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지어올게용.. -1-

준옫.. 과 아주 작은 온쩡이 있을 예정.

https://youtu.be/FZnW6A2k9tw?si=k7skc8n7wwrVEffp

준한은 실재(實在) 하는 것을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그 다짐의 시작은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땐 기타를 배우기 전이라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거나, 집 앞 놀이터에서 학원 간 친구들(대체적으로 승민..)을 기다리곤 했었다. 당시엔 모래로 뒤덮인 놀이터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거나 모래성을 쌓으며 시간을 보냈었는데, 언제서부턴가 길냥이 한마리가 다가와 아는 체를 했더랐다. 양반다리를 한 제 무릎에 머리를 부비는 녀석이 참 귀여웠다. 이마와 엉덩이를 꾸민 깜장 무늬도. 동그랗고 파란 눈동자도. 며칠을 그렇게 얼굴 도장 찍다보니 준한도 녀석의 머리나 턱을 조심히 만져주는 것에 능숙해졌다. 그래, 그날이었지. 그날은 늘 묵묵히 녀석이 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던 준한이 드디어 달싹이던 입을 열어 인사를 건넸던 날이다.

 

“안녕..”

 

말하는 준한 조차 듣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였지만. 준한은 그럼에도 제 목소리에 스스로 놀라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이윽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곤 녀석을 조심히 안아 올려도 봤다. 조금은 묵직한 온기가 가슴팍을 한가득 채우는 것이 신비로웠다. 누군가를 품에 안는다는 건 참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일이구나. 말주변 없는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찬사였다. 왜 선생님은 사랑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이라 하셨을까. 이렇게 선명히 만질 수 있는데 말이야. 준한은 한때 그런 생각도 했었다.

 

“승민. 승민아...”

“어? 야. 한준한 너 울어?!”

“고양이가.”

“뭐?”

“고양이가...”

 

다음날, 준한을 잘 따르던 그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준한은 놀이터로 걸어오던 녀석을 치고 도망가던 흰색 소나타를 아직도 기억한다. 왜 우냐며 물어보는 승민에게 고양이가 죽었다는 말을 꺼내기가 무서웠던 준한은 승민의 손을 잡아 이끄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승민은 피가 고인 아스팔트 바닥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가로등 아래 시원하게 토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꼬리가 꺾인 녀석을 보며 아프겠다.. 중얼거렸다. 그러다 이내 얼마나 울었는지 하얗게 질린 준한의 어깨를 꽉 잡곤 그랬다. 내가 엄마아빠 불러올게!

 

“그, 그 사이에 누가 버려 버리면 어떡해...!”

“네가 지키고 있음 되잖아. 우린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못해.”

“빨리 와야 돼.”

“응. 날아갔다 올게.”

 

승민은 이제 오들 오들 떨고 있는 준한의 어깨 위에 제 태권도 도복을 입혀주곤 집으로 달려갔다. 날아갔다 온다는 말이 허풍은 아니었는지 10분도 안 되서 돌아온 승민의 모습에 다 마른 줄 알았던 준한의 눈물샘이 또 한 번 팍, 하고 터졌다. 그 짧은 사이에 승민은 제 부모님은 물론이고, 준한의 부모님까지 모셔오는 것에 성공한 듯 했다. 알고 보니 승민의 집에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단다. 준한의 앞에선 씩씩했던 승민은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엉엉 울며 준한이 제게 그랬듯 고양이가, 고양이가..! 라는 말만 반복 했다. 다행히 준한의 부모님이 아들이 밥 먹을 때 가끔 얘기 하던 길고양이 일임을 짐작 하시곤 바로 달려 나오셨던 것이다. 아이들은 공터 모서리에 묻힌 고양이의 잠자리를 한참 바라보다 돌아왔다. 그날, 승민은 제 어깨에 기댄 작고 가볍기만 한 머리를 평생 지켜야겠다고 다짐 했었고.

준한은 앞으로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함부로 사랑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너 진짜 재수 없는 거 알지.”

“어렴풋이 알고는 있어.”

“킹받아...”

 

승민은 가끔 그날 이야기가 나오면 솔직히 그때 나한테 반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5프로 진담 100프로 총 105프로의) 을 던지곤 한다. 준한은 늘 그랬듯, 다 식은 베이글을 종이 씹듯 베어 물며 고개를 저을 뿐이고.

 

“그냥 친구 만든다고 생각하고 나가면 안 되냐.”

“응.”

“대체 왜.”

“그랬다가 나랑 정말, 긍정적인 관계가 되고 싶어 하는 상대가 생기면 어떡해? 그 사람한테 너무 미안해서 안 되지.”

“그렇게 안 되게 알아서 잘 하면 되잖아!!”

“그래도 사람이 기본 매너라는 게 있는데.”

“그럼 나간 김에 해보면 되겠네. 그 긍정적인 관계..”

“아이, 싫다니깐.”

 

불알친구가 이렇게 부탁하는데 너 참 매정하다. 승민의 말에 노트북에 기어 들어갈 기세였던 준한이 불현듯 고개를 들어 승민을 바라본다. 오. 이거 좀 먹히나. 싶어 기대에 찬 눈으로 마주보면.

 

“나 그 말 싫어.”

