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열람서

잃어버린 도시 (Lost of City)

디로제 세계관 (키워드 : 이능력자, 포스트 아포칼립스)

폐허가 되어버린 세계에서 글을 남긴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으며 미친 소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이 글이 기록이 되어 미래에 알려진다면.

….

(그 이후에는 무언가가 쓰여 있었으나 펜으로 까맣게 그어져 알아볼 수가 없었다)


건물 앞에 떨어진 수첩에 적힌 글들을 읽으며 여러 생각과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나는 떨어진 수첩을 덮고는 작은 가방에 넣어두기로 했다. 훗날에 사이코메트리 능력자를 찾아 이 자료를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흔적이 최대한 남지 않게 보관하기로 했다.

이 수첩에 적힌 대로 세상은 부서질 대로 부서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변했다. 커다란 빌딩이 들어선 곳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지 오래였고 대부분의 도시는 텅 비어버린 곳들뿐이었다. 내가 서 있는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어디를 가도 똑같았다. 쉴 새 없이 도시를 걷고 국경지대를 건너보았으나 날씨나 지형의 차이만 있을 뿐, 폐허가 된 도시만이 날 반기고 있을 뿐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자신이 초능력자라는 제목과 함께 15초 정도의 짧은 영상이 올라왔었다. 영상의 주인공은 30대 초반의 남성으로 손끝에서 불을 만들어내며 촬영장의 소품 하나를 골라 태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해당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주작이라는 반응과 신기하다는 반응이 팽배하게 대립했다. 그래픽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기 위해 영상을 올렸다고 생각하는 반응도 있었다.

그래, 단순한 콘텐츠라고 여겼던 이 영상이 재앙의 시작이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

초능력자의 등장을 공론화한 사건은 모 국가의 마을 대학살 사건으로 시작했다. 해당 국가는 종교적 성향이 강한 나라였고 국가적 종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단자로 통할 만큼 국가에서 해당 종교를 굉장히 신성시하고 신격화했다.

문제는 일부 극우적인 성향을 보이던 단체의 움직임이었는데 초능력자들을 비밀리에 모아 지능적으로 테러를 일으킨 점이었다. 해당 단체는 초능력자의 힘을 중심으로 자신의 신념과 대립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을 모조리 없애버렸다. 마을 하나가 사라질 만큼의 대규모 학살이 일어나고 나서야 사람들은 깨달았다. 그 영상이 가짜가 아니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초능력자가 등장했음에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와 비슷한 사례는 없었기에 각국의 연구단체 및 정부의 움직임은 매우 바빠졌다. 그러나 마땅한 해결 방안을 찾을 수는 없었고 초능력자가 어떠한 이유로 탄생했는지, 갑자기 세상에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었다.

초능력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수록 치안은 불안정해졌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살인을 즐기는 살인마가 있는가 하면 신념과 사상에 대립하는 단체 및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테러를 가하는 집단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미 법으로 통제할 수가 없음을 깨달은 정부는 급하게 군대로 이들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 과정에서 죄 없는 일반인과 초능력자들도 희생된 탓에 도덕성과 생명윤리에 어긋난다는 비판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된 시점은 영국의 왕족 피습사건을 계기로 시작이 된다.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초능력자 집단을 말살시키겠다는 해당 국가 국방부와 정치계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한 국가에서 일어난 사건을 시작으로 다른 국가 역시 초능력자를 괴물 혹은 잠재적 테러 집단으로 몰아가며 다른 국가 간의 전쟁이 아닌 자국민을 향해 총을 겨누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타국의 시민도 사살되며 다른 국가 간의 전쟁으로도 번져갔다.

수많은 사람이 피난길에 오르고, 그 과정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결백함을 증명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의 결백함을 호소하는 목소리에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서로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세상은 폐허가 되었고 일부 국가에서는 수장을 잃고 정치와 사회가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 작은 규모의 국토, 혹은 소수의 국민들이 살았던 국가는 이미 폐허가 되어 멸망한 국가도 있었다. 많은 사람이 숨었고 도망치고 그 과정에서 죽고 다쳤다. 찬란한 문명을 과시하던 대도시는 언제 그랬냐는 듯 건물이 무너지고 텅 빈 채 버려졌다.

사람들은 본래 위기가 오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한번 사람이 뭉치기 마련이다. 터전을 잃고 떠나고 다친 사람들을 위해 서로 도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아 터전을 새롭게 꾸려나갔다. 해당 단체의 이름을 고민하던 사람들은 임의로 종교의 신화 속의 이름을 빌려 『노아의 방주』로 정하고, 같이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노아』라고 불렀다. 그리고 어딘가에 낙오되어 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구호 및 구조활동을 시작했고 나 역시 이들과 함께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기술자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일반인들은 본래 갖고 있던 기술을 공유하였고, 초능력자들은 어딘가에 다시 일어날 테러 가능성을 대비해 테러를 저지하거나 혹은 생존자를 구출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테러 저지나 생존자 수출 활동이 없을 때는 대체로 본래 갖고 있던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했다.

물론 처음에는 체계가 마땅치 않아 쉽게 흘러가진 않았지만, 어느새 사람들이 점차 모여들기 시작하며 이제는 이름이 사라진 한 대륙에서 작게나마 도시를 형성하여 지내기 시작했다.

슬슬 움직일 때가 된 것 같다. 다시 사람들을 찾기 위해, 잃어버린 도시 속에서 찾을 또 다른 희망을 찾기 위해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떠날 것이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