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칙칙
리퀘스트: 밖으로 나오기 전 어린 쌍둥이들의 엉망진창 학창 시절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말정말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과장을 조오그음 보태 죽는 것만큼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혼자 하기엔 너무 어려운 과제인걸! '저기이, 있잖아.' 이따금 제가 봐도 깜짝 놀랄 정도로 닮은 얼굴의 오빠는, 알리제가 발끝으로
“그라하.” “어!” 영웅은 보통 신출귀몰하다. 어제까지는 이곳에 있었는가 하면, 오늘은 다른 곳에 있고, 내일은 또 다른 곳에 있다. ‘어딘가로 갈 거야’라는 말을 해주기도 하고, 올드 샬레이안에 오기 전 미리 이야기를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말을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니까, 그라하 티아에게 미리 이야기를 전하지 않고
혼나겠지? 에스티니앙은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곧 눈가를 삐죽거리며 이대로 있기로 했다. '아이메리크 경이 그리다니아에서 하는 별빛 축제에서 선물을 나눠주고 있더라고.' 빛의 전사에게 그리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녀석이 그렇게 한가할 리가 없는데, 하고 생각했건만 역시나. 회의 때문에 간 그리다니아에서 없는 시간 쪼개어 그리 선물을 나
이래서는, 잠만 자는 친구 아닌가? 라고. 손에 머리를 괸 채로 한참 동안 일하는 아이메리크를 노려보던 에스티니앙은 생각했다. 자, 생각해 보자. 오늘 에스티니앙과 아이메리크는, 몇 주 만에 잡은 귀중한 약속임에도 아이메리크가 일이 복잡해졌다며 약속 시간을 미루고 미룬 끝에 늦은 저녁 시간에야 간신히 만났다. 그 늦은 저녁을 먹으며 술을 기울이는 동
현대AU 오전 10시 20분. 가타부타 말도 없이 아이메리크에게서 메시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그가 보낸 것은 1분 15초짜리 음성 파일이었다. 그 앞뒤로 어떤 설명도 없다. 하지만 에스티니앙은 이 음성 파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 이유도 알 수 있었고.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린 에스티니앙은 음성 파일을 재생하지도 않은 채로
덜컹,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순식간에 눈이 커졌던 것을 어떻게 알아챘을까. 모험가의 눈을 보고는 말을 꺼냈던 오르슈팡조차 잠시 놀란 듯했다. "아아, 너를 곤란하게 하려고 한 말은 아니야! 걱정 마." "그걸 어떻게." 같은 라라펠족인 이들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았던 모험가가 작정하고 남자 행세를 하니
어떻게 말해야 할까. '수정공'으로서의 평생은, '수정공'으로서 영웅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평생은 제 욕심을 억누르는 것이 전부였다고 봐도 좋다. 한때는 제 운명도, 제가 처한 현실도 질릴 정도로 끔찍했기 때문에 그가 원망스럽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제 와서는 굳이 그와 더 무언가를 하고 싶지도 않을 것 같아, 라고 체념하기도 했었다. 이게 나이가 들어
할로윈, 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고 했던가. 에테르계와 별바다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혼에 불과한 이들이 에테르계로 내려올 수 있고, 에테르계의 존재들도 그 혼을 볼 수 있는 날이라고 했다. 기껏해야 1년에 하루 정도고 시간도 짧아 그런 날이 있다고는 해도 혼을 본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했다. 더군다나 그 시기는 그리다니아의 수호천절 시기와 겹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