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 2023. 05. 16 🌱🪶후기

2022년 11월부터 2023년 5월 16일까지 업로드된 탐카베 포스팅의 후기입니다.

분량이 많으니 한가할 때 킬링타임용으로 읽어주세요.

#으로 검색하면 다음 타이틀의 내용으로 넘어갑니다.

# 태양 아래, 그늘 속에 숨어버리는 그대를 이해하는 법

Merry Christmas Mr. Lawrence

Arabesque

놀랍게도 두 사람이 실장되기 한참 전에 쓴 것입니다.

이 둘이 좋긴 한데 써도 되나……, 싶기도 했고 포스타입의 cp 태그 스타트는 누군가가 끊어야 했기에 업로드까지 필요한 용기의 양이 상당했지만 결국 올렸습니다.

잠들어 있는 알하이탐의 침실에 카베가 다짜고짜 쳐들어와 시작하는 내용입니다만 나름대로의 서정은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도입부를 많이 고민하는 타입인데 지금 보니 이때 썼던 도입부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카베에 대한 해석의 8할인 것 같네요.

처음에는 카베가 취해서 시작한 관계인지라 취기 때문에 카베가 뻗어버려 알하이탐은 못 간 채로 끝내려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카베가 지난밤을 기억도 못 할 계획이었죠.

이렇게 했어도 웃겼을 것 같지 않나요? 가뜩이나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취한 척 쳐들어온 룸메이트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체력은 소모하고, 욕구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채 챙겨주기만 한다면……. 정말 벤츠가 따로 없겠습니다만 쓰다 보니 역시 왼이 가야 한 번이라는 최애왼충의 폴리시가 올라오더라고요. 후반부를 쓰는 도중에도 알하이탐을 보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만 역시 이런 건 둘이 하는 일이니까요…….

역시 필름이 끊길 정도로 취한 카베를 알하이탐이 받아주기만 하는 전개는 왠지 허무하고 뻔하잖아요? 취해서 제정신이 아닌 척 동거인의 온기를 바라고 쳐들어온다면 귀엽지 않을까 했답니다. 알하이탐을 좋아하지만 제정신으로는 안아달라고 할 수 없고, 그래서 취한 척 억지를 부려보는 카베 정도라면 알하이탐도 받아주지 않을까 했습니다.

카베는 취기를 핑계로 안기기 위해 알하이탐의 침실로 들어왔고, 알하이탐은 이러한 사실을 전부 알고서도 받아주는 내용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잠들어 있던 알하이탐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겠지만 카베는 아니죠.

당장 스크린샷으로 관찰할 수 있는 모델링의 일부분이 전부였기 때문에 이 부분이 힘들었습니다. 액세서리도 많고 늘어뜨린 것도 많으니 입고 벗는 데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스스로 옷을 벗는 신은 카베가 취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카베라면 오밤중에 다짜고짜 쳐들어와 안아달라고 억지를 부렸으니 이 정도의 배려는 할 것 같습니다.

안아달라는 말조차 제대로 못 할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과 밤을 보냈어도 아침이 되니 카베는 곧바로 본심을 숨겨버리죠. 그래서 타이틀이 이렇습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본심을 감추기 위해 날카로운 말 아래로 숨어버리지만, 밤이 되면 솔직한 모습도 보여준다는 의미로요.

카베에 관해 거의 모르는 상황이라 최대한 생각해서 세부를 설정해야 했는데, 매일 의복에 향을 입혀 좋은 향기가 나도록 한다는 건 개인적인 희망사항이랍니다. 카베는 이런 세심한 부분에 신경 쓰면 좋겠습니다.

# 꽃잎이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 영원의 메르헨

The Theme of 'Kirameki'

‘수메르의 기후와 지형상 눈 보는 일은 평생 힘들지 않을까, 문헌과 그림과 사진으로만 이미지하던 눈이 너무 궁금한 나머지 카베가 어느 날 잔잔한 흰 꽃을 사 와서 방 안에다 흩뿌리며 놀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서클에다 타래로 줄줄이 올렸던 것을 늘렸습니다.

‘흰꽃나도사프란’이라는 꽃을 참고했습니다.