“뭐, 불알친구?!”

“좀 조용히 말해... 그래, 그거. 뭔가 기분 나빠. 불알이 우정의 척도가 될 수는 없어. 근데 그걸 마치 같은 디엔에이를 가지고 태어난 쌍둥이 비유하듯 친구한테 불알이라는 수식을 붙이는 거 이해가 안 가. 그리고 불알은 남자만 가지고 있는 거잖아,”

“네 목소리가 더 크거든? 몇, 몇 번을 말하는 거야. 부랄부랄...”

“싫다니깐.”

“아 알았으니까! 소개팅 좀 같이 나가자고. 어?”

 

끝난 줄 알았더니 아니었네. 준한은 다시금 들을 가치도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숙여 버린다. 그리곤 혼자 나가면 되지 왜 자기를 끌어 들이냐며 궁시렁 대기까지. 준한은 의도치 않게 승민의 정곡을 콕콕 잘도 찌른다. 아주 어려서부터 특기였다. 씩씩대던 승민이 결국 귀가 새빨게져선 왁왁댄다. 승민의 급발진 사자후에 한쪽 귀를 스무스하게 막는 건 이제 준한에게 일도 아니게 됐다.

 

“부꾸러우니깐글췌!!!”

“나 있으면 더 부끄럽지 않겠어? 네 말대로 이십년지기 친구 옆에서,.. 그래야 하잖아.”

“뭘 그래.”

“호감을 살 만 한? 행동을 해야 하는 거잖아. 으. 생각만 해도 낯 간지러...”

“됐다. 걍 말을 말자... 니 평생 혼자 살어라.”

“내가 왜 혼자야.”

“엉?”

“승민이 네가 있는데.”

“왐마...”

 

승민은 부부싸움 지켜보던 떡볶이 사장님 빙의해서 놀라고 있는데 준한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다. 가만 보면 낯 간지러운 건 준한이 다 하는데.

 

“너 사랑이 몸에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 너 뼈밖에 없구 연약한 거 다 그래서 그런 거야. 세상에 좋아하는 사람 하나도 없어서.”

“가족은 별개라고 했다.”

“장르가 같냐.”

“실재하는 것들은 만져지잖아. 만져지는 것들은 틈이 좁아지면 부딪혀. 부딪히면 구겨지고, 깨지고, 망가질 거고. 나는 그게 무서워, 승민아.”

“원래 사람은 사람끼리 부딪히면서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 거야, 멍청아.”

“혼자라면 머무르면서 유지할 수 있어. 애초에 움직이지 않으니까, 에너지 소모될 일이 없지.”

 

승민은 문득 문득 준한이 어려울 때가 있었다. 아주 어려서는 원래 그런 애니까.. 하고 넘어 갔다지만 요즘 들어 사소한 것에도 그에게 아주 크게 서운해져서. 삐친 여자친구롤이 된 것만 같았다나 뭐라나. 좋아하는 음식, 못 먹는 음식, 자주 듣는 노래, 싫어하는 향기, 선호 하는 피어싱 스타일, 무조건 웃는 말들.. 같은 걸 줄줄 꿰고 있어도 준한과는 하루에도 몇 번씩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불만이면 실제로 멀리 하면 될 텐데. 승민은 늘 그게 안 됐다. 머릿속에 준한과 관련된 생각뿐이라서. 가온이 주선 한다는 소개팅 얘길 들었을 때도 준한을 데려가야겠단 생각 밖에 나질 않았어서. 화가 잔뜩 나서도 흘러내린 준한의 곱슬머리를 넘겨주는 것이 먼저라서. 또 우습게도 준한은, 그 손길을 자연스레 받아내면서도 정말 저 ‘혼자’ 이 청춘을 보내고 있다고 믿고 있어서.

 

“암튼 알았어. 나만 나가지 뭐.”

“혼자?”

“혼자 가라며.”

“그랬긴 했지.”

“... 삼초 준다. 빨랑 정해. 삼, 이,”

“집밥 사줄게.”

“뭐래.”

“공차도.”

“가지 말란 뜻?”

“.... 이번에 새로 연습한 곡 들려줄게.”

“너 무르기만 해봐. 뒤져.”

“말 참 예쁘게 한다, 오승민.”

 

가지 말고 자기랑 놀자는 말을 빙빙 돌려 하는 데도 승민은 막힘없이 정답을 외친다. 학교 앞 한식뷔페 갔다가 공차 가는 건 매일 같이 하던 것들이었는데. 승민은 준한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냥 좋은 것이다. 거봐, 뭘 혼자 살어. 넌 나 없음 안 되는 거 내가 빤히 아는데.

 

“근데 가온이 정수형이랑 진짜 쪽 난 거야?”

“몰라. 지 말론 뭐 사귄 적도 없다는데. 그게 사귄 게 아니면 뭐야.”

“그러게... 그 정도의 친밀감을 우정이라고 말 할 수 있나.”

“아예 없진 않지. 야. 우릴 봐.”

“아.”

 

철학과 한준한군은 오늘도, 두 달 먼저 태어난 친구보다 깨달음이 조금 늦다.

 

 

 

 

 

 

 

 

 

= 다으으으으으으음편을 쓸 수 있을까요.. 체력이 차면..!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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