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 참고용 작업물

조각들

개인작, 커미션 발췌

중략 부분은 타 오너님들의 캐릭터와 서사상 얽힌 부분이라 삭제하였습니다.

커미션은 다른 타입인 반고정틀 작업물을 일부 발췌하여 첨부하였습니다.


가장 먼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는다. 그 다음에는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을 어떻게든 감추려는 듯 기껏 만져놓은 머리를 헤집었다. 그리고, 마른 세수. 정처 없이 옮기는 걸음이 어디를 향하는지도 모른 채 어떠한 생각에 빠져 마구 허우적댄다. 스스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괜스레 하늘을 올려다보며 부정할 수 없는 정겨움을 상기할 뿐.

... 아. 이래서 이곳에 온 걸 후회한다. 그냥 늘 그랬듯이 방구석에 처박혀서 드라마나 보다가 철거될 날짜에 맞추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훌쩍 떠나 버릴 걸 그랬다. 남들이 정도 없는 놈이라고 욕할 때 늘 그랬듯 코웃음과 무시로 일관할걸 그랬다. 마지막을 코앞에 앞두고 홀가분할 거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어 가슴을 울렁이게 만든다. 

바스라지기가 두려워 작은 파도 하나마저 피하려 스스로 쌓았던 그 두꺼운 장벽이 속절없어진다. 남들을 속이고 속이다 못해 류세이 자신마저 기만하려 시도했던 흔적들이 하나씩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두려웠나? 유학에서 돌아온 후 애써 가슴에 묻었던 질문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중략.)

괜스레 울고 싶어졌다. 물론 정말 울지는 않을 것이다. 주먹을 그러쥐었으나 결국 카디건의 헐렁한 주머니에 찔러 넣어 숨기는 것마저 달갑지가 않았다. 언제쯤이면 토요다 류세이는 스스로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런지. 그림자가 짙게 남은 한때의 찬란함을 직면하기 위해 결국에는 발걸음을 옮겼다.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기억이다. 과거의 류세이조차 그렇게 생각해 아마도 그것을 던져넣었을 것이다. 이 마을을 떠나기 전 혹여 떠올리고 직면하기를 바라며. 그런 점에서 이것은 명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개인작, 커뮤 로그

대화를 나눌 새도 없이 그 사람은 그날 저녁 급한 출장길에 올랐고 카미타는 입술을 짓씹으며 잘 다녀오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애인이 돌아오기 전에 그는 지방으로 내려갔다. 지독하게 못난 자신을 마주해야 대화를 시도할 수라도 있을 텐데 그게 무서워서 도망치듯 떠났다. 새벽에 인사불성으로 들어온 일에 대해서는 전화로 사과했다.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그게 끝이 아니었던 것이다.

카미타의 자존감은 비유하자면 모래성 같았다. 물을 부어 이제야 막 굳히고 있는데 누군가 와서 살짝 건드린다면. 입자가 고운 모래성은 작은 자극에도 원래의 모양을 잃고 후두둑 바닥으로 무너져내린다.

그건 아마 음의 피드백. 투입될수록 떨어져가는 자존감 수치. 복잡한 날을 보내며 숙소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팅팅 부은 눈으로 침울해하는 카미타를 보고 일부 마음 좋은 선배들은 걱정의 한마디를 건네기도 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하지만 고작 이런 걸로 열등감에 괴로워하는 게 부끄러워서 드러낼 수가 없었다. 사회는 우울해하는 막내를 기다려줄 정도로 한가하게 돌아가지 않았고 카미타는 그쯤은 알았다. 억울하지는 않았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딴생각에 잠기다가 실수하고 선배의 고함을 받아내며 입술을 짓씹었다.

개인작, 1차 소설

학생들의 세상은 어른들의 탐욕 앞에서 너무나 쉽게 스러졌다. 학생 몇 백의 시간이 더 이상 흐르지 않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자전을 계속하고 우주의 순리대로 세상은 흘러간다. 이 모든 게 지독한 악몽에서 그쳤으면 했으나 피부에 와 닿는 고통은 잔인할 만큼 현실적이었고 또 한 번 눈을 지그시 감으며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는 동그라미로 가득 찬 문제집에 가끔 가다 빗금을 그을 때마다 기분 좋은 공상 속으로 빠져들고자 애쓰곤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감당 불가능한 속도로 들이닥쳐오는 현실을 아무렇지 않게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N은 필사적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하루를 영위하며 자꾸 꿈이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정신의 현실도피. 그리하여 어른들이 빚어낸 재해가 눈앞에 펼쳐졌을 때 그 지옥은 경시대회 시험지의 빗금 하나와는 비할 바 없이 고통스러웠으나 N은 비슷한 방법으로 이겨내려 노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말 그대로 재해다.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고 허리를 세워 앉으면 실체 없는 잡생각은 환기해낼 수 있다. 그러나 친구의 죽음과 영구적 부재, 당장 내일 밖으로 나갔다가 기괴하게 변해버려 감염자라 통칭되는 한때의 친구를 마주칠 가능성, 삶의 전부였던 꿈이라는 것의 총체적인 추락 같은 것은?

재해는 한낱 인간 하나가 의지 따위로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사랑한 만큼 필연적으로 박애주의자는 아파야 한다.

(중략)

N은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복도를 따라 달려갔다. 그리하여 감염자가 모퉁이를 돌아 튀어나와 A를 공격하기 직전에 두꺼운 교과서를 알맞게 휘두르는 데 성공했다. 감염자가 뒤로 휘청했다. 왜 그렇게 미련 없는 표정을 짓는 거야?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네게 미련을 가졌던 건 나뿐이었어? N은 제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책을 자꾸 휘둘러 내리쳤다.

개인작, 1차 소설, 좀비 아포칼립스

 무언가가 발목을 붙잡고 아래로 잡아끌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고 진위 여부는 그리 중요치 않았다.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따지고 있기에는 너무 지쳤다. 피곤하다, 불을 꺼야 하는데. 두뇌 회전이 버벅였다. H은 의자에 늘어져 있던 몸을 힘겹게 일으켜 세워 느릿하게 걸어가 방의 불을 껐다. 스위치를 탁, 소리 나도록 누른 손과 팔은 금세 중력에 내맡겨져 툭 떨어진다.

지겹도록 마주하던 방이다. 방의 불이 꺼졌대도 화려한 도시의 잔광과 일상의 쳇바퀴 속에 체득한 습관이 H을 침대로 이끌었다. 피곤해…, 조금 전에도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은데. 그는 쓰러지듯 침대에 몸을 뉘였다. 적당히 부드러운 매트리스에 내던지다시피 한 온몸이 짧은 시간 진동했다.

커미션

… 알겠다니까. 못 이기겠다는 듯 내뱉고선 좁은 침대를 비집고 H의 옆에 몸을 뉘였다. 올려다볼 필요 없이 눈높이에 C의 얼굴이 놓이자 그는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굴었다. 머리 아프니까 안아 줘…. 갈라지는 목소리로 내뱉은 중얼거림이었지만 얼굴과 얼굴 사이 거리가 워낙 좁아 들리지 않을 리 없었다. 이미 그에게 져 주기로 마음먹은 C가 품을 내어주자 꾹 끌어안곤 잔뜩 찌푸려졌던 미간이 서서히 펴지기 시작한다.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점차 주기성을 띨 때까지 그녀는 H의 등을 토닥였다. 네가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내 앞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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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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