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세계의 이야기들

Over the Rainbow 이세아 로그 [1]

사실, 제가 좀 장황하게 이야기하긴 했는데, 거의 대부분의 빌런… 그러니까 괴인들은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동시다발적으로 발현되는 부정적 감정의 파동… 고통, 슬픔, 비탄, 비난, 후회 등이 응축되어 생명력을 얻으면서 탄생해요.

때문에 그들의 목적은 자신이 탄생하게 된 원인, 부정의 파동, 그 근본적 이유를 따라가며, 대부분은 그걸 확대해석해서 이루고자 하는 탓에 동기가 무엇이든 악행이 되고, 죄 없는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며, 결국 별들의 손에 저지되죠.

가령— 몇 가지 예시를 들자면 이런 경우가 있죠.

별을 동경하는 마음이 물 하나 없는 사막에서 이정표를 잃고 헤맬 때, 뜨거운 빛을 내려 생명을 태워가는 태양으로 하여금 증오로 바뀌고, 이정표가 되어줄 별은 보이지 않아 제발 길을 알려 달라며 매달리다 이내 집착으로 변모하여 결국 별을 탐욕하여 독차지하려는 괴인으로 탄생한다던가.

“저 우주의 별들을… 닿을 수 없다면… 지상에 끌고 내려와, 가져가면 되는 것!”

높은 위치의 부패한 귀족에게 끊임없이 박해당하여 고된 삶을 사던 취약 계층의 이들이 어느날 용기내서 목소리를 낸 한 명을 기점으로 저항의 뜻을 밝히며 귀족에게 대항해 정의를 사수하려는 용기를 얻지만, 싸움이 길어지고 피해가 많아지며 결국 용기가 광기로 변모해 선함의 여부 등과 관계없이 조금이라도 부를 가지거나 권력을 가진 자와 자신을 방해하는 자를 다 처단하려는 괴인이 탄생한다던가.

“너희가 가진 모든 것을 무로 되돌려 주마! 파괴 되어라-!”

망망대해를 탐험하여 신세대를 개척하고 국가를 보살피며 미래를 얻고자 했던 이들이 자신들이 발견한 대지가 신대륙이 아님에도, 이미 살아가는 이들이 있었음에도, 신대륙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터로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를 탄압해 짓밟는 억압의 상징이 되며 그 악랄함이 괴인이 되어 만인을 억압해 군림하려는 자로 만들었다던가.

“내가 바로 신세계의 방주이거늘! 진정한 만물의 왕을 따르거라!”

전쟁, 기근, 탄압, 박해, 예속, 불황, 파탄 등 추악하고 끔찍한 아픔이 계속되는 세상에서 행복만이 가득했던 낙원 같은 과거를 그리워하며 통곡하는 이들의 마음이 한데모여 노래가 되고, 그것이 지속되고 지속되어 비가 되면서 그 마음에 응답하듯, 현재와 미래를 파괴하고 과거의 낙원을 향해 세계를 조정하고자 하는 괴인이 나온다던가.

“아름다운 과거를 위해선 불순한 미래 따위 존재할 필요가 없다! 다 사라져라-!”

배신당한 자의 원한, 다수를 위해 희생된 소수의 증오, 불화로 무언가를 잃은 자들의 비탄 등 우정을, 사랑을, 마음을 잃은 자들의 눈물이 뒤섞여 괴인이 되어 만물을 격리시키고 감정을 없애 차가운— 무엇도 하나되지 못하며 차갑게 흩어진 세상을 창조하고자 한다던가.

“정 같은 낙천적인 단어가 얼마나 해로운 지 전혀 모르는군. 그럼 내 친히- 알려주마.”

개중 몇몇은 목적만 따지면 이게 왜 악인인가? 싶은 이들도 있겠지만, 그들의 행위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자 하며, 그것엔 죄 없는 이들의 죽음도 언제나 뒤따르죠. 때문에 별들은 언제나 그들을 막고자 하며, 언제나 최선을 다해 쓰러트리죠.

물론 그만큼 그들에게 여러 비난도 듣긴 합니다만…

“어째서… 나를… 나는… 그저… 저 별이… 저 별에… 닿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약자들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고…? 그럼— 대체— 왜— 나를— 이렇게—”

쓰러지기 직전, 별들의 뜻을 인정하고 참회하는 이들도 있긴 했죠.

“이게… 너희가 말하는… 우정… 사랑… 그렇구나… 크룩스— 네 뜻은— 옳았구나—”

…그러면, 이 과정에서 별들이 지치거나 하진 않냐고요…?


“파이!! 파이…! 정신차려! 파이…!”

“아… 아쿠아… 씨… 저… 눈이… 너무… 무거워요…”

“한 번에 너무 많은 힘을 써서 그래… 이제 좀 쉬어… 고마워….”

“아쿠아-”

“알고 있어. …파이는 쉬게 하고, 다음부턴 우리가 힘내야지.”

“그 말을 하려는 게 아니야.”

“…그럼?”

이건 이제, 제가 들은 건데- 완전 옛날에- 황도 12궁, 그러니까 하늘의 별자리 중 가장 높은 위치의 12분이 직접 어느 강력한 괴인이 일으킨 사건을 해결하고자 직접 지상으로 내려가신 적이 있어요. 근데 이제 그 괴인이 너무 강력해 그분들을 별과의 연결을 끊어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게 해 능력 사용이 그대로 가능하다는 걸 빼면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게 만들고, 당시에 도시 하나가 이미 그의 수중에 들어가 극소수를 제외한 모든 주민이 그 괴인을 광신하고 있어서 굉장히 곤란하셨대요.

