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무서리

순무 서리 3

순무를 찾는 시간

순무밭 by 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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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아직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세 명의 실친이 있다.

한 명은 같은 유치원, 두 명은 같은 초등학교 때 처음 알게 된 사이로 넷이 처음 모이게 된 건 초3 때의 일이다.

BPD 발현의 근원인 “불안정하고 변칙적인 관계”의 시작.

유치원 친구와 초등학교 친구 중 한 명은 초2 때 같은 반에서 처음 마주하고 나름 붙어다니는 편이었다.

그리고 초3 때 나머지 한 명이 전학오면서 넷이서 같은 반에서 지내게 되었다.

편의상 유친, 2친, 3친으로 칭하겠다.

유친과 2친은 하교하는 방향이 같았고 3친은 정반대 방향이었다.

넷이서 놀 때는 잘 놀다가도 여자애들 무리로 놀거나 하교 할 때가 되면 같이 점점 같이 가는 걸 싫어하고 피하는 게 느껴졌다.

당시 더럽고 냄새나는 나도 한 몫 했겠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남들이 “왜 맨날 같이 붙어다니냐? 사귀냐?” 같은 소리를 해도 대수롭지 않아하던 시간들도 점점 여자애들 무리에 섞여들고 또래의 눈치를 보게 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수순인 것 같다.

3친이는 중학교를 타지역으로 가면서 만나서 노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지만 유친이와 2친이는 여전히 같은 지역에 살며 같은 동네에 거주 중이었다.

어쩌다 3친이 찾아와도 다른 여자애들 때문에 제대로 껴서 놀지도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하교 시간에 날 피해서 가려다가 마주치면 오늘은 글렀군 하며 욕을 뱉어대던 암울한 시기가 고1 전까지 반복되었다.

어떻게 보면 그 시절의 나 역시 음침하고 끈질긴 것 같은데 당시 친구라고는 걔들이 전부였으니 필사적으로 질척거린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유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넷이 놀기로 하고 모인 날 아주 간단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

나는 냄새나고 음침하고 씹덕스러운 걸 좋아하는 아이였고 모에 미소녀 오타쿠임을 기정사실화 한 상태로 또래에서 따돌림을 당한 거였다.

난 그냥 어려서부터 남자와 꼬추에 환장한 아인데.

미디어를 보면 꼬추 나오는 장면 한 번만 더 보려고 애를 쓰고 초등학교 5학년 짜리가 노팬티 입고 산다는 성인 남성 블로그 글 발견하고 꼬추 보여달라고 비밀 댓글 달 정도로 떡잎부터 남다른 남미새였는데도 단순히 보컬로이드를 좋아해서 학교에 코믹월드산 굿즈를 가져갔다는 이유로 저렇게 인식 당한 게 억울하다면 억울 한 것 같다.

여튼 오덕 페이트 덕에 각인된 왕눈이 씹덕 미소녀 키모 오타쿠랑은 거리가 멀고 그냥 자캐 창작을 좋아하는, 또래 남아들 보다 매우 위생적으로 바뀐 그런 존재로 정정을 한 날 넷이서 공동 창작을 한다는 명목으로 이번엔 정말로 가깝고 친한 사이가 되어서 현재까지 종종 만나고 연락하는 사이로 지내는 중이다.

초등학생 때 본인이 찐따인 주제에 자기혐오에 빠져서 같은 반의 다른 찐따에게 잘해줬다가 지랄했다가 한 걸 보면 떡잎부터 BPD인 건 저 시기의 영향이 없다고도 못할 것 같다.

아직 “피-양육자인 나”가 BPD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친 건지 정확하게 찾아내진 못했다.

그저 강렬하게 기억나는 기억들 몇 가지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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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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