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반역
7회차, 마멜 님
(HBD) 각주가 있는 시의 특성상 요청해 주신 이미지 형태로 업로드 해 드립니다. ^.^ 아래는 복붙하기 편하시라고 옮긴 전문이므로, 각주는 꼭 상단의 시를 참고해 주세요.
선생님 이 세상에 선생님 말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요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일인지 설명 좀 해주세요
샛노란 여름은 첫사랑의 유사어라고 하셨잖아요
여름의 어디에도 노랑이 없어요 건물은 온통 흐릿흐릿 올려다 본 하늘은 새파랗기만 하고 해는 너무 하이얘서 진짜 얼굴을 알 수도 없고 나를 마주 보고 앉은 이 애는 천장에서 에어컨이 쌩쌩 나오는데도 빠알간 얼굴을 하고 있어요
교실의 캐비닛 안에서 나누는 첫키스는 다크초콜릿 맛이라고 하셨잖아요
하지만 이건 축축하고 끈적하고 불쾌한 땀냄새의 맛이에요
학교의 옥상은 간지러운 낭만의 장소라고 하셨잖아요
우리 동네에서는 매 해 여름 고삼 언니가 출입금지 문을 따는 일이 있었대요 하나같이 새벽에요 손맛이 녹은 도시락을 위해서도 첫사랑과의 땡땡이를 위해서도 아닌 거죠 첫키스가 생각하는 맛이 아니었으니 헤어지자고 말했더니 그 애가 들려준 이야기예요 언니의 마음을 알 것 같대요 하지만요 내가 이별을 고한 이유는 사실 따로 있어요
어른이 되기 위해서예요 이별의 아픔은 어른의 계단을 오르는 거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이거 언제까지 올라야 돼요? 나 이러다 다릿심으로 세계 챔피언 먹게 생겼어요 우승 트로피를 받으면 그 애에게 선물해도 될까요?
근데 있잖아요 질투는 나의 힘이라고 하셨잖아요
나의 힘으로 만들려면은 잔뜩 먹고 또 먹고 소화를 시켜야 하잖아요 근데 질투도 소화가 되나요? 그래서 기분이 이렇게 배설물 같은가요? 아니면 내 내장에 가득가득 쌓여만 있어서 이렇게 토가 하고 싶은가요?
네? 선생님?
설명 좀 해주세요
다른 애한테 제발 좀 처웃어주지 마시고 설명이라는 걸 좀
좀
좀 해보시라고요
모든 배움이 나를 좀먹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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