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식사
14주차, HBD
B에게 by H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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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건네받은 처방전에는 다정함이라고 적혀 있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내가 먼저 손을 들었는데 아무도 없는 너머에서 누군가 괜찮다고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 종이 석 장을 엉성하게 들 고 옆 건물로 가면 선생님께서는 오렌지색의 천사 스프레드 한 통을 주시며 말씀하신다 우울해도 잊지 말고 드세요, 나을 때까지 부족하면 더 받으러 오세요, 그래서 이 찢어지고 으깨지고 뭉개진 마음들을 내가 어쩔 수 없이 받아온 것이 아니겠냐고 털어놓지만 알다시피 나의 청자는 오늘도 무응답이고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미지근한 오후, 세계의 색은 여전히 다채롭다 목줄 없는 개들이 홀로 산 책을 나와 공원을 배회하고 있다 놀이터의 그네는 아이들 없이도 흔들리는 법을 알고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는 자는 오로지 나뿐이다 온통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 지구에서 멀미하는 걸 보면 내 본적은 다른 어딘가인 모양이다 외로워진 화자가 비누로 손을 씻고 식빵을 자르고 천사를 얇게 발라 베어 물면 복강이 발등까지 무너지는 기분이 된다 지구인이 아닌 그는 물질도 아닌 그것을 정말 참을 수 없어서
천사를 먹는데 왜 이런 견딜 수 없는 슬픔을 느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중얼거리는데
그건 그들이 본질적으로 다감하기 때문이라고
그들이 세계를 아무도 원한 적 없는 방식의 온화함으로 잠재우기 때문이라고
이제 막 세상 구경을 마친 나의 개가 요람에서 기어 나와 팔꿈치를 핥으며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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