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손! 제가 이번 시장에서 승리하면 저랑 사귀어주세요...!
음? 너 하는 거 봐서.
"그래, 그 수호자는 어떻게 됐나?"
"뭐... 아, 시련의 장?"
아이코라는 씩 웃으며 호손의 패드를 내려다보았다. 의기양양하게 시련의 장을 휘젓고 다니는 수호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수호자들은 서로를 향해 빛과 무기를 휘두르며 거침없이 고스트를 띄워냈다.
"당신도 알다시피 그 수호자가 꽤... 잘 싸우잖아? 그래서 그냥 고백하기 위한 핑계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호손은 영상 속 버튼을 꾹 눌렀다. 영상이 삼십 초 후로 넘어갔다.
"이것 봐. ... 난입한 워록 한 명이 순식간에 그 수호자를 따라잡았어. 빠르게 치명타만 날리고 곧장 다른 상대를 찾으러 간다니까."
말 그대로였다. 영상 속 워록에게서 군더더기란 찾아볼 수 없었다. 함부로 무기를 쏘거나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정확히 눈 앞의 수호자들만을 노려 깔끔하게 처리했다.
"무엇보다 한 번도 안 죽었다는 점이 너무 신기해. 아무리 실력이 좋은 수호자여도 말이지, 꽤 낡은 방어구를 입고서... 아, 그래도 당신의 기록은 못 깼으니까 안심해. 아직까지 당신보다 강한 수호자는 없나 봐." 호손은 잠시 패드를 바라보다가 전원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그 수호자는 왜? 고백은 미루겠다면서 축 쳐진 모습으로 갔는데."
아이코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숙였던 몸을 세웠다. "어찌나 크게 얘기하던지. 시련의 장에서 승리하면 본인과 사귀어 달라고 했었지 않나. 나뿐만 아니라 유나도 결과가 궁금하다 하더군. 그래서 물어봤네."
"자발라도 알아?"
"알지."
이야, 확실하게 소문이 나버렸네. 호손은 패드를 가방에 넣으며 웃었다. "데브림 반응이 궁금한데. 내가 고백받았다고 얘기할 때마다 눈을 시퍼렇게 뜨고 신상을 캐묻는 영감이라."
"상대가 수호자여도 상관 없다고 하던가?"
"내가 좋으면 누구여도 상관'은' 없다고 했어. 정말 망나니만 빼고?"
"그럼... 만약에 말일세. 압도적인 실력으로 승리한 '그 워록'이 고백을 한다면, 그대는 어쩔 셈이지?"
호손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짧게 침묵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 누군지도 모르는데? 다 헬멧을 쓰고 있어서."
아이코라는 여전한 미소를 지으며 호손의 뒷머리를 툭 쓰다듬었다.
"글쎄... 생각보다 그대 곁에 가까이 있을지도 모르잖나. 그대가 그 수호자의 고백을 받아줄까 노심초사했던 워록이 말일세."
"준비됐나! 모든 타이탄, 워록, 헌터들! 가슴 쫙 피고! 방어구 점검하고! 무기 확인하고!"
"저... 샤크스. 저희 팀원 한 명이 부족한 것 같은데요."
헌터의 말을 들은 샤크스는 제 허리에 손을 올렸다. 반대편에 있던 타이탄이 샤크스의 자세를 따라했다.
"곧 올걸세! 부끄러움이 많은 친구라 경기 시작 직후에 들어온다고 하더군!"
"아니, 저희는 매칭도 늦게 잡아주시면서 그 수호자는 대체-,"
"자! 전송!"
샤크스는 제 가슴을 땅땅 치며 전송버튼을 눌렀다. 우렁찬 소리와 함께 수호자들은 시련의 장 경기장으로 전송되었다. 헌터의 손가락 중 하나가 위로 치솟은 걸 본 것 같았지만, 샤크스는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시련의 장을 한 번 겪고 나면 그 전에 있던 일은 까먹기 마련이니 말이다.
"참 활기찬 수호자들이야. 그렇지 않나?"
"하하, 우울하게 시련의 장을 올 필요는 없지 않나! 오랜만에 자네가 와주니 내 심장이 다 두근거리는군!"
조사관의 장비를 착용한 워록이 모퉁이를 돌아 샤크스의 앞을 지나갔다. 워록은 익숙하게 몸을 푸는 듯 가볍게 손을 털며 전송 장치 위로 올라갔다.
"준비됐네."
"레이, 진심인가! 그 장비는 아무 능력치도 추가할 수 없는 장비들이잖아. 아무리 자네의 솜씨가 뛰어나다 해도 제법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어!"
워록은 발목을 빙빙 돌리며 대답했다. "상관없네. 여분 방어구도 없었고. 이 방어구로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눈에 띄면 더 좋지."
"요즘 수호자들은 방어구 하나하나를 구분할 정도로 남에게 관심 있지 않아. 오히려 번쩍거리는 경이 방어구를 착용하는 편이 낫지 않았겠나?"
"음, 보통 수호자들이라면 그렇겠지.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좀 특별한 사람이 한 명 있거든. 나한테 관심이 많아."
"이런, 아이코라...!"
"그만. 슬슬 전송해야지."
샤크스는 하하, 큰 소리로 웃으며 워록을 바라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참 독특한 친구군! 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워록은 헬멧 속에서 미소를 지었고, 샤크스는 그런 워록을 경기장으로 전송시켰다. 정확히 경기가 시작한지 삼십 초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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