쓸 때 들었던 음악의 타이틀이 「The Thema of the kirameki」, 반짝임의 테마였기 때문에 빛의 묘사에 신경 썼습니다.

카베가 들어오기 전까지 그저 책이 많은 학자의 집이었을 알하이탐의 공간인데, 메르헨틱한 한 사람의 행동으로 매일 보던 집이 동화처럼 바뀌는 순간을 쓰고 싶었어요.

그저 집 안에서 꽃 뿌리며 노는 카베를 알하이탐이 끌어안을 뿐이니, 전체를 본다면 아주 짧은 순간의 장면입니다. 그러나 한순간이라도 그것을 특별하게 여기는 누군가는 영원이기를 바라는 법입니다.

이 글에 서술된 알하이탐의 성격은 당시 ‘음……, 뇌절인가? 너무 재수 없나?’라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이 해석이 딱히 바뀌지 않아서, 앞으로도 아마 이 노선으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알하이탐은 어차피 자신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인간들과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그래서 홀로 지내오다가 카베를 만나 비로소 인간적으로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니까요. 나름대로의 사교성은 탑재한 모양입니다만 그처럼 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모도 능력도 재산도 가졌으니 이 정도는 멋대로 행동해도 되죠……. 정말 갓생이다.

알하이탐의 인간적인 면은 카베만이 알고 있을 거예요.

# 어플러나티즘을 위한 협주곡 2번 Concerto No. 2 : for aplanatism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2, Evgeny Kissin

‘어플러나티즘’은 광학 용어 중 하나입니다.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빛이 렌즈를 통과한 뒤 상이 맺힐 때 초점이 잘 맞도록 보정되어 안정된 상태라고 하네요. 빛이 안정된 상태를 뜻하는 용어라는 점이 알하이탐과 잘 맞는다고 보아 선택했습니다. 어감이 좋기도 하고요.

타이틀에 렌즈 관련이 들어가기도 했으니 눈에 비치는 묘사와 빛 표현을 최대한 넣고자 노력했습니다. 사실 상대의 눈에 비치는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상황 자체를 좋아해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이 연주로 처음 접했습니다.

White Night

눈물이 날 정도로 훌륭한 연주인데, 너무나도 훌륭한 나머지 정작 쓸 때는 곡에 정신을 빼앗겨 집중을 하지 못했고 결국 바흐 골드베르크로 돌아왔습니다. 바흐의 곡은 집중이 필요할 때 발군의 효과를 발휘하니 한번 들어보세요. 실제로 바흐는 악보에다 수학적 질서를 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들을 때 아주 정연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2악장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단조로 시작하여 장조로 맺어지는데, 대강 이 흐름을 따라가고자 했어요.

이것 역시 카베 실장 전에 썼기 때문에 ‘카베가 이 정도로 우울해하며 알하이탐에게 의지하고 싶어 할 일이 있을까?’가 의문이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맞아서 다행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동류를 알아보는 법입니다. 사는 방식은 정반대이지만 세상과 동떨어진 천재라는 점이 같기에 결국 둘은 외롭고, 카베는 알하이탐을 만났을 때 이 점을 느꼈으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너는 날 좋아할 것이다’라고 확신하는 카베를 쓰고 싶었습니다. 카베는 감성적인 사람이지만 엄연한 묘론파의 이과 남자이니 추상적인 표현만 쓰지는 않겠죠. 그래서 ‘명령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게임 스토리에서 카베가 이상할 정도로 알하이탐을 정말 잘 찾는 이유가 뭘까요? 아마 학생 때부터 그를 잘 알았기 때문이겠죠? 카베는 알하이탐이 혼자 있고 싶을 때 어디로 가는지 알고 찾아갈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아닐까요? 원래는 혼자만의 비밀이었을 장소가 두 사람의 것이 되어가는 동안 나누었을 교감을 쓰고자 했습니다.

아카데미아 시절에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에 더하여

+학생시절의 로맨스

+아카데미아 교복

이렇게 세 가지가 섞여서 나온 결과물인데, 조금 더 길게 썼으면 좋았을걸 싶네요.