“네 눈, 지금 무척이나 어두워. 마치 우주의 암흑 물질 같아.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다 싶으면 너도 같이 쉬어.”

“…굉장히 쉬라고 강요하는 듯한 말투네.”

“강요라니, 난 널 배려해주려는 거야. …너하고 파이가 어떤 사이인지 알아서 하는 말이야.”

“……뭐? …다른 애들은?”

“전혀 몰라. 뭐, 카프리콘이랑 사지타리우스는 알면서 모른 척 하고 있는 거일 수도 있고.”

근데 이제 중간에 그 괴인이 숨기고 있는 모종의 물건을 찾기 위해 도시 외곽에… 댐 건설을 위해 버려진 폐마을로 양자리랑 물병자리, 물고기자리 이렇게 세 분이 향했는데, 거기서 녀석을 신봉하는 주민들이 증거인멸 및 모두를 파묻을 계획으로 마을 새 댐을 건설하면 터트릴 예정이었던 구 댐을 파괴해 홍수를 일으켰대요. 그래서 그걸 막으려고 물병자리랑 물고기자리 두 분이 열심히 힘을 쓰셨는데, 물고기자리 분이 너무… 이미 그 전부터 지친 상태셨는데 쉬지도 않고 무리하시는 바람에 지쳐 쓰러지셨대요.

근데 또, 당시에 두 분이 말만 안 하고, 서로를 사랑하던 때에 그래버려가지고… 물병자리 분이 정신적으로 힘드셨다고 회고하셨어요.

“그래… 일단— 파이 데리고 돌아가자. 바르고도 지금 뭐 하고 있던가…?”

“아니, 걘 카프리콘이 혹시 몰라서 거점에 대기하라고 지시했어.”

“그래… 다행이네. 어서 빨리 치유를 받아야겠- 윽. …미안, 네가 왼쪽을 좀 지탱해줘.”

“알았다. …파이가 왜 사지타리우스의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섰는지, 이제야 좀 알겠네.”

“내 상처 말하는 거냐? 이젠 괜찮아. 독은 뭐 진작에 스콜피가 빼줘서 문제 없었고, 지금은 그냥 욱신거릴 뿐이야.”

“사랑하는 사람 눈엔 작은 상처도 큰 생채기로 보인다지. …언제부터였냐?”

“글쎄, 한— 57년 전?”

“57년 전— 파이가 처음으로— 본인답지 않게 나서던 때네. 그 전이냐 후냐?”

“그 전. 그 전부터 이미 반했지. 얜 그걸 흔쾌히 수락해줬고.”

“허 참. 너, 카프리콘이 정한 규칙 기억하고 있지? 우리 사이에 사사로운 감정 같은 건 가지지 말자고 한 거.”

“200년 전의 그 일 때문에 생긴 거? 알지. 우리 공사 구분 확실한 깐깐한 보라순이 씨 말 안 들으면 귀가 닳도록 화내서 걔가 정한 규칙은 잊지 않고 항상 지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그래서 나름 최대한 티 안 내려고 노력하는 거고.”

“하지만 나한테 들켰네?”

“이 상황에 그런 장난식 어투로 딴지 걸지 말아줄래? 아리에스 네가 우리 모두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잘 알지만, 가끔은 그런 행동 좀 줄였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흥, 깐깐하게 반응하시긴. 하긴, 여자친구가 다친 상황이니 예민할만 하지.”

“…너.”

아, 참고로 양자리 분은 검은 단발을 한 붉은 눈의 남성, 물병자리 분은 푸른 단발에 연한 하늘색 눈을 한 남성, 물병자리 씨는 푸른 장발에 진한 남색 눈을 한 여성의 모습을 하고 계세요.

“어우, 파이 얘가 원래 이렇게 무거웠나?”

“힘 다 빠져서 축 늘어진 사람 어거지로 업고 가는 거니까 무겁지 그럼. 바르고도 이런 상태로 업으면 엄청 무거울걸.”

“…하긴.”

“…근데, 바르고가 거점 대기 중이고, 나랑 너랑 파이 셋이 팀이고, 레오랑 타우러스, 캔서가 팀이고, 제미니 둘에 스콜피가 팀이면… 리브라, 카프리콘, 사지타리우스 셋이 팀인 거냐?”

“뭐- 그렇지.”

“…어떻게 하필 그 셋이 팀이래. 서로 ‘이 반마녀석~~’, ‘염소녀석~’, ‘바보 천칭~’ 이러면서 싸울 게 뻔한데.”

“네가 카프리콘보고 공사 구분 확실한 깐깐이라매. 카프리콘이 알아서 잘 중제하며 데리고 다니겠지. 그리고, 그 셋이 그렇게 싸우는 건 잘 싸워도 호흡은 또 기가막히게 척척 맞잖아?”

“…하긴.”

하여간에, 대충 이런 느낌으로— 별자리 분들도… 다른 평범한 이들처럼 감정을 느끼고, 지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그 마음은 일반 사람과 크게 다를 바 없답니다. 그래도 언제나 힘내서 평화를 위해 나아가시죠.

그게 사명이고, 본인들이 직접 정한 운명이니까. 대충 이런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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