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모음

학창 시절의 쌍둥이

2021. 7. 19.

TYYYYYYYYYYY by 칙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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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스트: 밖으로 나오기 전 어린 쌍둥이들의 엉망진창 학창 시절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말정말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과장을 조오그음 보태 죽는 것만큼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혼자 하기엔 너무 어려운 과제인걸!

 

'저기이, 있잖아.'

 

이따금 제가 봐도 깜짝 놀랄 정도로 닮은 얼굴의 오빠는, 알리제가 발끝으로 땅을 비비며 말을 꺼냈을 때조차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자애롭게 웃고만 있었다. 알리제라면 짓지 않을 표정을 짓고서 말이다. 이번에 받은 마법 과제 좀 도와줘, 라는 말은 참 쉬운데 그 쉬운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야, 알피노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진 않으니까! 지고 싶지도 않고! 혼자서 천재란 이야기는 다 독차지하고 말이야. 게다가, 그런 말로 우월감은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서 더- 도와달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혼자서 하기는 너무 어려운걸. 다른 친구들에게 도와달라기엔 굉장히 잘 알려줄 적임자도 곁에 있구….

 

'혹시, 이번에 받은 치유술 과제, 다 했어?'

'아아, 세린 교수님의 수업 과제 말이지? 그저께쯤에 끝냈어. 왜 그래, 알리제?'

 

그 앞에서 알리제가 '어려워, 도와줘'라는 말을 꺼내는 데에는 3분쯤 더 걸렸으나 알피노는 끝내 알리제가 하려는 말을 눈치채지도 못했다. 하여튼, 이렇게 눈치도 느려서 말을 꺼내기가 더 어렵다구!

 

"알겠니?"

"조오그으으음은……."

 

설명을 마친 알피노가 이쪽을 부드러운 눈길로 쳐다본다. 그 눈빛을 보고 있자니… 몸에 힘만 더 빠진다. 말과 함께 몸이 주르륵 무너져 책상에 뺨을 대고 엎드렸다.

 

알리제가 전투 시에 맡을 역할을 선택한다면 공격 쪽이다. 누군가를 치료해주는 역할은 사양이다. 그 성향과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공격적인 주술과는 달리 환술을 응용한 치유술은 영 몸에 익지도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알아두는 게 좋다는 생각은 누군들 안 하겠어. 그나마 저를 잘 아는 알피노의 맞춤 설명 덕에 과제를 끙끙거리면서도 할 수는 있을 정도로는 알겠는데….

 

"알리제, 너는 백마법도 제법 잘 다루니까 요령만 알면 잘할 수 있을 거야."

"마음에도 없는 띄워주기는 사양이거든?"

"진심이야, 알리제. 실습 때엔 네가 가장 눈에 띄는걸."

 

그거야 내가 널 신경 쓰는 거나 비슷한 거지, 바보 아냐?

 

"차라리 약초학이 재미있어. 만드레이크를 캐거나 교수님이 '폭발 조심하세요'라고 하는 조합을 하는 게 짜릿하잖아."

"나는 만드레이크를 다루는 건 좀 어렵던데… 손안에서 꿈틀거리는 게 조금 꺼림칙해서. 그보다 알리제, 폭발은 조심하라고 하셨으니 조심하는 게 좋지 않겠어? 얼마 전에 다친 학생도 있다고 했어."

"안 터지게 조심하고 있다구."

 

엎드렸던 몸을 일으켜 종이를 바라보았다. …설명도 들었으니 해야겠지? 펜을 드는 알리제를 바라보는 알피노의 눈빛을 보아하니 알리제가 과제를 끝낼 때까지 봐줄 모양이다. …흥, 하여튼 성실하기는.

 

"알피노."

"응?"

"이번엔 네가 도와줬으니까 만드레이크 조각 내는 게 힘들면 다음엔 내가 그걸 도와줄게. 그럼 공평하지. 안 그래?"

 

알피노가 하하하, 웃었다.

 

"그래, 다음 약초학 과제 때는 내가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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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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