하지만 알하이탐 가챠 기원용이니 이 정도가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8천 자 선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가챠 결과요……? 알하이탐은 이런 것에 움직이는 남자가 아니더라고요……. 풀돌하고 풀재하는 동안 무수히 많은 픽뚫을 당했습니다.

마지막은 알하이탐이 입던 교복을 카베에게 입히고 스패츠 찢는 걸 넣을까 했으나……, 분위기에 맞지 않아 전부 삭제했습니다. 이건 카베의 시점 편과 수위 편 두 개로 나누어서 이으려 합니다.

소설은 좌우로 빽빽해야 한다는 그저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행갈이를 평소에도 잘 하지 않는데, 이건 일부러 행갈이를 더 하지 않았어요. 알하이탐이 사고를 줄줄 이어가는 식이라 행갈이로 인해 흐름이 끊기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첫 줄을 쓰기 전까지는 타이틀을 녹턴으로 잡을 생각이었습니다만, 둘이 유치하게 싸우기는 해도 결국 이건 조율하는 과정이 아닌가 해서 콘체르토가 더 맞을 것 같더라고요. 상극인 두 사람이지만 부딪치면서 평소와 다른 면이 나오는 것도 좋고, 결국 본질은 같기에 함께 지낼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아직 쓰지 않은 카베 시점의 이야기에는 타이틀에 ‘아리아’를 넣을 생각입니다. 울림소리가 한 단어 안에 가득 들어가서 발음이 아주 예쁘죠?

알하이탐이 평소 어느 정도 생각을 하는가, 서정적인 언어 표현이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만 pv를 보니 이 아이는 평소에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안심했습니다. 말로 되어서 나오는 것들은 그 많은 생각들을 최종 정리한, 극히 일부인 모양이에요. 그는 말도 효율적으로 하는 남자였습니다.

카베는 아마 그런 부분도 알고 있을 테고, 그래서 어찌 됐든 같이 사는 것 같아요.

지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설정이지만, 알하이탐의 로맨스는 극적이진 않더라도 잔잔한 감정의 변화가 일상에 약간 악센트를 주는 정도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Playing Love (Piano Version)

아는 곡들 중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가장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곡인데, 역시 사랑의 시작과 자각은 각각 다른 느낌이겠죠? 이미 시작되었어도 자각은 한참 나중에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카베가 이렇지 않을까 합니다.

# 다툼에서 비롯된 한 조각 빛이 밤하늘 아래 지혜로운 자의 품에 내려앉는 별이 되기까지

Merry Christmas Mr. Lawrence

수위를 쓸 땐 cp마다 듣는 브금이 다른데, 이들은 이걸로 굳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두 사람은 극명한 사계 속의 겨울을 살아본 적이 없겠지만, 그럼에도 잘 어울려서 신기해요. 섬세하고 서정적이고 반짝반짝한 선율이라서 어울리나 싶습니다.

내가 평생 살아온 땅의 사계와 비교할 때의 이야기겠지만, 1년 내내 온후한 환경에서 사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개인적으로 수메르의 기후를 초여름~한여름 정도로 생각하는데, 평생을 가장 싱그러운 계절에 살면서 겨울을 연주한 곡이 잘 어울린다니, 서로 정반대 속성인 만큼 어울리는 브금도 정반대네요.

섹못방 원본 트윗

원래 이렇게 강제적 상황에서 하게 만드는 걸 딱히 선호하진 않는데, 정신 나간 트윗을 던지다가 결국 쓰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알하이탐의 생일에 맞춰서 수위를 쓸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섹못방이 될 예정은 아니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죠. 이건 『어플러나티즘』과 이어지는 카베 시점 이후 수위에서 쓸 예정입니다.

이건 솔직히 뇌를 빼고 썼기 때문에 머리를 많이 쓰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 5일은 출근을 해야 하고 매일 피곤하니 생각보다 늦어지고, 아무리 뇌를 빼고 쓴다 하더라도 이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고민해봐야 하는 점이 힘들었네요.

머리 많이 쓰는 건 『어플러나티즘』이나 『메르헨』, 『네 번째 하늘~』 같은 종류입니다.

