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우드워드

최초의,

2022.12.08

호그와트는 다소 높은 지형에 위치했기에, 서쪽 평야를 향해 저물어가는 해가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푸른 빛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마지막 붉은빛의 찰나. 그리고 그 위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는 수많은 별들. 해가 진 뒤의 공기는 스코틀랜드의 가을답게 차가웠고,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가벼이 흩날렸다.

 

“봐! 저기, 가장 밝은 별이 화성이야.”

 

당신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들어 검푸른 하늘 위, 붉게 빛나는 별을 보았다. 수많은 빛들이 군신의 행성 주위를 마치 병졸들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성의 어두운 그림자는 그 무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베일처럼, 커튼처럼 아래에 자리했다.

아름답다, 는 말로는 이 광경을 전부 묘사할 수 없었다. 그 단어는 사라져가는 붉은색 위를 덮는 푸른색의 그 보랏빛 경계를, 쏟아져 내릴 듯 밀도 있게 수놓아진 새하얀 별들을, 그림자 사이로 밝혀진 따스한 조명을, 그 어느 하나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그러므로 그는 감탄 대신 질문을 던졌다.

 

“한 가지, 물어봐도 돼?”

 

힐끗, 당신을 보았다. 목소리는 이 찰나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듯 조용했다.

 

“왜 내게 이걸 보여주는 거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를 이곳으로 이끈 것도, 이 광경을 함께하고 있는 이유도.  그는 자신의 위치를 알았다. 제 주제 역시 모르지 않았다. 그것은 언제나 정해져 있는 것이었다. 그가 마리아 소볼레프스카 우드워드로 태어난 이상, 그 이름이 주어진 이상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실. 

승강장에서 그는 당신에게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했었다. 연합군과 함께 싸웠으나 인정받지 못했던 군인. 제 조국이 영국이 아닌 주제에 이 땅의 세금을 가져가고, 이 땅에 거주하는 이방인.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왜 우리의 돈으로 너희를 먹여살려야 하느냐. 언제까지 이 땅에 머물며 우리를 괴롭힐 것이냐. 출신을 드러낼 때마다 마주하는 수많은 차별, 혐오, 멸시, 조롱. 

그렇기 때문에, 그는 알아야 했다. 세계로부터 주어진 자신의 자리를, 제가 받는 대우를.

 

거기에, 이런 순간은 들어있지 않았다. 

이것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걸맞지 않은 자리였다.

그래서.

붉은빛은 이윽고 검푸른 하늘에 잡아먹혀 사라졌다. 그 사이를 채운 찬란한 광명은 제 빛을 더할 뿐이었다.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검은색 숲, 노란 빛의 조명이 군데군데 켜진 어두운 성의 모습. 제 머리칼을 헝클어뜨리는 바람과 제 손을 꼭 쥐고 있는, 저보다 큰 손의 온기. 그는 더운 숨을 시린 공기 사이로 내뱉었다. 갈색 눈동자는 모든 것이 깨어질까 두렵다는 듯, 그래서 조금이나마 이 찰나를 담아내고 싶다는 듯, 깜빡이지조차 않은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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