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밑의 괴물
텐렌 添練
* 18TRIP(에이트리) 2차 창작
* 아침조 메인스토리, 무라쿠모 텐 구장 노벨 스포 약간
그날 밤 유난히 개가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며 앓았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인간 쪽의 ‘개’가. 다른 쪽의 개는 제대로 슈마이라는 이름이 있는 모양이니. 저 밑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잠결에 듣지 못한 척하며 반쯤 그녀를 등지고, 텐은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는 밤눈이 밝은 만큼 잠귀도 밝았다. 하여튼간에 불행히도 그날따라 유난히 그 기질이 예민하게 빛을 발하여 몹시 거슬렸다. 그래서 쉬이 잠들지 못해 곤란해 하던 참이었다. “으으……” 침대 밑에서, 다시 개가 바르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그러고보니. 부러 감은 눈 아래 펼쳐진 암막 위로 자기 전 모여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그날의 상영회는 ‘영화 릴레이’라는 컨셉트에 맞게 장르를 불문하고 100분 미만이라면 뭐든 하나씩 영화를 골라 와서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고 쭉 틀어놓는 것이었는데, 그중 하나, 그럭저럭 시간 때우기로는 딱이었던 소위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에 장르 치고는 잠깐 호러 씬이 있었다. 이 뒤에 나옵니다~라고 짐짓 외치는듯한 괴기한 현악기 소리가 점점 커지고, 추위가 잠식하는 방 한가운데의 침대와, 그 아래의 새카만 어둠이 클로즈업된다. 흔히 있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침대 밑의 괴물이라던가.
물론 그건 텐에게 있어서 저예산치고는 제법 괜찮은 CG—지금 생각해보면 아쿠타가 요즘 나온 영화치고 화상 처리가 아니라 특수분장이라 열을 올리며 얘기했던가—에 지나지 않았지만, 옆에 앉아 있던 개—니시조노 렌가는, 한순간에 굳어서 아연실색하다 뒤로 넘어진 것을 텐은 의외로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잠을 깨우는 소음을 유독 평소와 달리 무시했다.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침대 밑을 손전등이나 핸드폰의 플래시 라이트로 비춰 보고서는 “오, 아가! 침대 밑엔 아무것도 없단다, 그러니 좋은 꿈 꾸렴.” 따위를 속삭여주며 이마에 키스를 해준다든가의, 바보같이 어르고 달래줄 의무도 없거니와 그렇게까지 해줘야 할 사이도 그래야 하는 사이가 되는 것도 사양이다.
이 나이 먹고서도 그런 것 때문에 무서워한다니. 웃기지도 않지. 애당초 이 3층 침대에서 가장 아랫층 자리의 주인인의 그에게 침대 밑 공간 같은 건 없다. 조금도 틈이 남지 않게 막혀있는 이 침대로는 그 밑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무언가가 기어나올 위험 또한 없다.
그러니, 이건 하나부터 열까지 니시조노 렌가의 문제이다. 텐하고는 상관이 없었다.
그는 침대 밑의 어둠을, 미지未知를, 무서워 하지 않으니까.
한바탕 새카만 시야를 채웠던, 부러 더욱 어둑하게 꾸며낸 늦저녁과 밤의 풍경이 사라진다. 그렇게 아주 익숙한 것이 남는다. 무라쿠모 텐이라는 껍데기 아래에, 니노쿠루와로서 한평생을 걸쳐 길들여온 깊은 밤이.
그러고 보니 저는 어땠었지. 잠 못 드는 사고思考 사이로 비죽 예상치 못한 생각이 핸들을 꺾어 머릿속에 부딪혀 산란한다. 한때 빛이 채 닿지 못해 생기는 그늘을, 어떤 방파제도 안전망도 없이 밑도 끝도 없어 보이는 구렁텅이를, 어둠을, 밤을, 가늠할 수 없는 모든 미지와, 규격 외外와, 불규칙을, 그래. 두려워하던 때가 아주 잠깐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하게 되는 그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생존 본능이었다. 모르니까, 모르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고 파악할 수 없는, 그 감각을 선연히 되새김질 시키는 어떤 표상을, 극단적인 예시의 하나로서, 침대 밑에 숨어들어 있을것이라 믿었던 미지를, 어린아이에게 있어서 감히 알 턱이 없고 또 감당 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왜냐면 그 때란, 그런 것들에게 잡아먹힐만큼 가냘프고 무른 시기였으므로.
그러나 텐은 이제는 안다. 자신은 나이를 먹었고, 어린아이가 아니며, 니노쿠루와이고, 무엇보다 당연하게도! 침대 밑의 괴물을 두려워 할 시기는 지나버린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침대 밑 새카만 틈새에 무엇이 있는지 따위로는 겁먹지 않고, 그 공간에서 느껴왔던 것들과, 어둠과 그늘진 모든 곳—더럽고, 추하고, 아무래도 좋지만 결코 바르고 아름답다고 부를 수 없을 것들을 죄 포함하여—에 마치 한몸인 것처럼 친숙하며, 더는 미지를 앞에 두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섭다고 느끼지 않는다.
알 수 없는 것에,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느끼는 감정을, ‘무섭다’느니 ‘두렵다’ 따위로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면. 머릿속을 스치우는 무엇인가가 형태를 띄운다. 그래, 그건 분명 조심스레 걷혀져 반쯤 바닥으로 떨어진 이불 소리 때문임이 틀림없다. 침대를 잇는 쇠 파이프가 꽉 쥐어져 아주 작게 흔들리는 소리 때문에, 분명, 흠뻑 젖은 비맞은 개처럼 가늘게 떠는 꼴사나운 그 목소리 때문에, 짜증나고, 귀찮고, 한결같이 곤란하게, 당장이라도 손에 그러쥐어서——숨죽인것처럼,
텐? 미안, 자려는 걸 방해하려던 게 아니라, 그게……
형태를 지닌 미지未知가, 침대 아래편에서 그렇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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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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