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모음

오르여빛

2022. 11. 27.

TYYYYYYYYYYY by 칙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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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순식간에 눈이 커졌던 것을 어떻게 알아챘을까. 모험가의 눈을 보고는 말을 꺼냈던 오르슈팡조차 잠시 놀란 듯했다.

 

"아아, 너를 곤란하게 하려고 한 말은 아니야! 걱정 마."

"그걸 어떻게."

 

같은 라라펠족인 이들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았던 모험가가 작정하고 남자 행세를 하니 같은 라라펠족조차 알아보지 못했단 말이다. 그런데, 추위 탓에 이 땅에 드나드는 라라펠족이 많지 않아 라라펠족을 보는 일조차 드물었을 엘레젠족의 이 남자가, 어떻게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꿰뚫어 보았단 말인가. 심지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양 말할 수가 있단 말이야!

 

"왠지 알아볼 수 있었다. 수상한 목적이 있거나 해서 이런 말을 꺼내는 건 아니니까 염려하지 마라, 맹우여!"

"…………."

 

오르슈팡이 저에게 얼마나 많은 일을, 얼마나 굉장한 일을, 얼마나 감사한 일을 해주었는지는 안다. 하지만 전부에 가까운 동료를 잃어버린 일을 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는지 속이 뾰족뾰족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사실이 밝혀졌을 때의 피해를 헤아릴 수 없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떻게 헤아려야 할지 모르는, 그저 모험가 스스로가 가장 크게 느끼는 약점이다. 어쩌면 별것 아닐지도 모르는 정체. 그것을 제 앞에서 처음으로 입에 담은 이가, 최근 자신에게 가장 깊은 안심을 주는 오르슈팡이었음에도 모험가는 날카로워진 눈빛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정말이야."

 

하지만, 곧, 오르슈팡의 뭉그러진 목소리를 들으니 그 마음은 더 날카롭게 째어지지 못했다.

 

"사정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캐어 물으려는 생각도 없어. 안심해도 좋아, 진심이야. 나는 그저… 이번에도 네게 도움이 되고 싶은 것뿐이야."

 

저 스스로도 눈을 평소처럼 둥글게 뜨고 있음을 느꼈다. 둥근 눈으로 모험가는 오르슈팡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히려 이걸 알아챘음에도 네게 숨긴다면 실례일 것 같아서 말하는 것뿐이야. 불편한 점은 없을지, 곤란한 점은 없을지 물어보고 싶어 물은 거였다. 놀라게 했다면 미안하군. …날, 의지해도 좋아, 맹우여. 나만큼은 언제까지고 어디에서도 너를 지키는 방패일 테니!"

 

주먹을 말아쥐며 모험가는 오랜 후에야, 겨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얼굴을 보며 오르슈팡은 환히 웃었다. '미안해.' 무엇이, 미안하다고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으나 이 짧은 한마디를 듣고 오르슈팡은 더더욱 환히 웃었다. 아주 오래 잊히지 않을 환한 미소였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까지, 오래간 모험가가 사무치게 그리워할…… 환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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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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