알하이탐은 고백할 때 스스럼없이 할 것 같아요. 그냥 툭 던질 것 같은 이미지예요. 카베에게는 고백이라는 것이 일생역대의 이벤트라 이런 고백은 상상조차 못 할 것이기에 진심이라고 믿지 못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아무리 서로를 잘 안다고 해도 둘이 함께 연애하는 건 처음이지 않겠어요?

사랑할 때의 서로에 관해서는 아직 모르는 상황이니, 별생각 다 하다가 결국은 받아들이고 기뻐하면 좋겠습니다.

카베는 로맨티스트라 오랫동안 이상적이라고 정해둔 연애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이벤트가 발생하기를 바라며 살았을 텐데, 어디 인생이 마음대로 되겠어요? 이상형과 억만 광년은 떨어진 남자와 세상 최고로 로맨틱한 연애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이니 연애인 듯 연애 아닌 연애가 되겠지만요.

알하이탐은 스토리를 진행하는 내내 혼자 쌩하니 가버리고 집타령하고……, 기타 등등 이기주의 집돌이 속성을 어필하는 모습을 시종일관 보여주는데, 그 프라이빗한 공간인 집에 카베와 함께 살고 있으니 카베에게는 다소 다를 것이라는 후죠시의 망상을 더했습니다. 걸을 때 보폭을 맞춰주고 같은 말 두 번 이상씩 해주는 식으로요. 확실히 남들에게는 이런 서비스를 절대 안 해줄 것 같죠.

카베는 평소에 알하이탐이 이렇게 해주는 게 당연했으니 딱히 특별 대우라는 인식이 없을 겁니다. ‘얘는 나에게 당연히 이렇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자세였던 거죠.

어쨌든 최선을 다해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어떤 관계는 다툼으로부터 시작되며 지혜로운 자는 사랑을 한다고 하니까요.

사족을 붙이자면 타이틀은 원래 저게 아니었습니다. 굉장히 노골적이고 알기 쉽고 긴 타이틀이었는데, 이들은 역시 서정적이어야 하지 않나 해서 막판에 바꿨습니다.

바꾸기 전의 원래 타이틀은 『열사극야밀실사정 ~이상형과 정반대인 안하무인의 남자 후배에게 ○○를 빼앗겨 버렸습니다~』였습니다. 바꿔서 다행이죠?

# 아침이 쏟아지는 네 번째 하늘의 유리 정원에서 타락할 수 없는 너에게 첫 성찬을

Houseki no kuni ost - sunspot

곡의 타이틀은 딱히 의식한 게 아닌데 나중에 보니 이렇더라고요. 오묘한 소리가 매력적인 곡입니다^~^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천국의 제4천이 태양천이며, 이곳은 지혜로운 자들이 머무는 천국이라고 합니다. 알하이탐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타이틀에 넣었습니다.

이건 은유가 많아서 전부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고 아마 읽는 데도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크리스천이 아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성서의 한 구절과 동화에서 따왔답니다.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라는 요한일서 4장 18절을 테마로 잡았습니다. 온전한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다고 논하는 것이 인상 깊었거든요.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극복한 끝에 사랑을 깨달았으니, 카베는 완벽한 사랑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알하이탐과 카베는 체격 차가 나는 만큼 완력 차이도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음만 먹으면 해를 입힐 수 있을 정도로 완력이 센 누군가의 가장 가까이에 있으려면 그 상대를 완벽하게 믿어야 하죠. 알하이탐이 본인을 다치게 하는 일은 절대 없으리라고 믿는 카베의 신뢰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곁에 케이크를 두었으면서도 끝까지 욕구를 참아내는 포크 역시 케이크버스의 정해진 패턴입니다. 알하이탐은 포크임을 자각해도 절대 범법행위를 저지를 타입이 아니라 꾹꾹 참을 테니, 카베가 주는 타액으로도 누를 수 있을 거예요.

원래는 쿠란을 쓰려고 했는데, 이건 번역 금지라 주해서를 뒤져야 한다는 점이 장벽이었어요. 그래서 접근성이 좋은 성경으로부터 테마를 따 왔지만, 쿠란도 살짝 읽어 보니 구절마다 신과 절제가 들어 있어서 역시 성서라는 점이 느껴지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알하이탐의 집에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유리숲으로, 실내 여기저기에 쌓인 책을 종이덤불로 표현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쏟아지는 햇빛 속의 책이 가득한 집에서 학자 둘이 지낸다는 건 그들에겐 일상이겠지만, 제삼자의 눈에는 충분히 로맨틱하게 느껴지므로 최대한 예쁘게 쓰려고 했답니다. 알하이탐이 물려받은 것 대부분을 새집으로 옮겼다는 부분은 세월의 향기가 난다는 말로 바꿨어요.

