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VICTIONS

He’s Unaware, But It’s the Sole Conviction He Lives By.

로그용 by 감쟈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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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에버렛과 헤라클레스는 같은 사람이다. 맞는 명제이나 동시에 틀린 명제이기도 했다. 오스카 에버렛과 헤라클레스는 가치관과 생각, 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 해야 하는 범위와 하지 말아야 하는 범위가 명확하게 다른 부분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오스카 에버렛은 어느 순간부터 헤라클레스로서의 정체성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헤라클레스가 아닌 오스카 에버렛은 그저 에버렛 부부의 딸로서, 혹은 이안의 배우자로서만 남기고 그 이외에는 둘 모두가 같은 사람일 수 있도록. 만약 가족의 존재가 없었다면 오스카 에버렛이라는 인간은 사라지고 S.A.I.D의 헤라클레스로서만 남았을 테다. 왜냐하면, 단지 ‘그게 옳으니까.’ 

“루카스 중위는 너에게 사람으로 남아야지, 네 족쇄가 되면 안 돼.”

루카스 빈. 사이드의 만년 중위이자 제 첫 사수, 친구이자 선배. 동시에 관리청의 배신자로 마지막을 찍은 자. 만약 그가 자신에게 사람으로서 남아버린다면 끝내 그가 짊어지지 않은 그 핏물은 누가 짊어져야 하는가? 되묻지 못할 물음만 입에서 맴돌았다.

반대로 루카스 빈 중위는 제게 족쇄인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져봤다. 답은 글쎄… 잘 모르겠다. 다만 그 이후로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망설였던 찰나의 순간에 두 사람의 목숨이 날아갔다. 말린다면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음을 앎에도.

그러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 ‘힘이 있음에도 쓰지 않으면 그것은 죄다.‘ 아버지가 해주었던 말입니다. 어릴 적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게 나에게는 빈 중위였고요.”

그 신발 자국을 쫓아갔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었다. 그 자리에 도착한, 나를 포함한 셋 모두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지는 압니다. 의무에 짓눌리지 말라고 걱정하신 거죠”

다만 끝끝내 내버리지 못한 책임을 꾹꾹 눌러 담아 이고 지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내팽개친다고 해도 자신만은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

“저는 그게 안 됩니다. 그럴 수 없어요. 설령 할 수 있다고 해도 하지 않을겁니다.“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말에 정면으로 거절한 것은. 하지만 오히려 말로 뱉고 나니 후련했다. 자신은 외면하기보다는 이 모든 것을 양팔에 가득 끌어안고 등에 짊어지고 가야 차라리 속이 시원했다. 언젠가, 제 배우자가 그저 연인으로 있었던 시절 했던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당신은 너무 올곧아서 반드시 이용당하고 말 거라고 했나. 그때는 코웃음으로 넘겼던 것 같은데,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침전되지는 않을 겁니다. 저 힘 세잖아요. 다 끌어안고 짊어지더라도 올라갈 겁니다.” 

확실히 당신 말대로, 손이 많이 가는 편이라는 건 인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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