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우드워드

呼名

2022.12.09

성큼, 소년이 다가왔다. 일순간 시야가 그의 얼굴로 가득 찼다. 저 하늘의 별들만이 유일하게 빛나고 있는 이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이 너무도 가까웠다. 옅게 반짝이는 검정색 눈동자. 그 위에 자리한 굵은 눈썹. 날카롭게 솟은 콧대와, 미소 짓고 있는 얇은 입술까지.

소녀는 난간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움츠러드는 몸을 애써 꼿꼿하게 폈다. 호흡이 점차 작아지다, 잠시 그대로 멈추었다. 그럼에도 시선은 흔들림 없이, 고요하게, 소년을 향한 채였다.

 

“마리아 소볼레프스카 우드워드.”

 

소년의 입에서 나오는 소녀의 이름은 어쩐지 낯설었다. 외할아버지와 떨어져 산 이후로는 거의 불려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어머니는 소녀를 언제나 ‘메리’라고 불렀다. 선생들은 소녀를 언급할 때 항상 ‘우드워드’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소녀는 그저 ‘폴란드 계집애’였다. 그리고 소녀는 스스로를 ‘메리 우드워드’라고 소개했다. 마치 그것이 그의 이름인 것처럼, 그것만이 그의 이름이어야 한다는 것처럼.

마리아 소볼레프스카 우드워드. 외할아버지가 애정과 긍지를 담아 소녀에게 매어준 영원한 꼬리표이자, 이 땅에서 그가 이방인이라는 불변의 증거. 그렇기에 소녀는 그 이름으로 스스로를 칭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메리 우드워드가 되고 싶었다.

 

“그래도, 네 이름은 예뻐.”

 

소년이 속삭였다. 시선은 온전히 소녀를 향해 있었다. 소년의 입에서 나온 것은 조롱도, 멸시도 아니었다. 그가 종종 장난칠 때 보이던 그 나이 남자애 특유의 짓궂은 얼굴도 아니었다. 소년은 진지했다. 하지만 차갑지는 않았다. 부드러웠다. 그러나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소녀는 생각했다. 옌허웨이가 아닌 마셜 옌으로 불리길 바라는 소년이, 마리아 소볼레프스카가 아닌 메리 우드워드이길 바라는 소녀에게 그리 말했을 때. 그것은 무엇으로부터 길어 나온 마음인 것일까. 그것이 조롱도, 멸시도, 혐오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그 말 안에 담긴 것일까. 

그러나 검은 눈 안에 비치는 감정은 소녀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어서.

또다시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 속에서 숲이 만들어내는 바다의 소리. 한 번도 소녀가 밟아본 적 없는 땅의 겨울 숲과, 소년이 다시는 밟지 않을 고향의 바다가 거기 있었다. 뿌리이자 족쇄, 고향이자 낯선 땅. 누군가에게는 수치이며 누군가에게는 긍지인 곳.

그 속에서 소녀가 말했다. 낮고도 조용한 목소리였다.

“… 네 이름도야.”

옌허웨이閻和偉. 소녀는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떠올렸다.

자신과 친구가 되자고 한 소년의 이름. 또 다른 이방인의 증거.

화목하게 지내는 삶이 가장 위대한 가치라는, 얼핏 소년과 어울리는 뜻을 가진 단어들의 조합.

눈이 한 차례 감겼다가 다시 열렸다. 소녀는 말없이 소년을 바라보았다. 두 얼굴은 여전히 한 뼘 남짓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마주한 채였다. 그러니 소녀가 소년의 웃음을 보았던 것처럼, 소년 역시 소녀가 미소짓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마셜이 더 좋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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