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제로] Chocolat

그체 by 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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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 이게 초콜릿이라는 거래. …맛있어."

"어차피 나는 못 먹는데 어쩌라는 거야? 제로 주제에 누구 약올리냐? 생각하고 말 안 해?"

"아, 미, 미안…."

제로는 자신의 검 앞에 내려놓았던 은박지 한 덩어리를 도로 치웠다. 이렇게 맛있는 걸 혼자 먹기에는 미안해서 같이 먹자고 별 생각 없이 나눠준 거였는데, 생각해 보니 그랬다.

결국 제로는 꼬물거리며 은박지 포장을 벗겨냈다. 감싸진 채로 있던 초콜릿이 몸을 드러내자 손의 열기로 녹기 전에 잽싸게 합, 하고 입안에 집어넣었다.

이내 전투식량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달콤함이 혀에 녹아들었다. 배를 채우기에는 무리지만, 사람들이 왜 간식을 찾는지 알 것 같았다.

"음…. 나도 무언가 보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초콜릿은 선물로 받은 것이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방금 먹은 초콜릿이 누군가에게 선물용으로 주기에는 소박한 포장이었음을 눈치챘겠지만, 제로는 그런 쪽에 관심이 없었고, 크게 신경쓰지 않았으며, 선물을 받았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뒀다.

"뭘 어떻게 보답하려고?"

"그걸 잘… 모르겠어.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다른 분들께 여쭤보는 게 좋을까?"

"얼씨구. 네가 선물한다고 광고를 해라, 아주."

"어? 그, 그러면 안 되는 거야?"

그 순간 마검의 커다란 눈동자가 제로를 향했다.

"선물은 자고로 서프라이즈를 해야지! 봐봐, 네가 그 쪼매난 걸 받을 때 너한테 줄 걸 알고 받았었냐?"

"그건 아니지만…."

"그렇지? 그러니까 상대 모르게 준비해야 된다는 거야."

"그, 그렇구나."

이렇게 제로는 몰래 보답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가지 문제라고 할 부분이 있다면 그의 스승을 자처하는 마검 또한 선물에 대해 치우친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었으나….

그것을 지적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 후 제로는 며칠씩이나 고민을 했다. 맛있는 것을 받았으니 자신 또한 맛있는 것으로 보답하고 싶은데, 알고 있는 음식 중 가장 맛있는 것은 얼마 전에 먹었던 초콜릿이었다. 하지만 받았던 선물을 도로 보답이랍시고 주는 건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마음 편히 물어볼 수도 없었으니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도 있나?"

"네, 네에?"

가면을 쓰고 있었던 탓인지 끙끙 앓아도 눈치채는 사람이 없었는데. 버닝캐니언 저택에 들르자마자 들은 말이 그것이었다.

"아… 아뇨. 아무 것도 아닙니다."

"흐음……."

의심쩍은 시선이 한 번 제로의 얼굴 위를 머물렀다가 떨어졌다.

"별일 없다면 됐다."

그렇게 큰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닌데 제로는 가슴이 콩닥콩닥거리는 것을 느꼈다. 태어나서 처음 거짓말을 해 본 것 같았다.

"참, 저번에 준 것은 다 먹었나? 입에 맞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버려도 상관은 없다만."

"아. 하나… 남겨뒀는데. 마, 맛있었어요."

"하나가… 남은 게 아니라, 남겨뒀다고?"

디오는 고개를 기울였다. 다 못 먹어서 남은 것도 아니고, 굳이 남겨뒀다고 표현할 이유가 있나?

다행히도 얼마 가지 않아 그 의문은 해소되었다.

"디오님께 드리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며 제로는 녹지 않도록 별도로 준비한 가방 안에서 부스럭대며 은박에 싸인 초콜릿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정말로 디오에게 내밀었다.

디오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져서 저도 모르게 피식 웃는 소리를 내었다.

"내가 너에게 준 것을 도로 나에게 주겠다고? 마음에 안 들어서 안 받는 것도 아니고, 맛있었다고 했는데…?"

