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탄 :: 유리꽃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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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공예 전시회에 갔다.
규모가 엄청 크다고는 못하겠지만, 나름 공간을 잘 활용한 전시회였다.
위치는 수도의 한 구석에 있는 전시장이다.
구경하고 싶어서 찾아간 전시장은 아니었다.
처음 가보는 길에 복잡한 골목에서 길을 잃어 헤매다가 발견한 곳이었다.
전시회의 이름은 ‘ ?리 ’ 였다.
정말 이상하다.
전시회는 무료 입장이라 돈을 내지 않고 감상할 수 있었다.
입장하는 곳에는 직원 하나가 앉아서 말 없이 들어가는 나를 응시했다.
안내 책자 하나를 집었다. 나는 그것을 읽으면서 구경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전시장은 밖과 달리 기묘하게 어두웠다.
읽으며 살피려던 계획이 무산되었다. 시원했으므로 별 말 없이 감상했다.
적어도 전시품을 비추는 작은 조명이 있어 괜찮다.
유리는 옅은 조명 빛을 받아 약하게 반짝인다.
대충 둘러보다가 조명이 켜져있지 않은 공예품 하나를 발견한다.
전시회의 메인 작품인 유리꽃이라는 작품이다.
나는 우선 빛 없이 그것의 형체를 확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투명한 공예품이라 형체를 짐작만 할 수 있었다.
조명을 켜는 버튼이 있어서 눌러보았다.
반응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눌러봤지만 반응하지 않는다.
또 다시 한 번 눌렀다. 딸칵 거리는 소리 외에 들리지 않는다.
반복해서 버튼을 누를 수록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문득 어둠 안에 놓인 작품이 희미하게 빛나는 것 처럼 보인다.
머리가 아프다. 보이지 않는다. 짜증난다. 따갑다.
결국 하는 수 없이 왔던 길로 되돌아 가서 직원에게 조명이 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직원은 놀라 일어나며 죄송하다는 말을 하곤 꺼진 조명을 켜주었다.
전시회장이 전체적으로 밝아져서 보기 편해졌다.
다시 본 유리꽃은 반짝이는 가루와 액체를 안에 담고 있다.
밝은 빛을 받는 유리꽃은 작품이 공중에 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즐겁게 감상하고 난 다음 전시장을 벗어났다.
…전시장을 벗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눈치채고 말았다.
그 유리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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