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방랑자의 식사 문제

浪客的进食问题, 방랑자를 위해 수호자가 어떤 치료를 강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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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팬픽은 원작자 shawtheash님의 허락을 맡아 번역되었습니다.

*사전에 번역 허가를 받았던 세 개의 작품들 중 첫 번째 작품으로, 원작은 이곳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소재 주의: 먹토, 스트레스성 폭식 

**

네가 에메랄드 해안에서 방랑자를 찾아냈을 때, 그는 나무 둥치를 붙들고 필사적으로 토하고 있었다. 모닥불의 한 편은 아직 타오르고 있었고, 그 위 나뭇가지에 꿰인 정체불명의 물체는 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꺼멓게 그을려 있었다. 짐작건대 아마도 기갑단의 내장이었으리라. 넌 나뭇가지를 떼어내 불더미를 꺼트렸다. 어찌 되었건, 방랑자는 오늘 뭘 더 먹어선 안 됐다.

방랑자는 약한 불평을 내뱉는다. 네가 막 도착해서가 아니라, 네가 그의 불을 꺼버렸기 때문이라서다. 구토를 마친 그는 입가를 대충 훔치더니, 땔감 옆의 흰 액체 하나를 집어 입으로 쏟아붓고는 널 향해 비틀대며 다가온다. 네 재치가 불쾌한 눈살을 찌푸리지만, 방랑자에게 벡스 체액을 좀 그만 마시라고 충고하기에는 이미 똑같은 상황이 무수히 반복되어온지라 신경을 기울일 것까지는 없다. 방랑자는 제 뱃속에 들어간 음식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모든 건 적의 신체 일부였고, 그에겐 그 자체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무슨 바람이 불어 또 여기까지 왔나, 선택받은 자? 내 저녁 식사까지 방해하고." 방랑자는 벡스 체액을 마저 들이키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방산충 때문에 목소리가 끔찍하게 들렸다. 그러나 방랑자는 "곧 괜찮아질 거야."라고 덧붙였다.

"당신이 부탁했던 물건 가져왔어." 너의 재치가 돋보인다. "이걸 보고 싶어 지금쯤 안달났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 물론이지."

방랑자는 재차 웃으며 네게 손짓했고, 넌 물품 창고에서 발견한 잠겨 있는 작은 상자를 그에게 건넸다. 무게가 가볍지 않아 방랑자의 손이 순간 아래로 쳐졌다. 그는 상자를 다시 들어 올려 무게를 신중하게 가늠했다. 잠시 후 그는 미소 짓는다.

"고마워, 영웅. 보수는 바로 지불할게." 상자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계좌에 잔금을 이체하며 그가 말했다. "하지만 내 식사에 이렇게 훼방 놓는 건 좀 야만스러운 짓거리 같지 않나? 애먼 방해 받긴 싫어서 얌전히 여기 숨어 있던 참이었는데 말야."

"'여기 숨어 있던 참'이었는데 말이야." 방랑자의 조롱 섞인 말투를 따라 하며 너는 거듭 말한다. "당신, 무슨 기갑단 잔당한테 댁들 동족 잡아먹는 데 동참해달라는 둥, 인사할 겨를도 없이 낮부터 바닷가에 죽치고 앉아 있고 말이지... 우리가 안 왔으면 혼자서 버티다 죽기라도 할 작정이었나?"

"아깝게 버리진 말자고, 꼬마." 방랑자는 한숨을 쉬더니 (어디서 구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변용 의자에 꼿꼿이 걸터앉아, 내장을 발라낸 기갑단 시체 쪽으로 손을 쭉 뻗으며 말했다. "네가 내 불을 꺼뜨리지만 않았어도 족히 한 끼는 더 먹었을 걸. 이참에 너도 맛이나 한 번 봐볼래, 선택받은 자?"

방랑자는 네가 바닥에 던져 놓았던 그을린 내장을 도로 주워 네 얼굴에 들이댄다. 네가 고갤 젓자 그는 습관처럼 다시 집어 들고 먹으려 하나, 이번에는 네가 재빨리 그를 저지한다. "검게 탄 기갑단의 신장과 벡스 체액 중 어느 게 더 나쁠지는 꼽을 수 없어." 네 재치는 어김없이 불만을 드러냈다.