태양천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홀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했으나 지쳐버린 카베가 다시 떨어졌을 때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 알하이탐을 보고 치유받았으면 했습니다.

원본 트윗입니다.

1.

2.

함께 낭독하는 장면까지 넣고 싶었지만 흐름에 맞지 않아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아쉽기 때문에 다른 글을 쓸 때 넣을 생각입니다.

케이크버스는 몹시도 취향 타는 소재라 까딱하면 노골적이고 불쾌한 표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적어도 제 기준으로는 그렇습니다.

제가 아는 새의 이름 중 발음이 가장 아름다운 건 나이팅게일이었고 찾다 보니 『나이팅게일』이라는 한스 안데르센의 동화가 있더라고요.

훌륭한 정원을 가진 왕의 곁에서 노래하다가 기계 새에게 자리를 빼앗겨 왕의 곁을 떠났던 나이팅게일이었으나, 중병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는 왕의 곁으로 돌아온 새가 노래하며 사신을 물리고 왕은 무사히 아침을 맞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문체는 동화처럼 가자는 걸로 정해졌습니다.

극락조라고 하는 쪽이 맞긴 하겠습니다만, 이들의 별자리는 왠지 게임을 모니터 밖에서 보는 유저들의 공유 정보라는 느낌이 강하기도 했고 나이팅게일 쪽의 발음이 압도적으로 예쁘지 않나요? 제가 t 발음을 좋아해서 유독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나이팅게일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몽환적 이미지의 혜택을 보고 싶었어요.

카베는 그대로 천국의 하늘을 잘 올라갔다면 지고천에 이르러서 별자리 그대로 파라디소의 새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알하이탐이 있는 태양천에서 멘탈 힐링하며 사랑도 하고 결국 그를 구원한다는 쌍방구원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카베이기에 목마른 자에게 다가가 포도주를 줄 수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타이틀에는 성찬이 들어갔습니다. 저는 역시 이 아이가 성자 같은 일면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카베가 알하이탐을 사랑한다면 자애로운 면을 보여주리라고 봅니다.

신곡 관련으로는 가능하면 올해 안으로 다른 걸 하나 더 쓰려고 합니다.

사실 이런 걸 쓰는 게 진짜 너무 힘든데 자기만족이 높더라고요……. 이건 정말 쓰기 힘들었어요…….

발음이 예쁘지 않은 단어는 지우고 다시 고르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예쁘게 쓰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덕질에 과몰입해서 이런 걸 쓰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원래 2차를 쓸 때 문장의 템포 및 발음을 신경 쓰는 타입이기는 한데, 보통은 묵독하므로 어느 정도 타협합니다만 이 글은 소리 내어 읽었을 때도 아름답게 읽히도록 썼습니다. 힘들지만 보람 있네요.

수메르의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증명이라고 생각해요.

정반대라서 어쩔 수 없이 부딪치지만 그럴 때마다 견고해지는 자신의 자아를 자각하는 사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사랑의 최고차원에 이르는 게 아닐까 합니다(과몰입이지만).

눈을 가리고 타액을 넘겨주는 신은 오르톨랑에서 가져왔습니다. 배덕한 식사는 신의 시선으로부터 가려야 하는 법이잖아요.

원래 타이틀은 『타락할 수 없는 정원사는 설탕 장식 나이팅게일에게 사랑받고 있다』라는 다소 노골적인 것이었는데 다 쓴 시점에 바꾸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조금 더 은유적이어야 할 것 같아서, 두 번째는 노골적으로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걸 제가 선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AM 09:20

트위터의 원본 타래입니다.

둘의 생일을 더하니 딱 좋게 09:20라는 직장인의 출근 시간대가 나왔습니다.

