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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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딜벅 by 스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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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lan Perez

늦은 밤, 스티브는 식탁에 앉아 발리송을 돌리는 딜런을 발견한다.

Steve Rogers

스티브는 그를 보고 흠칫 놀랐으나, 내심 안심하며 딜런의 맞은 편에 앉는다.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딜런의 상태를 가늠하려 한다.

“너무 늦게까지 깨어있는 거 아니야?”

Dylan Perez

“오, 스티브. 깼어?”

딜런은 힘겹게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그의 짙은 녹색이 내려앉은 눈은 피곤함이 선하다. 다크서클이 내려온 것으로 보아 오래 잠들지 못한 것을 짐작케 하며, 그의 입은 웃고 있으나 정작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Steve Rogers

스티브는 딜런의 거짓 미소를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딜런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파악하곤, 걱정스레 그를 바라본다.

“잠이 안 와서 말이야. 너는? 피곤해보이는데.”

Dylan Perez

“하하, 불면증인가 봐. 알잖아, 세계 대전에서도 잘 못잤던 거.”

그는 옅은 미소를 머금고 스티브를 바라본다.

Steve Rogers

스티브는 여전히 걱정을 떨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딜런이 잠을 잘 자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번엔 그게 전부가 아닌 것 같았다.

“알지. 근데, 더 악화됐나? 오래 못 잔 것 같아.”

Dylan Perez

“이틀 정도. ……아마.”

그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의 손 안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던 발리송은 달칵, 소리를 내며 닫혔다.

Steve Rogers

딜런의 말에 스티브의 걱정이 더욱 깊어진다. 이틀이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이틀이라고? 딜런, 이렇게 계속 가면 위험해. 자야지, 너 지금 걸어다니는 좀비같아.”

Dylan Perez

“하하, 틀린 건 아니지.”

딜런은 옅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어렵게 입을 연다.

“……과거가 기억났어.”

Steve Rogers

그 말에 스티브는 일말의 기대심이 든다.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딜런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과거가…… 기억났다고?”

Dylan Perez

“응. 유감이지만 우리 어릴 적은 아니고…… 내가 윈터 솔져일 적이야.”

Steve Rogers

그 말에 스티브는 그가 왜 이틀이나 잠에 들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딜런이 윈터 솔져로서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딜런. ……전부 기억 나?”

Dylan Perez

“……응. 내가…….”

딜런은 말을 잇지 못하고 벙긋거리다 입을 다문다. 그는 한층 어두워진 표정으로 스티브의 시선을 피하며 한숨을 내쉰다.

“내가, 많은 사람을 죽였어.”

Steve Rogers

스티브는 무거운 침음을 흘리며 그의 말을 듣는다. 죄책감과 고통으로 가득 찬 친구의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딜런. 하이드라에 의해 세뇌 당했던 거잖아. ……막을 수 없었을 거야.”

Dylan Perez

“나도 알아, 잘 알지…….”

딜런은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무겁고, 음울하며 과거에 잠겨 있었다.

“가끔은, 내가 행복해도 되는지 물어봐야 할 거 같아. ……그들에게.”

Steve Rogers

스티브는 깊은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친구가 안타까웠다. 그가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들도 네가 이렇게 평생 죄책감과 고통 속에서 살길 바라지 않았을 거야.”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널 용서하길 바랐을 지도 모르지. 나처럼.”

Dylan Perez

“……스티브.”

그는 간신히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스티브를 굴렀다. 딜런의 눈은 공허했고, 깊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왜 자신이 죽었는지도 모른 채 죽었어. 무고한 사람들이. 그들은, 그저…….”

딜런은 입술을 깨물고 말을 멈추었다. 체념한 듯한 눈동자가 스티브를 향한다.

“하나만 물어볼게. 만약 내가 죽었어. 근데, 날 죽인 살인범은 ‘난 죽이고 싶지 않았어. 협박 받았을 뿐이야.’라고 항변하면, 넌 어떤 기분일 거 같아?”

Steve Rogers

스티브는 딜런의 질문을 곱씹으며 미간을 찌푸린다. 그 질문이 그의 트라우마와 죄책감에서 기인한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답하기 전에 잠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리곤 부드럽고 따스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화나겠지. 분하고. 하지만…… 한편으론 이해할 거 같아. 그 사람을.”

Dylan Perez

“……넌 정말 자비롭구나. 난…… 나는 용서 못해. 만약 네가 살해 당하면, 난 그 놈을 죽여버릴 거야.”

그의 나지막히 이야기했다. 긴 침묵 후, 한숨을 쉬며 지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절대 용서 못해.”

Steve Rogers

스티브는 딜런의 말에 심장이 옥죄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딜런의 목소리에선 고통과 자기혐오가 녹아들어 있었고, 그것이 그를 아프게 했다. 스티브는 손을 뻗어 딜런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딜런,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마. 하이드라에 의해 세뇌 당한 거잖아. 네 자유의지가 아니라. 널 용서하는 게 앞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야.”

Dylan Perez

“……난 못해. 미안.”

깊은 절망감이 뿌리내린 그의 얼굴엔 빛이 들어갈 작은 틈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저 음울하게 웃으며 스티브를 바라볼 따름이었다.

“만약에…… 그니까, 진짜 만약에 말이야.”

딜런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문다. 시선을 거둔 채 고개를 숙이곤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내가 죽여달라고 한다면, 날 죽여줄래?”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황급히 고개를 들고 말을 덧붙인다.

“아니, 아니야. 실언했어.”

Steve Rogers

스티브는 딜런의 말에 순간 할 말을 잃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진심으로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건가? 천천히 딜런의 표정을 살피던 스티브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아니, 아니. 못 해.”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단호했다. 동시에 온화하고 단단하기도 했다. 동요하는 내면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난 네 친구야. 사랑하는 친구인 네가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지, 죽길 바라지 않아.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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