你们好

무제 by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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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시간 새벽 2시, 완연한 어둠이 내려앉은 창가엔 이따금 오가는 자동차의 라이트만이 반사되어 번쩍일 뿐이었다. 초점 나간 카메라처럼 희뿌연 눈에 쓰고 있던 동그란 안경을 벗은 L이 눈가를 쓸곤 손끝에 힘을 줘 미간을 눌렀다. 벗겨진 안경이 안경 줄에 매달린 채 가슴 어귀에서 흔들거렸다. 잠깐의 지압, 그로 끝낼 휴식이어야 했지만 오늘은 유난히 피곤한 날이었다. 깊은 한숨과 함께 찻주전자를 들어 차를 따르려던 손길이 너무도 쉽게 들어진 것에 멈칫하며 그를 도로 내려놓았다. 한나절을 꼼짝없이 앉아있었으니 내려둔 차가 동이 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찌뿌둥한 몸을 한껏 늘렸다 의자에 축 늘어진 L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드르륵, 의자를 끄는 소리가 조금은 서늘한 공기 중에 맴돌았다. 붙잡고 있던 서류더미를 정리해둔 그가 안경을 완전히 벗어 책상 위에 내려둔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겨 부엌으로 향했다. 느긋한 손길에 수도가 열리고, 개수대를 두드리며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포트에 물을 가득 채우곤 코드를 연결한 L이 물이 끓는 사이 여러 종류의 찻잎을 뒤적거렸다. 하얀 손끝이 바스락거리며 찻잎을 골라내다 그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부글거리는 소리가 얼마나 이어졌을까, 머지않아 탁, 포트의 스위치가 내려가는 소리에 코드를 뽑아낸 그가 식탁의 의자를 빼내 앉았다. 다기를 데우고 찻잎을 덥히는 손길에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다. 서늘했던 주변 공기가 일순 따뜻해졌다.

 

‘刚结束了。’

 

위잉. 울리는 핸드폰의 진동소리에 턱을 괸 채 멀뚱히 거실을 밝히고 있는 노트북을 쳐다보고 있던 L이 주머니에서 그를 꺼내 내용을 확인했다. 한참 공을 들인 일이 방금 마무리 되었다는 연락이었다. 짤막한 문자, 그 한 마디를 한참을 그렇게 쳐다보던 그녀가 올라가는 입 꼬리에 참지 못하고 결국 옅은 미소를 지어냈다. 하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무기력한 표정이던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자신은 이 일을 구실로 또 인정을 받을 것이었다. 아니, 아니지. 자신은 이미 조직 내에서 유능한 인재였으니 인정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니었다. 위에선 저를 가상히 여기며 제 공을 치하할 것이었다. 아아, 실로 오랜만의 만족감이었다.

 

‘好的。’

 

들뜬 마음과는 달리 역시나 짧은 한 마디로 내용을 확인했다는 답변을 보낸 L이 내려오지 않는 입꼬리를 만지작거리다 몸을 일으켰다. 피로가 가신지 오래였으니, 지금 이따위 차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我马上出去,备车等着把。’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는 손길이 조금 전과 달리 빨랐다. 아랫사람에게 차를 대기시켜 놓을 것을 명령한 그가 서둘러 방으로 향했다. 입고 있던 탕좡의 매듭을 끄르는 그의 입에서 흥얼거리는 가락이 흘러나왔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간드러진 콧노래였다. 활동이 용이하던 조금 전의 옷과는 달리 검은색의 치파오는 그의 몸매를 여실히 드러냈다. 치켜 올라간 눈매를 따라 검붉은 화장을 한 그가 어깨에 로브를 걸치곤 방을 나서기 전 거울 너머 머리와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이리 한 번, 저리 한 번 제 모습을 확인하던 L의 눈매가 스스로의 흡족함에 곱게 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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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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