오전 9시 20분에 들어와 20분쯤 머물다가 10시까지 출근한다는 가정을 해봤어요.

이건 그냥 평소에 듣던 걸 들으며 편하게 썼답니다(레이어스가 연주한 클래식을 들었다는 뜻).

원본과 결말이 달라지긴 했지만 이쪽이 카베다운 것 같습니다.

알하이탐이 카베에게 청록색 퀼펜을 선물하는 걸로 할까 했는데, 아직 선물 주고받을 단계는 아닌 듯하여 연락처를 적어주도록 했어요. 현대라면 분명히 스마트폰이 있겠지만 이런 아날로그함도 좋지 않나요? 재킷 안주머니에서 수첩과 만년필을 꺼내어 사각사각 적는 것이지만 카베는 알하이탐을 보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설명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깐 고민했는데, 너무 친절하게 줄줄 늘어놓으면 상상하는 재미가 떨어지지 않나 해서 본문에는 쓰지 않았습니다.

게임에서 둘은 공무원과 프리랜서라 생활패턴이 다를 텐데, 출근하는 직장인과 케이크가게 오너 사이의 생활패턴 역시 비슷한 차이가 있으리라는 점을 염두하고 바꾸었습니다.

알하이탐이 정신 차려야 하는 시간은 카베가 열심히 일한 뒤 마침 쉬고 싶은 타이밍이라, 그 어긋남으로부터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조화가 연애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의도였어요.

본문의 “시비 걸어요?”라는 대사가 겹치도록 했습니다. 정반대 타입이면서도 본질적으로 비슷한 두 사람이라 끌린다는 장치를 넣고 싶었거든요.

카베의 케이크가게 모델은 저희 동네에 있습니다. 골목에 있는 가게인데, 그곳만 다른 세상 같아요. 원래는 아주 예쁜 케이크를 팔았지만 이제 마카롱과 과자만 팔아서 아쉽다……라고 생각했더니, 이 글을 쓰고 며칠 뒤 그 가게가 생각나 들러보았는데 케이크를 다시 내놓으셨더라고요. 너무 기뻐서 울며 사왔습니다.

퀼펜은 이런 깃털 펜입니다. 나중에 알하이탐이 카베에게 선물로 주면 좋겠네요.

# 잘 잤어요? 당신이 잠든 사이 간밤에 꽃이 피었어요.

   먼 훗날 이 꽃이 질 때 당신과 함께해도 될까요?

Elysion ~楽園幻想物語組曲~ 

J.S.Bach The Well-Tempered Clavier-Book 

주로 동네의 산책로를 걸으며 어떻게 쓸지 생각하는데, 위의 『낙원환상이야기 조곡』은 산책할 때, 아래의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는 쓰면서 집중이 필요할 때 들었습니다. 바흐의 피아노곡은 역시 글렌 굴드의 연주가 최고예요.

사랑하는 캐릭터가 예술가라면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피조물을 사랑하는 예술가는 신화에서부터 시작하여 오래도록 영향을 미쳐 온 소재이죠. 단, 본문에서는 주인공인 카베가 만든 게 아니지만요…….

T모 님의 트윗을 보고 써봐야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쓰기 전에는 1만 자 내로 쓸 예정이었던 것이 2만 자가량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초반 5천 자까지는 안드로이드와 공학자였는데, 고풍스러운 느낌을 내기 위해 안드로이드는 기계 인형으로, 공학자는 인형사로 변경했습니다.

수메르 전 리월 cp를 쓸 때는 글에다 외래어를 일절 쓰지 않으면서 전부 한자어로 대체하던 버릇이 있었거든요. 수메르 2차에는 외래어를 사용하며 한자어를 최대한 쓰지 않고 풀어 쓰거나 순한 말로 대체했지만, 이 글에는 일부러 한자어를 많이 넣어보았습니다. 카베의 감정 묘사를 최대한 담담한 문체로 풀고 싶었거든요. 그 무미건조함에서 서정이 느껴졌다면 기쁠 거예요(제가). 카베는 섬세하지만, 본인의 고뇌에 대해 논할 때는 미사여구를 따로 붙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벤트 스토리에서 대놓고 ‘내 인생은 충분히 불행하다!’라며 외친 것만 봐도 그렇죠. 힘들고 외롭고 푹 잠들지도 못하지만 내색하지 않다가, 알하이탐이라는 기계 인형을 만난 후로 천천히 일어나는 심경의 변화가 메인입니다.