"둘 다 나쁘지 않아. 어느 쪽도 다들 먹어봐야 할 영양 만점 저녁식사지." 방랑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튼, 넌 내가 만찬을 즐기는 걸 막아선 안 됐어. 그러니 슬슬 그 불쌍한 작은 콩팥은 돌려주지 그래? 불에 좀 탔다고 해서 먹을 게 못 되는 건 아니라고."

"오늘은 더 먹으면 안 돼." 넌 말한다. 평소 너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방랑자는 네가 입을 여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다. 그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고, 너의 약삭빠른 기지도 감춰졌다. 네가 무언가를 직접 해결하려는 걸 알아챈 거다.

방랑자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지만 네가 다가오자 긴장하는 눈치다. 허나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는 더 견디기가 어려워질 즈음 비로소 의견을 내는 법을 터득했다. 그는 약간 몸을 떨며 쉰 목소리로 얼굴에 닿는 네 손을 뿌리친다. 그의 음성은 여전히 평온하다. "뒤로 와." 그 말을 한 직후 네 마음에 들지 않는 답변임을 깨닫고, "뒤에서부터 와 줘." 그는 곧바로 말을 바꿨다.

넌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자는 방랑자가 '요청하는 법'을 배우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거쳐왔는지 알 테다. 넌 방랑자 뒤로 걸어가 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누르고, 다른 한 손은 그의 앞쪽으로 뻗는다. 그는 아까보다 더 몸을 심하게 떨었지만, 몸부림치지 않고 순순히 장갑을 벗는다. 그는 네가 손을 편하게 넣을 수 있게끔 로브를 느슨하게 당겼다.

이 비밀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방랑자의 배에는 늘 과식에서 비롯된 군살이 붙어있다.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막상 적을 먹고 싶다는 충동이 일면 주체하지 못하고 죄다 먹어치우려 든다. 군체, 기갑단, 경멸자, 벡스, 수호자가 사냥하는 인류의 모든 적 따위를. 네 재치가 일컫길, 그는 이따금 배부른 줄도 모르는 금붕어처럼 끊임없이 뭔갈 먹고는 했다. 또한 그도 알다시피, 방랑자는 배가 찢어져도 상관하지 않는다. 

배에 손이 닿자 방랑자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장갑이라는 보호막이 없으니 그의 체온과 숨결, 그리고 두려움과 갈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가 부탁한 상자를 찾느라 장장 열 시간 가까이 밖에 나와 있었던 탓에 손은 다소 차가웠다. 방랑자는 이 온도 차에 미세하게 떨고 있다.

넌 손바닥으로 방랑자의 배를 단단히 눌러 일정한 힘으로 마사지한다. 그는 언제나 이에 격렬하게 반응했고, 이번에도 무심코 목뒤로 손을 뻗어 너를 제지하려 든다. 넌 손을 그의 어깨에서 떼어내고 그의 양 손목을 꾹 붙든다. 네 얼굴은 방랑자의 얼굴에 바짝 붙어 있어서, 그가 절박하게 숨을 헐떡이며 널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 그러나 네가 눈을 돌렸을 때, 그는 어느새 딴 데를 보고 있다. 그의 두 눈은 허공에 힘없이 떠 있다.

너는 방랑자가 경련을 일으킬 때까지 손의 세기를 점차 높인다. "안 돼... 이러지 마, 하기 싫어..." 그는 매번 그랬듯이 반사적으로 애원한다. 하지만 지금이 바로 환자를 묵과해선 안 되는 순간이다. 넌 그의 손을 세게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배를 꽉 누르며 "뱉어내." 명령한다.

방랑자는 맨땅에 무너져내리며 걷잡을 수 없이 토한다. 너는 어기적대는 그에게 몸을 맞춰 바닥에 반쯤 무릎을 꿇고 계속해서 배를 압박한다. 손목은 여전히 고정된 채다. 한참을 게워내던 그는 간신히 토악질을 멈추고, 네 팔에 기댄다. 넌 그의 입가에 번진 오물을 손등으로 닦아내고 잔디밭에 문지른다. 이게 그가 밤에 잠들 수 있는 방법이었다. 폭식과 불면증은 방랑자 삶에서의 여러 악순환 중 하나였다. 네가 없으면 또 그럴 거라는 걸 알지만, 적어도 네가 곁에 있을 땐 그를 막아야 한다. 비록 방랑자가 받아들이긴 어려워할지언정, 넌 그가 너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넌 방랑자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고, 이번에 그는 피하지 않는다. 손바닥이 볼을 누르자 살갗이 화끈거린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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