를 이용해서 지하수맥이나 물건을 찾아내는 방법이라고요.

히가시노 다우징을 사용한다는 발상, 그게 번뜩임이라면 번뜩임이겠지만, 이런건 도저히 번뜩임이라고 하긴 어렵다는거죠.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면서 결국 일년간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단편 네편이라도 한권은 만들 수 있고, 그냥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다섯편을 채우고 싶었단 말이죠. 이유를 말하자면, 지금까지 「탐정 갈릴레오」와 「예지몽」에는 단편이 다섯개씩 들어있죠. 그래놓고 이럴때 네편짜리를 내면 어째선지 네편밖에 없는데, 딱 봐도 지금이 기회니까 내버렸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잖아요.

—— 그렇긴 하네요.

히가시노 그러긴 싫으니까, 어떻게든 다섯편으로 내고싶었습니다. 그 바쁜 히가시노가 단행본에 카키오로시를 넣는다니 편집자도 놀랐습니다. 독자분들께도, 카키오로시가 한편 들어있다는 서프라이즈가 되고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든 다우징을 소재로 써내고싶어서 고민한 결과, 과민성 대장염에 걸려서 앓아누웠습니다. 당신들은 “배 아프시다고요? 또 술 드셨죠” 라면서 비웃었지만요.

—— 아뇨아뇨, 슬럼프라고 하시길래 이제와서 무슨 슬럼프냐고 했죠.

히가시노 다우징을 소재로 쓰기로 정하고, 다우징에 관한 책도 읽어보고, 다우징로드까지 샀습니다. 어떻게든 트릭으로 다우징로드가 움직였다, 찾는 물건을 가리켰다, 라고 할 수 없으려나, 하면서 로드를 만지며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과학적, 물리적으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무리였습니다(웃음).

—— 불가능의 상태에서 단편을 써낸, 그 과정을 들려주세요.

히가시노 집필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일단 사건이 일어나는 장면을 씁니다. 그리고, 다우징으로 무엇을 찾을지를 생각합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없어졌고, 그건 땅 속에 묻혀있겠죠. 묻힐만한거라면, 시체. 처음에는 사람의 시체로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시체라니 무슨 소리야. 다우징으로 찾아내는건 무리겠지……라는 느낌으로 막혀버립니다. 그리고 그 다음엔, 잠깐, 범인은 대체 왜 이 집에 들어간거지, 라고 생각해서, 강도인가, 라고 되는거죠. 돈이 될만한 것이 있기 때문일거라고. 돈이 될만한 것은, 예를들면 돈다발이 잔뜩 쌓여있는 집같은건 요즘은 없겠지 라는 식으로. 그렇다고 통장을 훔쳐도 별수없고. 그렇다면 금괴인가, 같은 흐름입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아직 다우징은 조금도 등장하지 않죠. 그래서, 뭐 됐어, 다우징으로 여자애가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치고, 우츠미가 유카와에게 그 수수께끼에 대한 상담을 하러 간다고 하고, 그 장면을 씁니다. 자, 이대로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아. 그럼 그 아이와 유카와를 만나게 하자, 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시점에서는 아직 어떻게 하면 좋을지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어째서 이 여자애가 다우징을 하는건지를 생각해야하죠.

—— 게다가 비과학적인 다우징이라는 수법으로 어떻게 찾는 것을 발견할 것인가? 이 이후로는 책으로 읽어주시는걸로 하고, 유카와가 다우징의 트릭을 간파하는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 결정적인 번뜩임이 아닐까요?

히가시노 사람들은 그걸 번뜩임이라고 말할지는 몰라도, 제게는 번뜩임같은게 아닙니다. 몇번이나 포기하고, 그래도 역시 버리긴 싫다고 한번 더 고민하고, 그렇게 해서 드디어 다른 발상이 나오는 것입니다. 다우징은 안돼. 비과학적이야, 라는 것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이죠. 마지막에 유카와가 “우츠미군, 자네는 아직 과학이라는 것을 모르는군”이라는 대사를 말하는데요, 갈릴레오 시리즈에서 가끔씩은 이런게 있어도 좋지 않을까 싶은 단편이 되었습니다. 쉽게 떠들었지만 이거 꽤 힘들다고요.

—— 처음부터 “앗, 생각났다. 써야겠다!” 싶은건 없다는거군요.

히가시노 쾅, 하고 번뜩여서 좋아, 하나 쓸 수 있겠군, 같은 느낌의 번뜩임은, 5년에 한번밖에 오지 않네요, 제 경우엔. 그래도 「갈릴레오의 고뇌」는 단기간에 잘도 이런걸 써냈구나 싶기도 하고, 굉장히 잘 해냈다고 생각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 단편들 하나하나가 각각의 의미가 있고, 유카와의 고뇌가 있습니다. 「떨어지다」는 우츠미 카오루의 첫 등장이면서, 유카와가 더이상 경찰의 협력에 관여하고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조종하다」는, 유카와가 은사와의 관계로 고뇌하면서 수수께끼를 풀어나갑니다. 「잠그다」는, 쿠사나기나 카오루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다른 곳에서 유카와가 혼자서 활약하죠. 「가리키다」는 사실 과학의 분야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교란하다」도, 범인과 유카와는 보기에는 관계가 없어보이지만……같은 느낌으로, 각각의 작품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장치가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카와가 웃는 얼굴로 수수께끼 풀이를 하고있는게 아니라는 것이 이번 단편집의 특징입니다.

—— 읽은 후에, 유카와라는 인물상의 조각이 하나씩 채워지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히가시노 그거 다행이네요. 하지만, 읽어보시면 알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유카와를 연기하고 계신 후쿠야마 마사하루씨에게 상당히 끌려가고 있죠(웃음).

—— 후쿠야마씨가 연기하는 유카와 마나부의 영향이 있나요?

히가시노 물론 있습니다. 유카와의 행동을 묘사할때, 후쿠야마씨의 얼굴을 상상하면서 쓰니까요. 시바사키 코우씨, 키타무라 카즈키씨에게도 영향받고 있어요. 절대로 나쁜게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전문 : 올요미모노 2008년 11월호 수록 히가시노 게이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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