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아

로기아 - [사설] 마법에 관하여

트리니티의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잡지 중 하나.

안녕하십니까, 독자 여러분. 오늘은 마법에 관한 소개를 하는 유익한 시간을 가져 볼까 합니다. 상식이라 알려 줄 필요는 없다고요? 상식이기에 한 번 더 짚어 보는 겁니다. 일종의 복습인 셈이죠.

마법에 대한 기초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력을 통해 이상계의 것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 조금 어려운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자세히 파악한다면 쉬울 겁니다. 세상에는 현실계와 이상계가 있습니다. 현실계는 물질적인 것, 이상계는 비물질적인 것. 그리고 그 비물질을 물질로 구체화하는 것이 마법…. 이라고 해도…. 역시 이해하기 어렵겠죠? 조금 더 풀어서 써 보겠습니다.

현실계는 우리가 살아 있는 공간을 뜻합니다. 물질들의 세계죠. 반면 이상계는 영혼이 살아 있는 공간을 뜻합니다. 비물질들의 세계죠. 아, 너무 조바심 내진 마세요. 더 쉽게 설명할 테니까요. 비물질은 물질 이외의 것으로, 사고, 벡터, 개념 따위를 담고 있습니다. 범위가 조금 넓죠?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우리의 마법은 이러한 이상계의 비물질들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가령 현실계에서 불을 만들어 내고 싶다면, 이상계의 ‘불’을 일으키는 요인을 이용해 현실계에서 만들 수 있습니다. 물질 자체를 만드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 물질이 가지는 속성을 이상계의 비물질로써 만들어 낼 수도 있답니다.

하하…. 풀어서 설명해도 역시 어려웠으려나요? 괜찮습니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것 따위 공부할 때를 제외하고는 신경 쓰지 않거든요. 마법이야 뭐, 어찌 됐든 쓸 수 있으면 그만 아니겠나요?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는 마법을 ‘인과를 만들어 내는 힘’이라고도 부른다고 하더군요. 본래 일어나지 않을 ‘원인’을 일으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아니냐면서요. 뭐,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비물질적인 것을 물질로 구현하는 것인 만큼, 상상력 또한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비물질에는 ‘사고’ 또한 들어간다고 앞서 말했었죠? 그러한 사고는 비물질들을 헤아리는 데 있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비유하자면 사고는 현실계에서 이용하는 검색 엔진과 비슷한 것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흠, 아직도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상상해 보세요. 누군가는 상상력의 한계로 평범한 호랑이 정도밖에 창조하지 못했고, 누군가는 상상력이 풍부해 아주 거대하고 강력한 용을 창조했다면. 둘 중에 누가 더 강할까요? …그런 차이인 겁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처럼요. 사고력은 이처럼 비물질을 물질로 구현하는 데 있어 ‘어떤 형태로 구현할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사고력이 깊을수록 더욱 위력이 강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거랍니다.

아, 역시 당연한 것들투성이겠지만. 마법 얘기를 했으니 마력에 관해서도 살짝 이야기를 해 보아야겠군요. 사람들은 전부 마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여기서 마력이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힘’을 뜻합니다. 정확히는 영혼 내에 내재하는 힘으로, 마력을 위한 그릇인 영혼이 강할수록 더욱 강력한 마력을 지닐 수 있습니다. 영혼이 강한 것은 즉 이상계와의 연결이 강해진다는 뜻이 되고… 이 말은 곧 이상계의 비물질을 구체화하기 수월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죠.

앞서 사고력이 중요하다고 했었죠. 하지만, 사고력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마력입니다. 비유하자면 이렇겠네요. 사고력이 검색 엔진이라면, 마력은 컴퓨터(혹은 검색 엔진이 있는 다른 전자기기)입니다. 가정해 보세요. 당신이 필요한 것은 100GB의 파일이라고 해 봅시다. 그래서 그 파일을 검색해 봤더니, 이런, 세상에. 컴퓨터는 그 100GB의 파일을 수용할 수 없을뿐더러 실행할 수조차 없네요. 뭐, 이렇게 되면 억울해지겠죠?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고, 검색했을 때의 내용도 풍부하게 나오는데… 컴퓨터 하나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니! …이런 게 바로 사고력이 강하나 마력은 약한 자들의 모습입니다(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 그런 유감스러운 분들이 있으시다면, 미안합니다).

그래요. 컴퓨터는 나중에 새로 바꿀 수 있기라도 하지만, 이 마력은 개인마다 선천적으로 다릅니다. 누군가는 적은 마력을 가지고 태어날 수도, 누군가는 많은 마력을 가지고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기술이 발전에 마력의 양을 강제로 늘릴 수도 있다고 하던데… 하하, 글쎄요. 저는 무서워서 시도는 해 보고 싶진 않군요. 부작용이 심하다나? 자세한 건 잘 모릅니다. 저는 그리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어서요.

어쨌든, 하나 더 추가로 얘기를 해 보죠. 방주가 세워지기 이전에는, 마법을 연구하는 학문인 마도학과 공업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인 공학을 융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방주가 세워진 후에는 융합에 성공해 마도공학이라는 분야가 만들어졌다죠. 만일 당신이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거나, 마력의 한계를 느끼신다면…. 마도공학을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후자의 이유라면 공학 쪽을 깊게 공부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어쨌든요.

여전히 일부 보수적인 사람들은 마도학이 우월하다, 공학이 우월하다 싸우며 마도공학은 최악의 학문이라고 하기도 합니다만…. 글쎄요, 과연 무엇이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둘 다 장단점이 있는 건 똑같아 보이지만요(만일 당신이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음, 이런. 적당히 넘겨 주시길).

오늘은 이만 쓰는 것으로 할까요. 다음에 읽으실 때는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다 읽으신 후에는 여러분의 잡지 ‘로기아’를 베개 밑에 둔 채 소중히 보관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하, 농담입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소중히 보관해 주시길 바라며, 다음 잡지도, 다음 사설도 기대해 주세요.

작자, Bug

카테고리
#오리지널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