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도사의 후계자가 되었다 (15세 개정판) 1화
#빙의물 #판타지물 #게임물 #서양풍 #여주중심 #기다리면심심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켜던 나는, 뜻밖의 아이콘이 떠 있는 것을 보고 멈칫했다.
"내가 이 어플을 안 지웠던가?"
그것은 콘코드라는 이름의 메신저 어플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리는 아이콘이었다. 지난 6개월간 내 휴대폰 화면에서 본 적 없는 아이콘이기도 했다. 당시 내가 푹 빠져 있었던, 자캐 커뮤니티라고 하는 인터넷상에서 다수가 모여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즐기는 기간제 역할 놀이 활동이 끝난 후로는.
나는 단순히 스팸 메시지이거나 어플 업데이트 공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대충 확인하고 어플을 삭제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아이콘을 눌렀다.
- 안녕하세요, 오너님!
그런데 메시지를 보내 온 것은 같은 커뮤니티에 있었던 다른 캐릭터의 계정이었다. 메시지 발송 시각은 1분 전. 나는 이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였는지 잠깐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국내에 정발조차 되지 않은 무슨 옛날 게임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든 캐릭터였다는 기억부터 났다. 무슨 마법사랬던 것 같은데, 뭐더라?
나는 답장을 망설였다. 이 사람은 왜 커뮤니티 활동이 끝나고서 6개월이나 지난 이 시점에 갑자기 나한테 메시지를? 자캐 커뮤니티 활동 기간이 끝나고 나면 길어야 한 달 정도 뒷풀이 격으로 참가자들끼리 캐릭터들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해산하는 것이 보통이다. 캐릭터끼리 특별한 관계를 맺었디는 설정이면 그보다는 더 길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 커뮤에서의 나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러니까 이 보통이 아닌 상황이 더욱 의아하기만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상대방에게서 곧바로 다음 메시지가 도착했다.
- 그간 잘 지내셨나요! 이 커뮤니티에서 제 캐릭터와 역극을 잘 이어주셔서 감사했어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번에 취미 삼아 제 캐릭터로 게임을 만들어 봤는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플레이해보고 평가를 해 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다른 오너분들께 메시지를 돌리고 있는데요! 물론 관심이 없으시다면 이 메시지는 무시하셔도 된답니다! 언제나 오너님의 일상이 평안하기를 기원합니다! 👍💜
메시지 밑에는 링크 하나가 붙어 있었다. 애초에 자캐 커뮤니티를 하면서 자작 캐릭터로 이것저것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널렸지만, 웬 게임까지나? 그것도 반 년이나 지나 저쪽 캐릭터에 대한 기억도 흐려진 나 같은 사람한테까지도? 나는 무슨 게임을 만들었다는 건가 싶은 호기심에 링크를 눌러 보았다.
링크는 어떤 블로그로 이어졌다. 게임 내용이나 진행 방식을 소개하는 문구가 이것저것 쓰여 있었다. 선택지를 고르는 식으로 진행하는 텍스트 어드벤처 형식인 것 같았는데 뭔가를 설치할 필요 없이 PC나 휴대폰을 이용해 웹 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다소 김이 샜다. 게임이라고 해서 나도 모르게 거창한 것을 상상했나보다. 그래, 취미로 만든 거랬지. 순간 무슨 악성 코드나 소액 결제 사기 같은 게 아닐까 하고도 의심했던 점에서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나는 게임 시작 버튼을 눌렀다. 까만 화면에 하얀 글씨로 제목이 나타났다.
미스트렌드 DLC <사자 전쟁의 시마도사>
다음 페이지로 넘기니 주의사항이 나타났다. 천천히 읽어내려가는데 어쩐지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면서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뭐지? 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고개를 드는 순간,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잠이 드는 것처럼 정신을 잃었다.
***
나는 온 얼굴에서 차가운 감각을 느끼며 눈을 떴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7월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냉랭한 공기, 조명이 달려 있지 않은 천장, 창밖에서 은은하게 비쳐 드는 한낮의 햇빛, 이 방 안을 이루고 있는 모든 가구들….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내 몸에 대한 감각이었다. 내 시야에 들어온 손이,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왔다. 방 안에 거울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창문 쪽으로 향하려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일어났니?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까지 자는구나."
나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마음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고민에 들어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저 사람은 누구지? 일단 대답부터 해야 하나? 내가 잘못된 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려도 되는 건가?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 내 발걸음은 이미 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 방 안에 있어 봐야 알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인 상황이기도 하니.
나는 익숙하지 않은 감각으로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한 사람이 나를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이곳이 내가 살던 세계가 아님을 더없이 확신할 수 있게 해 주는 외형이었다. 꼭 무슨…. 게임에서나 흔히 보던 중세 유럽 사람 같은 옷을 입은 중년 남성.
"지금 내려오면 아슬아슬하게 식지 않은 아침을 먹을 수 있을 거란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계단을 먼저 내려갔다. 나는 이 모든 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되짚어보는 것을 포기하고 와, 이제 보니 여기도 저기도 정말 중세스럽다 같은 생각이나 하며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왜 애를 또 굳이 깨우고 그래. 오늘은 딱히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래층에서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발걸음을 한 번 멈추었다가 난간에 몸을 기대고 고개만 아래로 내밀었다.
"깨우지 않았어. 방 안에서 인기척이 나서 불러 봤을 뿐인걸. 따뜻할 때 먹을 수 있으면 좋잖아."
“이번 일은 잘하면 9일 안에 돌아올 수도 있긴 한데. 혹시나 내가 며칠 늦어지면 그 거래는….”
“그럼, 알고 있지.”
“아, 또 그 오르달리아 잡상인 찾아오면 절대 상대하지 말고. 아니, 문도 열어주지 말도록 해.”
“원 별 걱정을….”
조금 전에 내가 있던 방 문을 두드린 남자가 다른 남자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키가 훨씬 컸는데…. 잠깐, 저 생김새는?
나는 계단 몇 칸을 더 내려섰다. 문간에 서 있던 키 큰 남자가 내 쪽으로 돌아섰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분명 한참 전에 기억 저편으로 치워 놓았을 터였던, 어떤 캐릭터의 전신 일러스트가 스쳐 지나갔다. 자캐 커뮤니티를 뛰는 동안 프로필 페이지를 들락거릴때마다 마주쳐야 했던 이미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 알 수 없는 장소에서 눈을 뜨기 직전에도 보았던 바로 그 이미지가 마치 리얼한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것처럼 저 앞에 서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름이 그러니까, 풀 네임이 뭔가 쓸데없이 길었던 거 같은데. 에드워드? 아니야. 라이언? 이런 어감이었던가? 좀더 흔한 이름이었나? 리차드? 이것보단 좀더 재수 없는 느낌이었는데. 아, 그래, 이거였나?
"…렌?"
내 말에 두 사람이 동시에 나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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