"죄, 죄송해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부끄러운 행동이었기에 제로의 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우물쭈물거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만큼 맛있다고 느낀 게 없었어서, 제가 디오님께 드릴 수 있는….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제일 좋은 게 이것 뿐이어서……."

결론이 이렇게 나버린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하도 부끄러운 나머지 이제는 손끝까지 바르르 떨릴 지경이었다.

"…정말 죄송해요……."

화내실까. 화가 나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속으로 이런 저런 최악의 상황들을 가정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어진 상황은 제로가 염두에 두던 것과는 정반대의 일이었다.

제로가 내민 초콜릿을 받아든 디오가 포장지를 깐 뒤 입안에 밀어넣고 있었다.

"아……."

성의없는 선물이었을 텐데도, 싫은 기색 한 번, 화 한 번 내지 않고 묵묵히 받아주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리하여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려는데, 그대로 입이 틀어막히고 말았다.

"…웃?!"

제로는 순간 너무 놀라 그대로 몸이 경직되고 말았다. 우악스레 턱을 잡아오는 손길에 입이 벌려지고, 그대로 입안에 무언가 딱딱하고 축축한 것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곧 숨결에서 퍼지는 코코아 향과 달콤한 맛에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초콜릿…….

그것이 지금 서로 연결된 입안에서 흐물흐물 녹아가고 있었다.

제로는 너무 부끄럽고 당황한 탓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읍…. 후웁, 우읏……."

입이 막히니 소리를 내는 것도 부자유로웠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든 상대방은 눈썹 하나 아랑곳 않은 채 초콜릿이 녹아 빈틈이 생기자 그 틈을 타고 들어와 혀로 입안을 헤집어놓기 시작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들려왔다. 달콤한 것이 초콜릿인지, 혀인지, 타액인지 이제는 알 수가 없었다.

"후… 우읍……."

더이상은 숨이 달려 못 버티겠다 싶을 정도로 눈 앞이 핑 돌자, 쪽 소리를 내며 숨통이 트였다.

"흐, 하아, 헉…. 흐으……."

"잘 받았다, 제로."

"후으…. 네…?"

제로는 여전히 영문을 모른 채 힘이 풀리려는 다리를 붙잡아 세우기 바빴다.

디오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씨익 웃더니 어깨에 팔을 감아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보답 말이다."

"보, 보답……."

숨결이 한 차례 더 가까워져오더니 이번에는 말캉한 혀를 빨아올리며 떨어졌다.

"달군."


디오는 홀로 주방에 남아서 머리를 헤집었다. 초콜릿을 녹인 뒤 굳히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므로 맛은 기본 베이스가 된 초콜릿에서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맛은 나쁘지 않다. 이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모양새가 영…."

짜증이 난다는 듯 혀를 찼지만 손길만은 섬세했다. 정확히는, 본인은 섬세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결과물은 고급 포장지를 가지고도 투박하게 포장해버리고 말았다.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초콜릿도 이것보다는 값비싸게 보일 것이다.

"……아아, 진짜!"

이걸로 몇 번째 연습인지 모르겠다. 초콜릿의 모양도 이상하고, 포장도 이상하다. 틀에 붓고 굳히기만 하면 되는 건데도, 떼어낼 때 자꾸만 부러뜨려서 결국 원래 모양을 알 수 없는 초콜릿들만 가득해지고 말았다.

이런 걸 좋아해 줄까…….

디오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 봤다. 굵은 손가락과 커다란 마수가 한 번도 원망스러운 적 없었고, 걸리적거린 적도 없었다. 이것은 영광스러운 자신의 몸이며 전투사의 몸이었으니.

모든 방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음을 알고 있다.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더라도, 초콜릿 하나를 섬세하게 만드는 손보다는 전투에 도움이 되는 손이 몇 배는 훨씬 낫다.

그래도.

그래도,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 보겠다.

그렇게 수십 번의 한 번만이 쌓인 끝에야, 너에게 줄 수 있는 제일 좋은 마음을 담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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