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무서리

순무 서리 2

순무를 찾는 시간

순무밭 by 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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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음 트젠 선언은 중3(16세) 때 하게 됐다.

여전히 찐따로 살기 중이지만 그래도 청결해진 덕분에 같은 학교 오타쿠 여자애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 며칠 뒤 첫 아웃팅도 함께 겪었지만.

우리는 만화부에 속해 있었고 부장이 너무 싸가지를 밥말아먹는 애여서 부원들 대다수가 불만이 가득 쌓여있었다.

그 땐 네이버 블로그를 열심히 하던 시기라 부장을 제외하고 당시 유일하게 블로그 서로이웃이었던 친한 만ㅂ화부 여자애들 둘이랑만 만나서 노는 날 내 얘기를 털어놓은 적 있었다.

그리고 그게 결정적인 실수 였던 것 같다.

둘 중 한 명은 자기 기분 안 좋은 날엔 다른 사람에게 타인이 털어놓은 비밀스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버릇이 있었는데 셋이 부장네 반에 얘기를 나누러 간 날, 나는 내 눈 앞에서 걔가 부장에게 내 얘기를 내뱉놓으며 아웃팅 하는 걸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린 씹덕 찐따무리였기에 애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별로 없고 반은 시끄러웠다는 점이다.

이 날 일이 내가 고등학생이 된 후에 한 번 더 날 두렵게 만들 줄은 나도 몰랐지만.

여하튼 작은 소리도 아니고 평소 대화하는 톤으로 다들게 말하는 그 아이를 보며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방금까지 같이 올라왔고, 바로 네 눈 앞에 내가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네게만 털어놓았던 내 속내를 그 날 네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전혀 무관한 얘기가 오가는 중에 남에게 떠벌린다는 게 당시에는 신선하다면 신선한 충격을 준 것 같다.

그 뒤로 그애와 같이 하교하는 길에 넌지시 그 때 기억나냐고 물어봤지만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고등학교 진학을 기점으로 자연스레 멀어진 것 같다.

그치만 어떤 겉돈다는 감각은 익숙하다.

그리고 내 정신변의 가장 큰 축을 빚어낸 장본인이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나는 성년이 된 후 BPD(경계선 인격장애) 판정을 받았고, 이후로 그 원인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찰해왔다.

최근 깨닫게 된 건 “피-양육자인 나”의 영향도 없진 않겠지만 얘 보다는 “또래집단에서 겉절이인 나”가 내 BPD에는 좀 더 많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한다.

현재의 실친들과 정말로 가깝게 지낼 수 있게 된 건 내가 고등학생이 되기 직전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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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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