저는 풍경 묘사에 분량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좋아서 하는 게 아닙니다! 어쩌다 보니), 이 글에서는 그러한 부분을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카베의 감정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외로워하는 카베가 기계 인형 알하이탐을 보고, 데려오고, 함께하다가 결국 깨우기까지 겪는 내면의 변화를 서술했습니다. 그래서 풍경 묘사는 카베의 내면에 영향을 주는 장치가 아니라면 쓰지 않았습니다.

쓰기 전의 구상으로는 알하이탐을 데려온 카베가 전원 장치를 찾으면서 몸을 살필 때 겪는 섹슈얼한 무언가를……, 쓸 예정이었습니다만 흐름에 맞지 않아 전부 삭제했습니다. 본문에는 옷을 벗길 때 약간의 긴장을 느끼는 신으로 남아 있습니다. 키스도 하려다가 못 하죠. 이것도 사실 닿게 하려고 했는데 카베라면 안 할 것 같더라고요. 알하이탐이라는 기계 인형을 제대로 사람 대우해준다면 그가 깨어난 뒤 동의를 얻고 제대로 하지 않을까요? 사심이 담긴 상태로 마음껏 만지지도 못하고 손댈 수 있는 데라고는 머리카락, 기껏해야 가슴에 손을 대어 그가 심장이 뛰지 않는 인형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뿐이죠. 하지만 로맨틱하지 않나요? 기계라는 걸 알면서도 고동과 체온을 바라는 존재란 인간밖에 없을 거예요. 카베는 매우 인간다운 캐릭터이기 때문에, 인형인 알하이탐을 사랑한다면 이런 식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리라고 보았습니다.

알림이 울렸을 때 곧바로 찾아가지 않은 일에 관한 후회는 최대한 짧게 넣었습니다. 후회를 비중 있게 서술할까 생각해봤지만, 역시 카베는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인 것 같거든요. 과거에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고, 죄가 있다면 본인이 짊어지고,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나을 거라고 말하는 성숙한 어른이죠. 그래서 과거를 후회하기보다 잠든 알하이탐을 깨우는 데 최선을 다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알하이탐을 깨우지 못하고 절망한 카베가 그를 몇 년간 방치하는 스토리도 처음에는 생각했는데, 카베는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니 유능하게 알하이탐을 깨워주리라는 생각에 기간은 일주일로 설정했습니다.

이것저것 바꾸고 뺀 것치고 담고 싶은 내용은 다 담았답니다. 관 같은 캡슐 안에 들어가 자는 장면은 꼭 넣고 싶었습니다. 어쨌거나 본문에서는 은은하게 계속 죽음을 다루고 있어서…….

‘행복하게 살다가 한날한시에 같이 떠나자’라는 말은 보통 프러포즈입니다.

카베가 알하이탐을 사람 대우해주지 않았더라면, 세월이 흐르고 카베가 세상을 떠났을 때 알하이탐은 또다시 사람의 유품이 되었겠죠? 그러니 인형과 함께 죽음을 약속하는 건 최대한의 애정이라고 봅니다.

본문에서 원래 사람으로 태어난 자는 ‘사람’으로, 사람처럼 흉내 내며 살아가는 기계 인형은 ‘인간’으로 표기했습니다. 그래서 후반부에 서술되는 알하이탐은 ‘사람’으로 표현됩니다. 카베가 그를 이제 완벽하게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걸 쓰고 싶었어요.

본문에 꽃을 넣을까 말까 끝까지 고민하다가 타임라인에다 ‘알하이탐의 서재에 꽃이 있나요?’라고 물어보았더니 지인께서 친절하게 스샷으로 없다는 걸 알려주시더라고요.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본문에는 꽃이 직접적으로 들어가지 않고 향이 타고 남은 재로 표현되었습니다. 타이틀의 꽃은 의도한 바가 있지만, 읽는 분들 나름대로 봐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 궁금한 점은 메시지나 리플로 남겨주시면 대응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