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데가/OC 조각글] 대장장이와 망치

* 그냥 짧게 끼적끼적

* 미래의 내가 가필수정하겠지->약간 덧붙임.

* 대장장이와 그의 도구 망치. 수호자와 그 수호자를 몇 번이고 되살릴 고스트 망치. 고철을 녹여 다시 재탄생하는 것의 역할을 과거 도구였을 망치에게 부여했다는 느낌...을 쓰고 싶었는데 과연

* 완전 뉴빛이라 세계관 이해,,, 제대로 했을까요 제가???


여명이 찾아왔고 곧 새해가 찾아올 것이라며 탑은 들썽이는 분위기다. 제 아무리 세상이 크게 무너졌고 지금도 위협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어쨌거나 살아간다.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죽음에서 빛의 인도로 몇 번이고 건져지는 수호자가 논할 거리는 아닌가 싶긴 하지만 말이다.

코넷은 탑 한 구석, 반짝거리는 장식물이 돌돌 감긴 난간에 기대어 무기를 손질한다.

손에 익은 '이름 없는 한밤중'은 장탄수 패널이 꺼진 채로 조각조각 분해되어 앞에 흩어져 있다. 작은 돌조각이나 먼지 혹은 탄약찌꺼기 따위를 떨어낸 그는 무심한 손길로 총기를 조립한다. 이어 쥔 것은 활이다. 심심풀이로 쥐었다가 의외로 맞는 듯해 한창 연습 중인 무기는 줄이 조금 삭았다.

바람만이 기체를 스치던 중에 문득 코넷이 제 곁을 말없이 뱅뱅 맴돌던 고스트 망치에게 말을 걸었다.

"새해도 잘 부탁해, 망치야."

"새삼스럽네요, 수호자. ...내년엔 저를 던진다는 농담,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난 실제로 망치를 던지잖아, 해머헤드."

"코넷!"

이름대로 망치를 닮은 의체를 한 고스트가 자기 수호자의 이름을 빼액 외쳤다. 타이탄의 단단한 기체가 웃음으로 들썩이며 미약하게 삐걱이는 소음을 내다가 차차로 잦아든다. 새로운 수호자와 그를 재탄생시킨 고스트 사이는 다시금 고요해졌다.

그러던 중 갑자기 안절부절 못하던 고스트가 속삭이듯이 아주 슬그머니 말을 미끄러뜨렸다.

"...수호자, 코넷, 당신은, 자기 과거가 안 궁금해요? 죽음에서 당신을 일으킨 날 원망하지는 않았어요? 당신을 죽을 수도 없게 만드는 내가 미운 적은 없어요?"

마침 바람이 굉음을 내며 철탑 사이를 스쳐지나가는 순간이었으나, 유기물의 한계를 넘어선 기체가 자기 고스트 말을 주워듣는 데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코넷은 느긋하게 손보던 무기를 곁에 내려놓고서 정신사납게 윙윙 맴도는 망치를 양손에 꼭 쥐어 끼었다. 겁먹은 음성으로 속삭인 것치고 고스트는 손아귀에서 얌전하다.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굳이 알아야 할까? 모양도 안 갖춘 널 보고 망치라고 부른 걸 보면 아마 쇠질하는 인간이었을 건 같은데, 뭐 어때. 알지 않으면 원망할 일도 없을 것 같고."

고스트는 제 수호자의 푸르스름한 안광을 가만히 본다. 뒷말이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그리고 내가 벤시 씨처럼 대장장이였다면, 음, 몇 번 죽었다 다시 깨는 건 고철을 다시 쓰려고 하는 거랑 비슷한 거라고 생각해. 수호자는 어느 정도 인류의 무기니까. 나도 모르는 과거의 업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 됐어?"

그러면서 코넷은 손을 풀었다. 거기서 빠져나온 망치는 괜히 들짐승처럼 푸르르 몸을 떨고서 어깨맡에 떠올랐다. 다시 무기 손질을 시작한 손길을 내려다본다. 가끔 무미한 어조가 되곤 하는 그의 수호자. 작업에 집중한 장인의 테가 나는 그것을, 고스트 망치는 희미하게 읽어들인 그의 생전 기억에서 찾아볼 수가 있었다. 사실은 데이터 몇 조각 가지고 있기에 그가 원한다면 건네줄 수 있으련만. 그가 바라지 않는다면 이대로 묻혀버릴 일이다. 저 역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저의 수호자를 찾기 전에는 그토록 열렬히 찾았으면서, 찾은 이후에는 왜 이러는 걸까. 그와 다르게 저는 과거랄 것이 없어서 그런 걸까, 그것도 아니면 제가 찾은 단편에서 유기체인 코넷(비록 지금과 모습은 달라도 그의 고스트는 분명히 알아본다)의 손에 묵묵히 쥐어있는, 저와 동일한 명칭으로 불리는 그것에게 어떤 감상을 가져버리고 만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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